EP10 – 먹부림과 몸부림

먹는 얘기라면 끝없이 할 수 있어! 10화를 맞이해 설레는 마음으로 녹음실에 온 우리를 맞아준 팟럭 장인 괜저의 특별한 선물! 빵과 꽃은 왜 언제나 거의 반사적으로 우리를 기쁘게 하는가? 음식으로 풀어보는 여행, 미움, 사랑, 트라우마,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 뜨끈뜨끈할 때 한입 하세요!

이번 화에는:

  • 생선 다 바르고 먹기 vs 먹으며 바르기
  • 맛있는 것부터 먹기 vs 상하기 직전인 것부터 먹기
  • 애인 잡아먹기
  • 먹다 보면 맘이 풀려
  • 너무 미워도 굶겨 죽일 순 없잖아요?
  • 〈탕국〉과 〈그 남자의 집〉
  • 음식으로 달래는 몸과 정신의 허기 (feat. 〈더 웨일〉, 〈헝거〉)
  • 숨은 음식 찾기: 교토 카스텔라, 아보카도 미소 버무리, 유즈코쇼, 아귀 간, 미네스트로네와 감자칩, 야키소바, 델리만쥬, 보르시, 차돌박이-굴-된장-버터-양배춧국, 쥐치회, 돌 조개구이, 오징어 통찜, 성게알, 순대국밥, 감자탕, 라면, 머핀, 컵케익, 딸기, 갈치, 월드콘, 탕국, 된장찌개, 각종 민어 요리, 꽁치, 곰국, 찹쌀고추장, 복어탕, 토란국, 오이 두부 두반장 볶음, 피자, 비건 삼겹살

다음화(EP11)에서는 음식에 관한 더 솔직하고 더 재미있고 더 짠한 이야기들이 이어집니다. 뭐 좀 먹고 다시 만나요!

  • 특별한 감사: 영상 제공에 도움을 주신 한솔님

〈웬만하면 말로 해〉는 김괜저, 최재원, 호영이 만들고 있습니다. 모든 에피소드는 스테디오 앱(아이폰 / 안드로이드)에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 (월 2,000원, 매주 목요일 업데이트, 음성 기록 제공)

김괜저00:01안녕하세요
호영00:06이렇게 시작한다고?
최재원00:07안녕하세요 안했는데.
호영00:09항상 그냥 했어.
김괜저00:11해볼까 오늘부터? 하나 둘 셋.
최재원00:14안녕하세요.
김괜저00:16다시 해야 될 것 같은데
최재원00:19안녕하세요.
호영00:21안녕하세요.
호영00:26일단 오늘 이거 우리가 10화를 맞이해서 자축할 의미도 있고 무료 에피소드를 녹음하기로 했잖아. 그래서 오늘 들어가 봤더니 괜저가 빵을 거의 한 쟁반을 가득히 이렇게 사놨더라고. 항상 우리가 아침에 녹음하기 때문에 배가 고픈 상태로 오는데 되게 반가웠어.
김괜저00:51호영이 방금 오프닝 해줘서 너무 고마워가지고 고마운 마음밖에 지금 안 들어. 이 에피소드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 밖에 고민밖에 없었는데 호영이 딱 총대를 매 줘서 너무 고맙다. 그리고 맞습니다. 10화를 일단 축하합시다. 벌써 10화네요. 그동안 어떠셨어요? 다들
김괜저01:14지금까지 10화까지 녹음을 하면서
호영01:1710화까지 녹음하면서 일단 제일 큰 감정은 사실은 매번 우리가 돌아가면서 에피소드 소개를 쓰잖아. 근데 소개를 쓴 걸 보면은 재미있을 것 같은 거야.
김괜저01:28소개를 잘 써. 우리가 확실히 글이 더 나아.
호영01:32훨씬 나아. 진짜 솔직히 그래서 이렇게 해가지고 우리 msg를 치고 내보내도 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렇게 해서 들으신다면 나쁘지 않다.
김괜저01:45그래서 재원이 또 글 글 보고 차라리 글을 읽고 다시 녹음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지.
최재원01:51한 30분 정도 녹음을 한 다음에 그걸로 글을 급히 쓰는 거야. 한 15분 동안 그러고 나서 그 주제로 다시 얘기를 하는 거지.
김괜저02:00보통 그거를 이제 말을 털기 전에 대본 같은 걸 쓰고 보통은 하는데 우리는 그게 아예 없이 시작을 하니까 그런 것 같아. 지금까지 난 재미있었다. 되게 재미있거든 사실은. 그리고 우리가 사실 별로 재미없으면 금방 그만둘 사람들인 거 같은데 되게 좀 이렇게 하고 있는 걸 보니까 재미있나 보다라고 생각하면서 하고 있어요.
호영02:25아무튼 오늘 10화라서 괜저가 좀 뭐랄까 부담감을 가지고
김괜저02:30신경 썼어
호영02:31뭘 준비하셨나요?
김괜저02:33일단은 제가 오는 길에 지하철역에 있는 맛있는 빵집이 있는데 거기가 맛있다는 거는 내가 입으로 먹어보지는 않았고 항상 사람들이 몰려 있어서 맛있다고 추측하는 빵집이 있어요. 거기에 이제 문 연 거를 보고 빵을 진짜 한 소쿠리를 사왔어요. 그리고 여기 앞에 작업실 앞에 숙대입구역 근처인데 꽃집이 하나 있는데
김괜저02:58그 꽃집에 항상 좀 들어가 보려고 했는데 이제 기회가 없었거든요. 그래서 오늘 들어가서 거기서 풀도 하나 사고 꽃도 좀 사왔다. 그래서 약간 무슨 꽃인지 모르겠는데 좀 들풀 같이 생긴 풀을 사가지고 지금 꽃병에 꽂아놨더니 좀 분위기가 좋아졌습니다. 그래서 아니 10화라서 부담이 되는 게
김괜저03:19우리 마음속에 10화라서도 있는데 몇 가지 특별한 느낌이 있어요. 왜냐하면 우리가 이 10화까지 했으니까 이번 화를 우리가 그런데 항상 유료로 1화 빼고는 지금까지 33명의 구독자 말동무 분들한테만 공개를 했잖아. 근데 좀 더 많은 분들이 들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 하나 정도를 무료로 freebie로
김괜저03:43좀 풀고 가면 좋겠다고 생각을 해가지고 나는 지금 이미 약간 10만 명한테 얘기하고 있는 그런 기분이에요. 마음 가진 게 그래서 되게 평소보다 너무 후달려.
최재원03:54그래서 계속 존댓말을 쓰고 어색하게
김괜저03:58우리가 평소에 다 반말로 다 하는데 존?댓말로 하고 있잖아. 근데 최재원도 되게 뭔가 불편한 얘기를 할 때나 이럴 때 존?댓말을 하더라고. 내가 녹음한 걸 들어보니까 엄청 웃겨. 나 저번에 웹소설의 특징에 대해서 말해주세요라고 했더니 갑자기 존댓말로
최재원04:16웹소설의 특징은 구독자가 0.5명일 때 할 수 있을 것 같아.
김괜저04:2330명도 너무 많아. 좀 반 정도 나가주세요라고 하고
최재원04:28약간 온라인 아이덴티티만 있고 실체가 없는 사람일 때만 할 수 있을 것 같고 실제 인간이 듣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좀 이건 좀 도덕 인륜에 어긋나는 거 아닌가 그런
김괜저04:46그래서 그런 부담감을 갖고 왔고 그리고 지금 우리 작업실이 완료 완성이 돼가지고 이번 주말에 사람들 불러서 오프닝 파티를 할 건데 그걸 앞두고 있다 보니까 또 긴장이 돼가지고 왜 미스 달로웨이처럼 꽃을 사고 파티를 준비하면서 이런 마음으로 꽃을 산 것도 있는 것 같고
김괜저05:10또 재원이 가잖아. 어디 가시죠?
최재원05:16뉴욕으로 가는데요.한국에 잠깐 왔다가 다시 사는 데로 가는 거니까 좀 아쉽네요. 오프닝 파티도 못 오고 사실 그래서 좀 아쉬운데
호영05:35그래서 한동안은 우리가 오늘까지만 이제 오프라인으로 셋이 모여서 녹음을 하고 이 다음부터는 이제 온라인으로 녹음을 하게 됩니다.
김괜저05:45그래서 저번 두 화를 리모트 녹음해봤더니 나름 재미있고… 조금 같이 만나지 못해서 아쉬운 건 확실히 있긴 한데 그래도 구생이도 볼 수 있고 좋은 점도 있더라고 그래서 미국 가도 같이 재미있게 녹음을 하도록 합시다. 그래서 이런저런 좀 변화가 많이 겹쳐가지고 좀 특별한 날이라고 생각했고 또 마지막 변화로 우리 지금 세 명 말고 한 분이 더 와 계시잖아.
김괜저06:13호영이 좀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을
호영06:15글쎄요 이거 다 얘기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뭔가 저의 친구이자
호영06:25타투를 이분한테 받기도 했는데
김괜저06:28아 진짜
호영06:29이 이파리 모양의 타투가. 한솔 작가가 지금 와 있는데 와 있는 이유가 <Futch Blues>라는 과제로 지정성별 여성들의
호영06:46젠더퀴어적인 미학에 대한 다큐를 찍고 있다고 해서 거기에 내가 등장하게 돼서 그래서
김괜저06:57젠더퀴어적인 미학하면 호영이지
호영07:03그래서 뭔가 일상을 찍고 싶다고 하여 그렇다면 녹음하는 거를 찍는 게 좀 재미있지 않을까 해서 지금 와서 우리 다 같이 촬영을 다 하고 있습니다.
최재원07:16젠더퀴어적인 미학인 줄은 몰랐는데 미학이
호영07:22이게 그냥 나의 해설일 수도 있어요. 일단 주제가 아주 확고하게 정해진 것은 아닌데 뭔가 그런 식으로 이해함
김괜저07:30기대되네. 하여튼 그래서 새로운 손님까지 모시고 녹음하고 있어서 긴장이 좀 됐는데 오늘 그래서 얘기할 주제를 그러면 우리 평소에 지금까지 얘기한 주제를 보니까 되게 글쓰기에 특화된 얘기들도 있고 아니면 우리가 즐겨서 읽었던 같이 읽었던 텍스트에 대한 얘기를 할 때도 있고
김괜저07:52했는데 제일 좀 부담없고 말이 술술술 나오고 특히 좀 우리를 이미 후원하고 계신 분이 아닌 분들도 같이 얘기할 수 있는 주제는 좀 쉬우면 좋을 것 같아 가지고 저번에 한번 예고로 우리가 얘기했던 음식 얘기를 해보면 좋겠다. 음식과 각자의 관계가 좀 어떤지 최근에 음식에 대한 강렬한 기억이 있는지 그리고 또
김괜저08:15글 속에서 읽은 글 쓰는 글에서 음식 얘기가 혹시 나온 적이 있는지 이런 얘기 좀 해보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시작을 뭘로 할까 하다가 우리가 지금 먹고 있는 카스테라를 일본에서 공수해 오신 호영이 일본에서 먹은 것에 대해서 얘기를 좀 해보면 어떨까요?
호영08:36일본에서 너무 맛있는 것들을 진짜 많이 먹었는데
김괜저08:39어디 갔지?
호영08:40일본 교토에 갔는데 교토에 친구가 살고 있거든 그리고 나는 일본 처음 갔을 때도 교토에 갔고 그래서 이번에 거기 다시 간 것도 있는데 그래서 처음에 갔을 때가 10년 전이었는데 그때도 되게 너무 좋은 의미로 충격을 많이 받았어요. 일단 교토라는 곳이 서울도 강이 있지만 도시 한가운데 근데 교토는 이제 카모가와라는 강이 있는데
호영09:08그게 한강처럼 이렇게 막 콘크리트로 쌓여져 있지 않고 그냥 모래 같이 있고 거기에 내려가서 사람들이 수영도 하고 그래서 이번에도 그냥 강에서 멍하니 앉아 있으면서 애기들이 수영하는 것도 구경하고 이러는데
호영09:27교토에서 갈 때마다 항상 놀라는 것은 한국 음식은 뭔가 메인 요리가 하나 두둥 이렇게 딱 나오고 주변에 반찬이 있잖아. 근데 교토에서 먹는 음식들은 모든 게 그냥 한 손바닥만 한 접시에 나와 그게 하나의 디쉬인데 그런 거를 한 대여섯 개를 시켜서 이제 먹는 거야. 근데
호영09:51다 너무 맛이 뚜렷하고 그래서 예를 들어서 아보카도와 미소를 약간 섞어서 만든 무언가 이런 것도 있고 그러니까 그냥 아보카도 커다란 덩어리에 미소 소스를 버무린 거 이런 거나
호영10:13그리고 막 오리고기에다가 일본어로는 파쿠치라고 불르는데 실란트로? 고수랑 그리고 약간 뭔가 유즈코쇼라고 하는 유자로 만든 약간 매콤한 짠맛이라고 해야 되나 매콤하면서 유자가 들어가니까 되게 향기롭고 그런 걸 또 버무린 그런 요리도 먹고
호영10:38그리고 당연히 여러 사시미 이런 거 근데 한국 회는 또 숙성회가 기본이 아니고 활어가 기본이다 보니까 그 약간 쫄깃한 씹는 맛이 있는데 일본은 여러모로 되게 부드럽고 뭔가 풍미가 이제 더 배어나오는 그런 음식들이 많았어요.
호영10:57그래서 사진을 찍으면서도 이게 사진으로 보면 전해지지가 않는다. 맛있겠다. 진짜 너무 행복했고 그냥 하나하나 먹으면서 너무 내적 눈물.
김괜저11:14제일 맛있었던 게 뭐야?
호영11:16제일 맛있었던 거 제일 맛있었던 거는 진짜 이제 손가락 두 마디 정도의 동그란 접시에 약간 연두부 같이 생긴 거랑 하얗고 이렇게 동그랗게 잘린 두부 같은 거랑 그 위에 이제
호영11:37무 채썬 거 이걸 약간 절인 거가 이렇게 올려줘서 나왔어. 그게 약간 ?애피타이저 같이 나온 건데 나는 그래서 이게 두부인 줄 알았는데 이게 아귀 간인 거야. 완전 크리미하고
최재원11:51그냥 입에서 녹고
김괜저11:54최재원이 고통스러워하고 있어.
최재원11:56아귀 간 되게 좋아하거든
호영11:59그런데 이게 보통은 그냥 이렇게 일본식 음식을 하는 곳에 가면은 나오는 자주 나오는 안주래. 근데 이 집이 특히 이거를 잘한다면서 친구들도 엄청 감탄하더라고. 진짜 입에서 높고
김괜저12:17나도 한 달 전에 부모님 모시고 도쿄랑 니가타 여행 갔다 왔거든 근데 거기서도 먹은 게 일본 가면 늘 먹은 거 얘기밖에 안 하긴 하잖아. 근데 이번에 또 새로운 음식 많이 접해 가지고 되게 좋았던 것 같고 일단은 가이세키요리를 내가 별로 안 먹어봤는데 료칸에서 먹을 수 있는 그런
김괜저12:40코스 요리 건데 거기도 되게 일단 기본적으로 니가타 지방이 이제 일본 중북부에 있는 지방인데 거기가 쌀이 맛있기로 유명하고 사케가 맛있기로 유명하고 그런 지방이라 가지고 거기서 나는 밥에다가 거기 또 바다가 가까우니까 수산물로
김괜저13:01이제 숙성회가 너무 맛있는 거야. 그래서 새우며 뭔지 모르겠는 여러가지 너무 맛있게 먹었고 특히 우리 갔을 때 가는 길이 좀 멀어가지고 식사 시간에 못 맞춰갈 것 같아 가지고 되게 마음 졸이면서 갔는데 거의 9시 돼서 도착했는데 그래도 거기서 반 정도 미리 좀 차림 해놓은 상태로 우리를 이렇게 위해서 기다려놓고 있더라고. 그래서 그 환대도 너무 좋았고
김괜저13:29그게 되게 좋았던 기억이 있어
호영13:33근데 나는 일본 갈 때마다 사실 식당에서 먹는 음식도 좋지만 친구네 집에서 먹는 거를 되게 좋아하는데 여행을 갈 때 항상 관광지보다 좀 그냥 사람들이 여기서는 어떻게 사는지 그런 게 더 궁금한 것 같거든. 그래서 특별히 맛있지 않더라도 친구네 집에서 늦잠 자고 일어나가지고 집에 있는 수프를 먹었는데
호영13:57그게 미네스토르네 같은 그런 토마토 수프였는데 다 모든 낮을 다 때려놓고 오랫동안 고아서 만든 것 같은 느낌의 그래서 그거를 먹으면서 친구가 하는 말이 이게 자기가 감자 칩 같은 걸 밤중에 먹고 싶을 때 먹기 위해서 만들어 ?둔 거라는 거야.
김괜저14:15똑똑하다
최재원14:16감자칩 대신? 먹기 위해서?
호영14:19감자칩을 밤중에 먹으면 안 좋으니까 근데 감자칩 대신 수프를 먹기에는 너무 질감이
최재원14:28전혀 이해가 되지 않아
호영14:29이해가 안 됐어. 그런데 아무튼 그런 것도 그런 거가 더 맛있었어 사실은 이제 그래서 일본 가면은 또 모닝구라고 하는 모닝 세트를 꼭 먹는단 말이지. 근데 가서 항상 머릿속에는 엄청 맛있을 거라고 상상을 하면 그 두꺼운 식빵에 버터 잔뜩 발라서 구워서
호영14:50그래서 이번에도 가서 먹었는데 식에 이번에 카운터석에 앉아서 어떻게 굽는지를 보니까 식당을 이제 떨리지 않은 식빵을 이제 썰고 그거를 이제 집게로 들어서 수증기를 뿌리더라고.
호영15:07분무기로 물을 뿌려서 그다음에 버터를 바르고 막 이렇게 해서 굽더라고. 그래서 촉촉한 건가 봐.
김괜저15:14발뮤다 오븐과 동일한 원리네요. 그렇구나. 근데 약간 그 양식이 재밌고 기억 속에 남아서 되게 맛있겠다라고 늘 생각하는데 먹어보면 또 그 정도는 아닌 거 일본에 되게 많잖아.
호영15:31막상 먹으면 또 그냥 야키소바에 야키소바를 빵에 넣은 거구나.
김괜저15:36정말 그냥 야키소바를 빵에 넣은 맛이 나
최재원15:40한번도 안 먹어봤어. 근데 약간 델리만주처럼 너무 맛있을 것 같은데 막상 먹어보면 그 맛이 아닌 게 있고 되게 그렇게까지 막 땡기진 않는데 막상 먹으면 너무 맛있는 게 있잖아. 너무 시원하다. 근데 국물류가 좀 그런 게 많은 것 같고. 나는 Borscht가 항상 너무 먹고 싶고 아주 맛있고 이런 느낌이 딱 들진 않지만 막상 먹으면 그게 너무 맛있는 거야.
호영16:10뭔지 나는 잘 모르겠어.
최재원16:11Borscht 러시아
김괜저16:13러시아나 동유럽
최재원16:15유럽에서 많이 먹는 그 비트로 만든 비트 그리고 야채 여러 가지 당근이랑 비트가 제일 중요하고 감자 양파 이런 게 다 들어간 수픈데 친구가 German-Russian이라 가지고 이거를 되게 할머니 때부터 내려온 레시피가 있는 거야. 근데 이걸 다 넣고 끓이는데 일단 비트가 제일 중요하고 거기서 나온 맛이 제일 약간 dominant flavor인데 얘의 팁은 이거를 끓이고 나서 그리고 이것도 된장국처럼 그 다음 날이 제일 맛있어.
최재원16:49일단 congeal하고 난 후가 맛있고 그리고 그 딜을 아주 심하다 싶을 정도로 정말 수북하게 많이 착착착착 잘라가지고 그리고 그 마늘 마늘을 이렇게…그래서 딜이랑 마늘을 버무린 다음에 그거를 올려서 사워 크림이랑 같이 올려서 약간 사워 크림이 차갑고 스프는 뜨겁고 이렇게 떠서 먹는데
김괜저17:18너무 천재다
최재원17:19너무 너무 맛있어. 먹으면 진짜 막 그냥 너무 맛있는 맛이 나는 것 같고 최근에 먹었던 것 중에 제일 맛있었던 거는… 이것도 친구 괜저도 같이 먹었는데
최재원17:34소고기? 차돌박이랑 굴.
최재원17:36미소 약간 된장, 그리고 버터 양배추
김괜저17:42맞아 그렇게까지가 주재료
최재원17:45이렇게 주재료가 들어간 수프? 탕 같은 거 했는데 그게 너무 맛있는 거야.
호영17:54소고기랑 굴의 조합은 의외인데
최재원17:57그리고 미소랑 버터까지 들어가니까 그 소고기 기름에 굴 감칠맛에 버터 향도 나고 미소 약간 우마미도 있고 양배추 시원한 맛도 있고 그래서
김괜저18:13아니 묘하게 이게 어느 나라 음식인지 모르는 것 같은 맛이 나는데 약간 모츠나베 같은 맛도 나고 왜냐하면 기름이 많으니까 근데 또 된장국 같기도 하면서 약간 굴이 들어가서 좀 봉골레 파스타 같은 맛도 나면서 되게 묘한 음식이었는데 감칠맛이 너무 우리가 친한
김괜저18:34지인이 이제 키토식을 하는 누나가 있는데 그 누나가 항상 맛있는 요리를 대접을 해주는데 그 그래서 탄수화물 많이 덜어내고 대신 기름기는 조금 있는 그런 음식으로 만든 거였는데 정말 맛있었어요.
호영18:49그게 어디 가서 먹은 게 아니라 누구네 집에서?
김괜저18:54해주셨어. 진짜 맛있었어
김괜저18:57이게 재원이랑 나랑은 어렸을 때부터 항상 맛있는 거 같이 먹으면서 감탄하면서 친해져 왔기 때문에 이 같은 이런 기억이 많은 것 같아. 예전에 재작년인가 재원이의 집에서 부모님이 재원이의 부모님이 노량진에서
김괜저19:16수산물 왕창 사오셔가지고 그거 같이 막 개 찌고 새우 까먹고 조개 다 먹고 이 이날도 너무 맛있었던 기억이 나요.
호영19:26하긴 재원은 원래 바닷가 출신이잖아.
최재원19:30거제도.
호영19:31어릴 때 그러면 해산물 진짜 많이 먹었겠다.
최재원19:34진짜 많이 먹고 낚시해서 바로 아빠랑 회쳐 먹기도 하고 바로 저를 지고 그거 그게 진짜 맛있었고 돌에 조개를 구워서 돌 밑에 불을 때. 그래서 엄청 이렇게 달군 다음에 그 위에 바다에서 막 잡아온 되게 큼직한 조개를 올려. 하… 그러면 진짜 그 조개…
김괜저19:56울지 말구
최재원20:17그게 진짜 맛있는 것 같아. 해산물 특유의 그 감칠맛이랑 아귀 간도 그렇고 성게알 뭐 이런 해산물 특유의 기름지고 약간 좀 이상한 맛. 멍게도 그렇고 조개의 그 국물에도 약간 미묘한 맛이 있잖아. 고기에서 느낄 수 없는 좀 이상한 맛이라고 해야 되나? 그 맛을 되게 좋아하는 것 같아.
호영20:40바닷물 맛이.
김괜저20:42그런데 생각해 보니까 재원이 해산물을 즐기는 면서 그게 저번 화에 얘기했던 약간 아름다운 거에는 좀 그로테스크한 게 있어야 되고 이런 거랑 되게 연결지어서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최재원20:55왜냐하면 안키모도 그렇고 우니도 그렇고 되게 좀 이상하게 생겼달까? 그리고 게 같은 것도 나 내장을 진짜 좋아하는데 오징어도 무조건 통찜으로 먹고 그 안에 근데 그걸 자세히 보면 내장도 있고 알도 있고 뇌도 있고 막 이런 게 있어. 되게 많잖아.
호영21:20생선에 대한 말 중에 막 애라고 부르는 거 있잖아. 그게 정확히 뭐지? 내장인 건가?
김괜저21:27애가 정소일 걸… 아닌가?
최재원21:29애가 안키모인 거 아니야? 애가 곤인가?
김괜저21:36곤이랑 애가 다른 거?
최재원21:39정소 정소 근데 곤이가 정소 아니야
김괜저21:44아 간이나 이런 게 애래 이리가 정소고
호영21:49여기서 안키모는 아귀 간
최재원21:51그래서 애간장을 녹인다 할 때…
최재원21:56간장은 뭐지?
호영21:59그냥 더블로 말하는 건가?
김괜저22:04간이 대장할 때처럼 간장 이렇게 얘기를 할 때가 있는데 거기에 애를 붙인 거야
호영22:10아 그런 거야?
최재원22:12거기서 애는 간 애야 아니면 사랑 애 같은 거..?
김괜저22:16사랑 애는 아니야
최재원22:20그러면 간간장 이런 건가?
김괜저22:22그런 것 같은데 근데 나도 이번에 그때 니가타에 갔을 때 니가타 주말마다 열리는 장터가 있어. 근데 장터가 이렇게 완전 시골 장터는 아니고 이렇게 건물 안에 음식 아니까 약간 좀 수산물 센터도 있고 옆에 축산물 센터도 있고 이렇게 세네 동이 붙어 있는 거야.
김괜저22:44거기 가운데에 이렇게 천막 쳐놓고 밖에서 먹을 수 있는 자리가 있어. 그날 날씨가 너무 좋고 그래서 나랑 부모님이랑 너무 신나가지고 거기 수산물센터 다 돌면서 하나씩 사가지고 이렇게 먹었거든. 피크닉 하듯이. 그런데 그날 너무 정말 음식이 다 맛있었어. 그날 먹은 게 막 뭐 고등어회도 있고 우니도 엄청 많이 먹고
김괜저23:07개살로 만든 이상한 고로케 같은 것도 진짜 맛있고 오징어 튀김에다가 진짜 많이 먹었는데 그게 정말 맛있었던 게 이렇게 밖에서 이것저것 모아서 같이 먹는 그 기분이 너무 좋은 것 같아요. 내가 <팟럭의 즐거움>이라는 글을 쓰기도 했지만 각자 가져와서 나눠 먹는 그 기분 너무 좋아.
호영23:29맞아. 그게 일본 갈 때 좋은 게 나는 항상 양을 그렇게 많이 먹지 못하는데 조금조금씩 여러 가지를 먹을 수 있어서 좋아.
최재원23:40그리고 팟럭처럼 거기 부모님이랑 갔을 때도 이렇게 사람들이랑 같이 혼자 먹어도 맛있는 게 있고 사람들이랑 먹으면 약간 배가 되는 그런 음식들이 있잖아. 국밥 같은 거는 혼자 먹어도 맛있는 거…
김괜저23:55국밥은 혼자 먹으면 더 맛있지
김괜저23:59그리고 국밥은 둘이 같이 먹으려면 서로 따로 따로 다른 쪽을 보면서 먹어야 해. 서로 마주보고 먹으면 그렇게 맛있게 못 먹어. 저번에 우리도 같이 감자탕 먹으러 갔잖아. 근데 맛있게 먹긴 했지만 좀 더 야만스럽게 먹어야 더 맛있을 텐데 이런 생각을 좀 했어. 우리가 서로 어쨌든 서로 친구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제 매너를 차리다 보니 양껏 못 먹었다.
최재원24:27일단 그런 게 라면. 라면을 미국에서 사람들이랑 먹을 때 이게 면을 이렇게 후르릅 이런 땅기는 이렇게 면이 이렇게 있고 꼬들꼬들한 게 이렇게 입술을 이렇게 타다다 치면서 이렇게 빨려 들어가는 그 맛이 되게 있는데 그걸 못하고 이렇게 들어가지고 되게 살며시 넣고 딱 끊어서 이렇게 입에 다 넣고 그게 너무 맛이 없는 거야. 진짜. 그래서 혼자 화장실에 들어가서 먹은 적도 있어.
최재원24:56너무 이렇게 깔아 먹고 싶어서.
김괜저24:59어떡해…
김괜저25:01근데 나는 그런 건 없긴 하다. 나는 혼자 먹을 때도 전혀 그렇게 안 먹긴 하거든. 근데 라면도 라면도 접시 같은 숫가락에다 이렇게 던져서 이렇게 무조건 먹고 나는 심지어 순대국밥 먹으러 가잖아. 그러면 공기밥 뚜껑을 딱 열어.
김괜저25:18공기밥 뚜껑 딱 열고 그 위에 그릇이 되잖아. 거기에 이제 순대랑 고기를 꺼내서 식혀. 그리고 따로국밥으로 밥 한 숟갈 먹고 이거 찍어 먹고 국물 떠 먹고 이렇게 해서 먹어. 그래서 거의 공기밥 남긴 거 보면 국물을 안 먹은 것 같이 남겨. 그래서 되게 사장님이 와서 물어봐. 뭘 그렇게 먹냐고
김괜저25:43팍팍 먹으라고 그러는 경우도 있어.
호영25:46이럴 때도 성격이 나온다고도 느끼는데 나는 또 내가 성격 나온다고 느끼는 나이 먹는 방식은 나는 삼계탕 같은 거 먹을 때 또는 이렇게 막 생선 뭐 이렇게 돼가지고 발라 먹어야 될 때 나는 다 바른 다음에 그다음에 먹기 시작해. 나도 나도 그냥 먹으면서 바르는 걸 못 하겠어.
김괜저26:07진짜 나랑 진짜 반대다.
최재원26:10뭐 넌 먹으면서 발라?
김괜저26:12
최재원26:12그리고 제일 맛있는 부분을 많이 먹어 아니면 그 갈치에 왜 등뼈 있는 부분이 되게 많있잖아. 더 기름기 많고 거기를 먼저 먹어 아니면 이 가운데를 먼저 먹어?
김괜저26:28가운데를 먼저 먹게 되지 않나? 그거는 거기까지 가기가 힘들다고
최재원26:32거기가 제일 가기가 쉬운데? 등뼈를 싹싹싹 발라내고 이렇게 딱 떨어져.
김괜저26:36나는 먼저 바르지 않기 때문에 일단 떠서 먹어. 앞에 하얀 고기를… 그리고 가야 될 때 가.
호영26:45그러니까 이것도 자주 내가 하는 질문인데 예를 들어서 딸기 같은 걸 먹을 때 뭐가 제일 맛있을지 보이잖아. 그러면은 그거부터 먹는지 아니면은 맨 마지막을 아껴서 먹는지.
김괜저27:00어제 딸기 먹었거든 나는 제일 물러가지고 좀 맛이 없을 수도 있고 제일 빨리 상할 것 같은 그러니까 좀 덜 좀 불완전한 애를 먼저 먹어. 그래서 남은 애를 그림을 예쁘게 만드는 편이야.
최재원27:14나도 그래. 썩을 것 같은 애들 먼저
김괜저27:18지금 내가 한 끼에 다 먹을 건데도 그렇게 먹더라고. 나는
호영27:23그러게. 나도 그런 편이었는데. 누가 해준 게 그렇게 먹으면 계속 맛없고 맛 없고 맛없고 먹다가 맨 마지막만 맛있다는 거야. 그래서 맛있는 거부터 먹으면 계속 맛있고 그러다 끝으면 맛이 없다고 해서 그렇게 먹어보고 있어요. 요새. 그랬더니 그래 진짜
호영27:44뭔가 되게 탐욕스러운 느낌이 들어. 이렇게까지 해도 되나…
김괜저27:48머핀의 크림 먼저 먹는 사람 나는 이해가 안 되거든. 나는 당연히 크림은 조금 밑에를 많이 이렇게 해서 마지막에 갈수록 크림 비중이 높아지게 먹어. 항상 머핀의 크림 부분이 있고…. 아 컵케익! 머핀은 즐거움이 없구나. 머핀은 몹쓸 음식이고
김괜저28:11컵케익을 먹을 때 이제 위아래 밸런스를 그러니까 당연히 둘 다 들어 있게 먹어야 맛있잖아. 근데 그 비중을 조금 빵이 많게 먹기 시작하다가 마지막에 가서는 그래 이렇게 크림이 많아야지. 이렇게 마무리 하는 편이야.
최재원28:24나 인스타에서 봤는데 앤 해서웨이가 컵케익 먹을 때 제일 맛있고 편하게 먹는 방법. 컵케익 밑의 부분을 반으로 나눈대 밑에 다 이렇게 이렇게 가로로 나눠서 얘로 이쪽에 겹쳐서 샌드위치처럼.
김괜저28:45그런데 나 좀 비인간적이라고 생각했어. 왜냐하면 그런데 앤 해서웨이 자체가 약간 비인간적인 수준의 그런 미모나 여러 가지 때문에 좀 오히려 좀 비호감인 때도 있었고 이런 배우잖아. 근데 굳이 이걸 따서 이렇게 하는 거 자체가 완벽한데 왜 완벽하게 먹어야 될까 이런 반감이 나는 또 들더라고.
호영29:07아니야. 근데 또 한편으로는 그게 되게 실용성을 따지는 먹기 방식이라서 앤 해서웨이도
최재원29:13나는 되게 인간적이라고
호영29:15느껴지기도 해.
김괜저29:18나는 컵케익을 보고 그렇게 바로 크림을 딱 먹는 게 아닌 그 길을 그렇게 돌아갈 수 있다니.
최재원29:29근데 크림이랑 빵이랑 나는 적절한 비율로 먹는 게 좋아. 근데 그게 비율을 되게 따져가지고 제일 마지막까지 남겨두지 않고 계속 한 입 먹을 때마다 적정 비율을 맞춰서 예를 들어서 월드콘 먹을 때도 윗부분에 아이스크림이 많고 윗 부분으로 갈수록 이렇게 좁아지니까 콘이 많잖아. 그래서 나는 위에 조금 뜯어고 밑에 조금 뜯어먹고 밑에 조금 뜯어먹고 밑에 조금 뜯어먹고 그래
호영29:56그러면 중간에 녹아서 흐르잖아.
최재원29:58그래도 그 비율이 맞는 게 더 좋아. 약간 크림 단맛과 코는 좀 더 덜 달고 바삭함이 있잖아. 그래서 얘 부드러움과 얘 바삭함이 같이 어우러진 게 좋아요.
김괜저30:16아 배고파지는데 그 우리 빵을 하나씩 먹고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배고파지는데 우리 그래도 최근에 우리가 다뤘던 또 최재원이 썼던 우리가 <오버랩> 편에서 나왔던 글에도 최재원이 편집자가 빵이나 케익류가 되어 잡아먹히는 장면을 우리가 얘기를 했었잖아. 아니, 편집자의 애인.
김괜저30:42그래서 그런 식으로 자기 작품이나 아니면 잃고 있는 작품이나 이런 데서 음식이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그거를 좀 생각해 보면 재미있을 것 같아.
호영30:53나는 최근에 쓴 글이 있는데 <탕국>이라는 제목이거든? 탕국이 제사 음식이잖아. 근데 내가 최근에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미워하는 사람에 대해서 글을 쓰라고 해서 썼는데 좀 읽어볼게.
호영31:19<탕국>부산 할머니가 만드는 탕국속 고기는 씹다 뱉은 것 같은 모양새로 냄비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다. 국자에 담아 들어올리면 덜 빠진 핏물이 보풀처럼 표면에 엉겨 있고 그대로 국자를 휘저으면 응고된 적혈구 무리가 탁한 침 같은 국물을 유영한다. 탕국속 두부는 애매한 크기의 깍뚝썰기형. 남포동 시작 한복판에서 반나절 정도 바람 쐐면서 약간 쉬어버린 맛.
호영31:47씨앗호떡 팔고 영화관 있는 남포동 말고 맨션이라는 이름의 낡은 빌라와 몸부림이라는 이름의 노래방이 신기하게도 몇 십년 째 자리를 지키는.딴 동네. 어디를 가든 우리 동네 시장이 제일 싸다 할 때 그.볕에 바랜 빨노초파 파라솔 아래 사과 하나 귤이. 바닷물의 삭은 판자 위로 이름 모를 생선이. 빨간 다라이의 오이지나 흙묻은 무가 나뒹구는 곳. 모른다. 실은.
호영32:13그 시장에서 파는 과일이 사과와 귤뿐인지. 아마 아니겠지만 부산 할머니가 사는 과일이라고는 그것 뿐이라 그것도 늘 알이 굵고 맛은 묽은 것들. 몇십 년째 당뇨를 앓고 있으니 어차피 그 과일을 먹는 건 당신이 아니다. 명절이라고 코빼기 비추는 손주나 귀신들이지. 끝.
김괜저32:36잘 들었습니다.
호영32:39이렇게 시작하는 글인데
호영32:44미워하는 사람에 대해서 글을 쓰라고 해서 부산 할머니가 떠올랐는데
김괜저32:53늘 미워하는 마음으로 쓴 글인거야?
호영32:56응. 근데 쓰다 보니까 미워하는 마음만 있진 않더라고
김괜저33:02그러네.
호영33:06근데 부산에 갈 때마다 되게 느끼는 게 음식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데 왜냐하면 나에게 할머니들은 어쨌든 음식과 많이 연결되어 있고 부산 할머니 음식을 잘 못 하셔. 그래서 이 탕국에 대한 묘사도 어쨌든 내가 이 탕국을 먹으면서 항상 억지로 먹거든. 먹기 싫은데
호영33:27갔으니까 그래서 비워야겠고 그래서 그 맛이 너무 생생한데 그걸 어떻게 묘사하면 좋을까 이런.
김괜저33:44근데 궁금한 게 나는 들으면서 독자 입장에서는 되게 애정이 묻어나는 글이라고 여겨지는데 그런 애정이 글로 표현을 하다 보니까 찾아진 것인지 아니면 원래 마음 속에 있던 게 드러났다고 생각이 드는지 이게 좀 궁금한 것 같아요.
호영34:03쓰면서는 전혀 애정을 가지고 쓰지 않았고 그냥 나는 이 탕국이 얼마나 역겨운지에 대해서 쓰고 싶었고
호영34:15그리고 그냥 거기 갈 때마다 보는 풍경 같은 거 실제로 몸부림이라는 노래방이 있어.
김괜저34:22진짜?
호영34:24너무 좋지 않아? 그래서 갈 때마다 저거 진짜 이름 잘 지었다라고 생각하는데
김괜저34:30팟캐스트 제목으로 해서… 너도 똑같이 생각했지?
호영34:39근데 되게 진짜 몇 십 년 된 간판에 좀 글자가 떨어지고 있는 그런 빨간색 글씨 몸부림, 뭔가 딱 상상이 되잖아.
호영34:50아무튼 부산 할머니 요리를 잘 못하시고 본인도 딱히 먹는 거에 재미를 느끼면서 밥을 드시는 것 같지가 않아. 근데 제사라는 걸 해야 되니까 당연히 다른 사람들이 도와주기는 하지만 탕국은 할머니가 미리 끓여놓을 거 같거든. 그것과 대비해서 나의 이제 또 다른 할머니, 예산 할머니가 있는데 예산 할머니도 너무 요리를 잘하셔. 너무 나와 취향에 맞는 요리인 거야.
호영35:18그래서 막 김치를 할 때도 항상 감이나 배 이런 거를 넣어서 되게 산뜻하고 엄청 청량한 맛을 만들어내는데.
최재원35:30맞아. 감을 넣어야 돼.
호영35:32색이 항상 설명하고 예쁜 요리를 하는데 부산 할머니의 집에 있는 것들은 음식을 비롯해서 모든 것이 좀 해져 있고 색이 칙칙하고 거뭇거뭇하고 이런 것들이란 말이야. 그래서 항상 거기 가면은 또 어쨌든 내가 특별히 부산 할머니가 나한테 뭘 어떻게 하진 않았는데 그냥 부모님과 할머니의 관계 때문에 내려져 오는
호영36:01내가 갖게 되는 어떤 사람에 대한 감정이 있잖아. 그거 때문에도 이 사람을 나는 애초에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그런데 음식도 내가 보기에는 볼품 없고 맛이 없다. 그러니까 싫어. 만약에 어릴 때부터 그렇게 된 관계였어. 근데 이거를 쓰고 이렇게 자세히 쓴 거를 나중에
호영36:26보여주니까 다른 사람들한테 그 사람들이 나한테 근데 싫어하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고 그러더라고. 그래서 나도 그러고 쓰면서
호영36:37내가 이 사람을 싫어하고 또 절대 좋아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다른 장면들도 있었구나라는 걸 쓰면서 알게 됐어.
김괜저36:52그러네.
최재원36:54호영 글 읽을 때 항상 그런 게 많이 느껴지는 것 같아. 할아버지 나오는 글도 그렇고. 뭔가 양가적인 감정이 들었다는 게 되게 많은 것 같아.
김괜저37:13맞아. 뭔가를 되게 자기가 싫어하는 거를 이렇게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게 그냥 단순히 싫어하는 게 아니라는 걸 발견하게 되는 것 같은데 그런 글쓰기를 많이 하는 것 같고 그게 독자한테도 되게 다가오는 것 같아.
최재원37:32근데 어떻게 보면 사실 되게 엄청 인생에서 나에게 되게 의미 있는 사람에게는 완전 한 가지 마음만 가지는 게 쉽지가 않잖아. 역사 이 사람이랑 역사도 있고
최재원37:50좋은 마음이 있으면 서운한 마음도 있을 거고 미운 마음이 있으면 거기서 약간 애증의 마음이 있을 수도 있고 되게 그래서 그런 것 같아. 내 인생에서 되게 나에게 임팩트를 남긴 사람들은 완전 내가 이 사람이 미워만 하면 별로 나에게 그렇게 크게 임팩트가 또 없을 것 같은데.
김괜저38:13나는 가까이 그러니까 또 우리가 싫어하는 사람이랑 굉장히 가까운 곳에 있어야 되는 경우에 그 사람을 얼굴을 대면하고 그 사람이랑 싸우거나 대화하고 있거나 이럴 때는 되게 내 마음이 양가적이지 않고 되게 분명한 거 같이 느껴진다. 이 사람 내가 진짜 짜증나 진짜 짜증나 이러면서 계속 대하니까. 근데 가끔 왜 예를 들어서 그 사람이 뒤돌아서 신발끈을 묶고 있고 내가 그 뒤통수를 바라보고 있어. 그럼 그런 순간에 순간적으로 되게
김괜저38:45내가 이 사람한테 무슨 마음인 거지? 이런 질문들이 갑자기 확 밀려올 때가 있는 것 같아. 근데 그게 그 사람이 뭔가를 하고 있는 거를 내가 한 발짝 떨어져서 지켜볼 때인 것 같거든 그래서 그런 순간을 상상하는 게 되게 우리가 대하는 사람을 인간대 인간으로 좀 보게 해 주는 것 같다고 생각이 들어. 나는 그럴 때 되게 진짜 좀 드라마틱하게 막 이렇게 진짜 영화에서
김괜저39:13악당 뒤통수를 내리치려고 하는… 모르겠어되게 그 사람이 굉장히 vulnerable하게 있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이 사람한테 대한 마음을 거둬야 되나 이런 고민을 하기도 하고
김괜저39:33그런데 또 음식을 만든다는 거는 굉장히 본능적인 거고 그러면서도 되게 즐거움에 가득 차 있는 거기도 하고 그 사람은 나름대로 굉장한 너 목적 의식 누구를 먹여 살려야 된다 아니면 이 음식을 맛있게 만들어야 된다 이런 생각으로 일을 하고 있는 걸 보는 거니까 되게 그걸 보면서
김괜저39:55그 사람을 그 사람에 대한 단순한 미움 같은 거를 계속 홀드하기가 되게 어려운 것 같기도 해.
최재원40:03맞아. 근데 아까도 말했듯이 가까운 사람이랑 되게 가깝다기보다는 어쨌든 뭔가 끊어내기 어려운 그게 혈연이든 아니면 다른 관계든 간에 끊어내기 어려운 사람이랑 있을 때 그런 되게 복잡하고
최재원40:24그런 생각이 드는데 그런데 또 어쨌든 이 사람이랑 같이 있으면 예를 들어서 12시간 이상 있으면 어쨌든 밥은 먹잖아. 그 시간 동안 배는 어쨌든 고파지고 그래서 밥을 해 먹는데 탕국도 그렇고 괜저가 그때 쓴 글에도 된장찌개… 이게 책에 나왔나? 아니면 그냥? 아 책에.
최재원40:50밉지만 된장 찌개는 끓여먹인다는 얘기가 나오고.
김괜저40:55그게 빅마마… 이름 뭐지? 요리 연구가 이혜정, 그 분이 한 말이었어. 너무 미워도 굶겨 죽일 순 없잖아요?이런 식으로 방송에서 아무렇지 않게… 근데 내가 저번 통화에서도 얘기했지만 박완서 <그 남자의 집> 읽는데 거기도
김괜저41:21박완서라고 할 수 있는 소설 속 화자가 시어머니 밑에서 시집살이를 처음 하면서 그 시어머니가 음식에 엄청 연연하는 시어머니라서 그 아래서 어땠는지를 글로 쓴 부분이 있단 말야.그 아까 우리 막 아귀 얘기하고 애 얘기하고 하면서 그게 생각났는데 민어를 사오라 그래가지고 민어를 사러 가는 장면이 있어.
김괜저41:47민어는 또 어디서 사야 되고 살 때는 어떻게 해야 되고 민원은 엄청 크고 귀한 생선이니까 그거를 또 어떻게 가공을 해야 되고 이런 걸 엄청 까다롭게 까탈스럽게 그 시어머니가 막 하는 거야. 근데 그러면서 이 며느리한테 시킬 생각도 별로 없어. 자기 건 거야 이게 되게. 근데 그걸 바라보는 이 며느리인 화자의 시선이 되게 복잡하게 느껴지거든.
김괜저42:12일단 그 음식들은 너무 맛있긴 해. 물론 진짜 그 재료와 그리고 시장에 가는 것도 너무 즐겁긴 해. 근데 이 집 안은 뭐 이렇게 먹는 거 타령만 하나 하는 그 판단과 약간 깔보는 그 마음도 같이 있는 거야. 그게 너무 그 부분이 너무 현실적이라고 느껴지고 오히려 이 화자가 그렇게 와 맛있겠어요~ 이렇게 하는 장면이 아니라서 더 맛있게 느껴지는 거 있잖아 왜 맛집 프로그램 같은 것도 대박
김괜저42:41진짜 존맛탱 마 이러면 맛이 없게 느껴지는 것처럼… 그냥 덤덤하게 먹는 고독한 미식가 이런 게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처럼. 그럼 그 사람의 좀 마음의 허기와 마음의 복잡한 상태와 이런 걸 얘기를 해 주니까 더 음식이 맛있게 느껴지는 거 같아. 거기서 나는 한 조금 구절을 읽어볼까 해.
김괜저43:06시어머니는 두 주머니의 기다란 알이 다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채판 위에 눕히고 소금을 뿌렸다. 장인의 손길처럼 자신 있고도 신중한 손놀림이었다. 날씨가 궂지 않아야 할 텐데. 마치 굉장한 일을 하고 나서 진인사대천명이라고 말하는 두였다. 저게 군내 안 나고 윤기 나게 말라 어란이 되기만 하면 오늘 이 민어는 거저먹는 거나 마찬가지란다.
김괜저43:30명월관이나 국일관 같은 고급 요리집에서 어란은 최고로 비싼 술안주라는구나. 피리창처럼 얇게 썰어서 접시에나 펴놓고 몇 천 원씩 받는다니까. 그러고 나서 민어의 몸은 횟거리와 찌갯거리, 구이용으로 나뉘어졌다. 대가리가 워낙 컸으므로 회와 구이용으로 좋은 살을 발라내고 남은 뼈와 살까지 합치니까 큰 냄비로 하나 가득했다.
김괜저43:52곰국을 끓일 때나 크는 쓰는 큰 솥에다 애호박 썰어넣고 고추장 풀고 끓인 민어 찌개 맛은 준치국과는 또 다른 달고 깊은 맛이 있었다. 민어 찌개 끓일 때는 보리고추장을 써야 하고, 회 먹을 때 쓰는 초고추장은 찹쌀고추장으로 만들어야 하고, 미어구이는 연탄불에 굽지 말고 숲불을 피워서 양념장을 발라가며 반짝반짝 윤기가 나게 구워야 한다는 자세한 설명을 하면서도 시어머니는 그걸 나에게 가르칠 뜻이 있는 것 같지 않았다.
김괜저44:21다 손수 하는 게 그렇게 신바람나 보일 수가 없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저 신바람을 잘못 건드리면 고부간에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이 오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
호영44:34너무 저 어람이 진짜 맛있을 것 같아. 그치?
김괜저44:37너무 탐스럽지? 먹어보고 싶어. 진짜. 어란 올린 파스타 같은 거 요새 많이 하잖아 그거 되게 먹어보고 싶어. 그런데 나도 민어를 처음 먹었을 때가 기억이 나는 게 이게 고급 생선이다 보니까 먹을 일이 별로 없잖아. 그런데 저번 예전에 할아버지 살아계실 때 같이 이제 가족 식사를 하려고 민어집에 갔는데 민어탕을 주는데
김괜저45:02내가 생선 육국을 그렇게 안 좋아하는데 너무 맛있는 거야 진짜 근데 맛있는 게 특별한 새로운 안 먹어본 맛있다가 아니라 그런 모든 생선국에서 조금 여의치 않았던 부분을 싹 걷어내고 진짜 정수만 남긴 그런 맛 진짜 잘 만든 맛 고급 맛 이런 느낌이었어. 그 생선 살결도 막 진짜 그냥 대구탕 이런 거에서 못 느껴지는 야들야들한 그게 있으면서 국물도 적당히 기름지면서 또 깊으면서 너무 맛있고
김괜저45:34복어탕이나 이런 거랑 또 다른 또 맛이 있고 진짜 맛있었어.
호영45:39맞아. 뭔가 음식이 맛있을 때는 사실 그거가 어떤 맛이다도 있지만 뭐가 아니다고 설명을 많이 해야 되는 것 같아. 여의치 않은 부분들이 없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김괜저45:56그래서 디저트가 너무 달지 않고 이런 말 꼭 하는 이유가 그냥 뭔가 균형을 잘 잡았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 그 말을 하는 것 같아. 사실 졸라 단데.
호영46:09근데 그렇게 디저트를 칭찬하는 게 되게 아시아적인 칭찬이라고도
김괜저46:14그렇지. 그렇지.
호영46:16그렇게까지 안 달아. 이게 약간 최고의 칭찬인 게
김괜저46:19왜 그런 걸까? 두려움인가? 단 거(danger)에 대한 두려움인가
최재원46:24난 탕국이 되게 신기한 음식인 것 같아.근데 들으면서도 그 묘사가 되게 뭔가 되게 싫고 막 이런 마음이랑 약간 피가 엉겨 붙어서 그게 침을 뱉은 것 같은 그 이렇게 피 섞인 거에 막 퍼지고
최재원46:43특히 두부가 약간 밖에 있어서 반쯤 쉰 것 같은 그 맛이 너무 뭔지 알겠는데 또 한편으로 내가 그 예전에 제사를 지낼 때 되게 요리를 잘하는 큰엄마가 있었는데 그런데 이 맛이 그래서 엄청 맛있기는 맛있어. 그래서 나는 탕국을 항상 먹고 싶었고 그 오징어 말린
최재원47:07뭔지 오징어 말린 게 들어가는데 무도 들어가고 소고기도 들어가니까 이것도 되게 복합적이면서 또 좀 이상한 맛이 난단 말이야. 그래서 근데 또 되게 맛있어. 근데 또 이게 무슨 말인지 알겠어 약간의 그 신맛 같은 것도 나고 근데 이게 죽은 사람을 기리는 제사를 할 때 왜 탕국을 이게 너무 잘 맞는 거야 여기에 예를 들어서 막
최재원47:34소고기 무국이라든지 된장찌개라든지 이런 건 정말 안 어울리잖아 김치찌개 이런 거는 그래서 이게 되게 내가 그런 오묘한 느낌을 받는 것만큼이나 뭔가 되게 왜 이거를 제사 때 쓰기로 결정을 했을까?
김괜저47:57약간 미네랄의 맛? 약간 피 맛이나 아니면 뼈 맛이나 이런 데서 느껴지는… 그런 맛 근데 비린맛도 그렇고…약간의 지방색이 있을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든 게 이제 부산집이나 아니면 경남집 에 재사 문화랑 또 다를 수 있는 게 나는 중부지방 제사다 보니까 쇠고기 무국 같은
김괜저48:27비린내 나는 게 거의 없는 제사를 지내는데 근데 거기서도 나는 조금 좋은 부분은 제사상에도 올리긴 하지만 우리가 먹으려고 큰엄마가 그 제사를 할 때 항상 해주셨던 음식이 토란국인데 토란을 넣으면 살짝 쿰쿰하면서 좀 땅의 느낌 그 맛이 나. 그걸 되게 좋아했던 그러니까 그냥 되게 잘 만든 평범한 소고기 무국이었으면 그렇게 기억에 남지는 않을 텐데 토란국이 되게 항상 기억에 남았던 것 같애
호영48:57나도 토란국 너무 좋아해.
김괜저49:01뭔가 진짜 조금 약간의 이상함이 있어야 그게 완성되는 것 같아. 그냥 감자 넣어 봐. 그러면 너무 그 맛이 아닌 거지
호영49:13토란은 왜 끈적한데 맑다고 느껴질까?
김괜저49:18그리고 되게 그 국에 있는 것 중에서는 굉장히 딱딱한 건데 먹어보면 너무 크리미하고 더 부드럽잖아. 그런 것도 되게 신기한 것 같고
호영49:30음식하니까 또 생각나는 게 내가 어제 여행 갔다가 돌아와서 어제가 첫 이제 그냥 하루였는데 그래서 집에 있는 여러 남아 있던 음식 재료들로 요리를 했거든 근데 오이가 있었어.
호영49:46근데 냉장고가 너무 온도가 낮게 설정돼서 오이가 언 거야. 근데 그래도 상한 건 아니니까 먹어야겠다 싶어 가지고 오이를 썰었는데 ? 오일을 써니까 내부가 그냥 얼음 결정이더라고. 그래서 약간 오이가 좀 약간 박처럼 왜 수세미나 박 이렇게 자르면은 그냥 이렇게 섬유질 구멍들로 구성되어 있잖아.
호영50:12그래서 오이 안에 그냥 얼음이 약간 이파리 가루로 한 모양처럼 얼음이 계속 적혀 있고 그냥 오이 썰면서 계속 얼음이 나오고…
호영50:22그게 재미.
최재원50:24오이가 되게 안에 물이 많으니까 그게 결정처럼 이렇게 거미줄처럼 쫙 돼서
호영50:30그렇게 되어 있었어. 두부도 얼린 두부를 막 재료로 쓰기도 하잖아. 얼렸다가 이제 물 빼는 그런 거 약간 그런 생각도 나고
최재원50:39뭐 해 먹었어 오이로?
호영50:40오이랑 두부를 그냥 이렇게 손으로 뜯어서 두부 볶은 거랑 오이랑 약간 두반장이랑 이런 거를 섞어가지고 볶음 요리를 했어.항상 두부를 제일 좋아하기 때문에 거의 집에서 뭔가 해먹으면 양식이 아닌 이상 두부를 먹게 되는 것 같아.
김괜저51:07나는 어제 음식에 대한 질감에 대해서 어제 뭘 보다가 느꼈냐면 유튜브에서 비건 음식 하는 유튜브 유튜버가 있는데 대만식으로 삼겹살을 간장에 졸여지고 밥에 올려 먹잖아. 그거를 비건으로 만들어보는 그런 영상이었단 말이야. 근데 삼겹살의 비계와 그걸 하기 위해서 이제 비건 프로틴, 소이 프로틴을 일단 콩 단백질을 일단 넣고
김괜저51:36콩 단백질에 코코넛유를 어떻게 살짝 가공을 한 거를 기름층으로 만들어가지고 그걸 켜켜이 쌓고 그거를 얇은 유부에다가 감싸가지고 이렇게 찐 거야. 그래서 그게 썰었을 때 그 소스를 흡수하고 썰었을 때 그게 야들야들하게 그렇게 삼겹살처럼 되게끔 만든
김괜저52:01너무 궁금했어. 너무 먹어보고 싶었어.
호영52:04어떻게 유지가 될까?
김괜저52:05그런데 그분은 약간 망한 영상이라서 모양 유지가 안 됐다라는 건데 그걸 레시피를 원래 개발한 분은 되게 잘됐대.그래서 그것도 되게 신기하고 그럼 비건으로 고기나 이런 거 구현하는 음식 영상을 볼 때마다 맛을 맛이랑 텍스처를 별도의 곳에서 찾아와야 되잖아. 텍스처는 텍스처고 맛은 맛이고 다른 데서 따와야 하잖아. 그래서 약간 더 음식을
김괜저52:33이런 엔지니어링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돼가지고 되게 재미있는 것 같아. 그리고 우리 음식 음식에 대해서 즐거운 얘기를 많이 하기는 했는데 나는 음식에 대해서 되게 강렬했던 최근 기억이 <더 웨일>이라는 영화를 보고 나서였거든 그게 작년 말에 나왔던 영화인데 그 영화에서 주인공이
김괜저52:59굉장히 거구의 초고도 미만인 남자로 나오는데 그 사람이 거의 이제 너무 혈압이나 제 심장이나 이런 게 안 좋아서 거의 이제 집에서 죽어가고 있는 상태인 거야. 근데 그러면서 자기 얼굴을 가린 채로 줌을 통해서 온라인 강의를 글쓰기 강의를 해.
김괜저53:19근데 내가 이걸 봤을 때가 동해에 가서 독감에 걸려가지고 의자에만 앉아가지고 그날 새벽에 있을 글쓰기 세미나를 준비하고 있을 때라가지고 너무 이게 와닿는 거야. 그리고 내가 고도 비만은 아니지만 음식에 대한 그런 생각이 음식에 몸에 대한 생각이 굉장히 좀 이랬다 저랬다 했었을 때도 많고 했어가지고 너무 그 영화에 몰입해서 봤는데 그 영화가 되게 강렬하지만
김괜저53:49약간 불편한 부분이 있어. 왜냐하면 너무 그 거구의 사람을 너무 조금 가학적으로 묘사하는 것 같은 장면들이 있어. 그러니까 마치 그 정도의 비만이 되면은 절대로 행복한 삶을 살 수 없을 것처럼 느껴지게 영화를 만들었다 보니까… 그게 물론 이 사람의 이 개인의 인생에는 맞지만. 그래서 중간에 엄청나게 먹어 치우는 장면들이 나오는데 그게 되게 힘들어 보기가
김괜저54:15막 피자를 접고 접고 그 위에다 냉장고에 있는 걸 다 부어서 먹는데 자기 파괴를 위해서 먹는 거야 그 주인공이 힘들 때. 근데 그걸 보면서 배우도 너무 힘들었겠지만 나도 너무 힘들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봤거든. 그리고 그 영화를 보고 나서 내가 최근에 작가 록산 게이의 글을 많이 읽고 그분의 팟캐스트를 많이 듣고 있다 보니까, 근데 록산 게이가 비만인 거에 대한 글을 많이 썼거든 그래서
김괜저54:46그 사람이 이 영화를 보고 뭐라고 생각했을까가 궁금해서 찾아보니까 칼럼이 있더라고. 근데 비판적인 칼럼이었어. 비만인을 이렇게 묘사하면 안 된다. 물론 나도 보고 엄청 울었지만 이렇게 묘사하면 안 된다라는 글이었는데 그 두 가지 시선 모두가 되게 공감이 되면서
김괜저55:08내가 먹는 게 나의 어쨌든 먹는 사람을 먹을 때 결코 그냥 영양분을 위해서 먹지 않잖아. 이제는 진짜 그거에 대한 그게 나의 뭔가 정서적인 만족이나 결핍이나 뭔가를 채우기 위해서 먹을 때가 굉장히 많은데 그거를 우리가 어떻게 바라봐야 될지에 대해서 좀 생각이 많아졌던 것 같아요.
김괜저55:29그러고 나서 록산 게이의 <헝거>라는 책을… 이제 그 사람이 그 주제에 대해서 쓴 책을 읽었는데 되게 또 감명을 받았어. 근데 감명을 받은 게 쉽게 말하면 록산 게이가 어렸을 때 성폭행 피해를 입고 자신이 인생에서 힘들 때 먹기 시작했고 그게 자기가 어떻게 보면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 내 몸집을 키우고
김괜저55:55그런 남성들의 시선으로부터 자기가 보호받기 위해서 먹었던 심리를 서술을 하고 있는데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약간 그런 설명이 충분한 설명일까? 아니면 그냥 나중에 끼어 맞추면 그렇게 느껴지는 거 아니야? 이렇게 솔직히 생각했던 것 같거든. 근데 실제 책을 보면 절대 그런 소리가 못 나오는 거야. 그 사람이 실제 책을 이제 글을 써놓은 걸 보면
김괜저56:19아 이 사람한테 이게 진실일 수밖에 없다는 게 너무 다가오고 그래서 그걸 보면서 아 글이라는 게 이래서 힘이 있는 거구나 그냥 이걸 줄여서 한마디로 해놨을 때는 느껴지지 않는 게 이 글을 다 읽었을 때는 너무 느껴지는 게 있구나, 그걸 되게 많이 느꼈어. 그래서 나도 한동안 되게 어렸을 때 내가 먹는 거를 되게 좋아하는데도
김괜저56:42양껏 안 먹는 거에 대해서 되게 집착이 좀 있었거든 그래서 항상 밥은 일단 남기고 아니면 나 간식을 먹더라도 밥은 적게 먹고 이런 게 내가 되게 있었어. 근데 그런 거를 최근 한 3~4년 동안 좀 상담도 하고 운동도 하고 하면서 많이 좀 바꿔 나가고 있는데 그 마음 속에 있는 게 뭔지를 최근에 본 이 두 텍스트가 나한테 되게 깊은 곳에서 얘기를 해 준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
김괜저57:15그랬던 것 같아.
최재원57:17근데 음식에 대해서 얘기하다 보니까 이 주제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도 많고 더 이어서 얘기를 해보면 좋을 것 같아. 음식에 대해서 좋은 기억도 많지만 뭔가 거기에 아픈 기억에도 음식이 항상 끼어 있는 것 같고 음식 생각하면 생각나는 사람도 있고
최재원57:36근데 음식을 그냥 먹는 것만으로도 약간 해결되는 또 마음도 있고 그래서 이런 거에 대해서 이어서 얘기를 해보면 어떨까?
김괜저57:45그러면 오늘은 우리가 얘기할 시간이 대충 지나긴 했으니까 여기서 한번 끊어가되, 그리고 지금까지는 한 편의 한 주제만 얘기를 했는데 다음 10일 후 화에서 이어서 음식 얘기를 조금 더 깊이 있게 해보는 걸로 합시다. 그럼 자연스럽게 10호, 특별호를 무료로 들어보신 분들은
김괜저58:0611화에서 또 얼마나 재미있는 얘기가 나올까… 그냥 표면만 훑어었데도 이렇게 재밌는데!
호영58:15너무 할 말이 많다.
김괜저58:1711화에서 많이 따라와 주시면 좋을 것 같고 지금 홍보를 좀 하자면 스테디오라는 앱에서 한 달에 2천 원으로 구독하실 수 있고… 우리가 이 부분은 별로 홍보를 안 한 것 같아요. 사실 그래서 지금까지는 원래부터 우리를 많이 지지하고 읽어주시는 분들이 많이 구독하고 계시고 너무 감사한데 다른 분들도 이제 오셔서 들어주시면 재미있는 얘기를 계속 해드릴 수 있겠다라는 자신감이 좀 생겼습니다. 그래서 한 달에 2천 원 돈값은 충분히 할 거다라고 생각을 합니다.
김괜저58:47그러면 또 몇 주 만에 한 번 우리 33명으로 늘어난 우리의 후원자 말동무분들을 이름을 불러드리면서 마무리를 해봅시다. 재원부터 읽어보시겠어요?
최재원59:03안티구라민 님, 몰름보 님, 문상훈 님, 걔인 님, 손호성 님, 금개 님, lee 님, 조센세 님, 당케 님, 돌기민 님
김괜저59:17휸 님, 정규환 님, sojeflux 님, 용하 님, 서니 님, test 님, 이끼 님, 사라 님
호영59:36eyw 님, sugarless 님, 고탱 님, 겨울매미 님, 미슨 님, 아스피린 님, 김영주 님, 일양 님, 지안 님, 밤눈 님, 최소영 님
김괜저59:43감사합니다.
호영59:44감사합니다.
김괜저59:45네 오늘 들어주셔서 감사하고 그러면 다음 주에 또 11화 음식 파트 2로 찾아오겠습니다. 우리도 뭐 좀 먹고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최재원59:56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