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6 – 그림이랑 더 비슷한 글

스테디오도 없고 스마트폰도 없던 멀고 먼 옛날 사람들은 손으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서 책을 만들었다는데. 내 마음에 드는 글을 쓰고 책을 만들지 못하는 것이 혹시 시대 탓은 아닐까? 거품도 없고 물도 없는 오래된 욕조에 가만히 몸을 담궈보아요.

  • 때밀이 수건에 감사함을 느끼는 호영
  • 배저 배저 배저 배저 머쉬룸
  • 현세에서는 좀 보기 어려운 그런 정도의 것들
  • 에고가 거의 어떻게 보면 안 묻어 나온다고
  • 너무 열심히 했는데 이상한 것
  • 의자도 쇼파도 막 회색이면 코끼리로 그리는 거야
  • 거기 내가 있었어야 됐어
  • 술술 안 읽히는 거 써야지
  • 모든 페이지마다 다른 곳에 구멍을
  • 잘못 그리면 그냥 그 책 전체가 날라가
  • 한 장에 한 8자 정도
  • 물을 받지 않고 욕조에서 잠옷 입고 손글씨
  • 나도 숨찬데 할머니는 지금 말도 못 하고 계셔
  • 나는 엄마가 미술관을 진짜 좋아하는 줄 알았어
  • 특별 녹음하고 거제도 공개방송

스테디오(Steadio)에서 월 2,000원에 말동무가 되시면 최신 에피소드와 부수 콘텐츠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괜저00:02안녕하세요 회사원 김괜저입니다.
호영00:08정체성이 점점 확립되어 가는 것 같네요.
김괜저00:12네 늘 회사원이었는데 내가 정신을 못 차리고 회사원 아닌 척을 하면서 살다가 아 그래 회사원이지 나는 라고 깨닫고 있는 요즘입니다.
호영00:23유독 회사원이시군요.
김괜저00:24네 행복합니다.
호영00:33안녕하세요. 저는 때밀이 수건에 감사함을 느끼는 호영입니다.
김괜저00:40때밀이 수건에 감사하며, 때밀이 수건에 왜 특히 감사하셨나요?
호영00:46왜냐하면 제가 어제 이틀, 2박 3일 일본 여행을 갔다가 어제 밤에 집에 왔는데 너무 지쳐가지고 오늘 아침에 일어나 보니까 내가 불을 다 켜놓고 잔 거야. 그냥 잠깐 누워야지. 이러고 누웠다가 잠든 거 있잖아. 그랬는데 그래서 일어나 가지고 막 씻으면서 집에서 그동안 여행 중에 하지 못했던
호영01:14때밀이 수건으로 몸을 씻었더니 너무 개운하고 좋다. 왜 숙소에서는 주지 않는… 숙소에서 그런 바디 타월 이런 거 줘도 너무 부드럽잖아. 그래서 계속 씻으면서도 이게 씻은 건가? 이랬어.
김괜저01:35나도. 나는 오히려 나는 되게 부드러운 걸 집에서 썼었거든. 그래서 참 되는가 마는가 하다가 숙소에 갔는데 숙소에서 준 게 되게 까칠한 게 있어가지고 그게 되게 마음에 들었다.
최재원01:49난 아예 안 쓴 지 진짜 오래된 것 같아. 아예 샤워볼도 안 쓰고 아무… 그냥 손으로
김괜저01:57자연인이시군요… 그 근데 나도 잘 안 쓰긴 했었는데 그 볼만 쓰는데 볼은 되게 부드럽잖아.
최재원02:04근데 난 볼을 처음 썼을 때가 미국에 왔었을 때인 것 같은데 그때 너무 충격받은 거야. 그렇게 거품 진짜 조금 해도 거품이 진짜 이렇게 되고 엄청 보들보들해지잖아. 그래서 진짜 그 뒤로는 더 많이 나는. 엄청. 주름이 더 많을수록 더 많이 나니까.
최재원02:29그런 애들을 찾아서 막 엄청 열심히 썼는데 어느 순간부터… 뭔가 그렇게 됐네.
김괜저02:36어제 머리 자르러 갔는데 이발소에 직원분이 오소리 털로 만든 면도용 브러시 있잖아. 그걸로 이렇게 비누 거품을 내서 이렇게 이렇게 막 돌려가지고 그릇에 돌려가지고 거품 막 이렇게 내는, 터키 아이스크림처럼 거픔 내는 그거 해줬거든 그것도 생각났어.
호영02:58근데 또 그런 거는 어떻게 하필 오소리 털이야
김괜저03:02그러니까 오소리 털 만한 게 없대. 그래서 그게 약간 비건 대체 제품을 만들기가 어려운 제품 중에 하나라고 하더라.
호영03:12오소리라는 말 되게 오랜만에 들어. 약간 동화 속에서만 들었던 동물 이름 같아.
최재원03:18오소리가 뭐지? Badger인가?
김괜저03:21Badger
최재원03:22약간 여우처럼 생긴
호영03:24근데 털 무늬는 너구리 같은, 그런 거 아니야?
김괜저03:27흑백 맞아. 그레이 스케일의 삶을 사는…
최재원03:34포유류지?
호영03:39지금 찾아봤는데 눈코에서부터 눈하고 귀까지 이렇게 일자로 쭉 이어지는 까만 그 줄이 있어. 직선의 스트라이프가 있어. 엄청 귀엽다.
김괜저03:53우리 중고등학교 때 2000년대 후반에 유행했던 초창기 유튜브 밈 같은 거 중에 Badger Mushroom 송 이런 게 있었거든 배저 송이 있었고.
김괜저04:12배저 배저 배저 배저 머쉬룸… 역시 다 기억하는군!
김괜저04:18거기서 그런데 그 뮤직비디오처럼 사람들이 각자 만든 거에 보면 그 배저들이 나와서 배저 배저 배저 이러는 게 있어. 그걸 생각했어.
최재원04:30어떻게 그게 기억이 날 수가… 확실히 옛날 어렸을 때 들은 거는 진짜 잊어버리지 않는 것 같아. 정말 신기하다. 지금 어떻게 그렇게 기억이 잘 나지?
김괜저04:45나 얼마 전에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는데, 뭐 충격적이지 않을 수도 있는데… 내 친구가 민중가요 내지는 민중 퍼포먼스 같은 거 하는 그런 친구가 있는데 얼마 전에 어떤 작곡가?
김괜저05:04어떤 분을 만났는데 그분이 2000년대 초반에 대히트를 쳤던 <Fucking USA>라는 곡의 작곡가라는 거야.
김괜저05:17Fucking USA라는 거 기억나? 혹시 그게 그 광우병 사태 때 굉장히 유행했던 인터넷에서 진짜 반미 노래거든 그게 우리 중학교 12학년 때 진짜 모든 중학생 애들이 다 부르고 다녔던…
최재원05:36나는 처음 들어봐.
호영05:37나도 그런 걸 들었던 기억이 있어. 왜냐면은 그 당시에 또 뭐 별일이 다 있었어 쇼트 스케이트에서 안톤 오노 일이라거나…
김괜저05:47아 맞아. 맞아. 오노 그때였어.
호영05:50그것도 겹치고 이런저런 반미 그런 정서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그런 여러 상황들이었어.
김괜저06:00오노가 일본계 미국인 선수였던 거잖아?그러니까 참 묘하게 맞아 떨어져가지고… 그때 그래서 그 가사도 되게 다 외웠고 애들이 막 진짜 그냥 약간 북한에서 만든 것 같은 가사.’이런 나라를 보았나 비열한 나라 퍼킹 USA’ 이런 노래야. 미국에서 잠깐 살다가 온 입장에서 난 초등학교 끝날 졸업할 때까지 미국에 있다가 바로 온 거니까 퍼킹 USA라는 제목의 곡이 있다는 게 너무 약간…
김괜저06:35그러니까 미국을 싫어할 수 있다는 게 충격적인 게 아니라 표현이 너무 충격적인 거야.
호영06:40어떻게 제목을…
김괜저06:42이렇게 지을 수 있지 라고 생각이 들어가지고 되게 충격이었어.
호영06:47아 그걸 다 애들이 다 부르고 다녔다는 거.
김괜저06:50애들이 다 불렀을 뿐만 아니라 우리 중학교 때 그때 다 반마다 다음 카페 네이버 카페 그땐 다 다음 카페 만들잖아. 근데 우리가 6반이었거든 1학년 6반. 그래서 카페 주소가 ‘퍼킹 6SA’였어… 아무 이유가 없이.
호영07:11참…
김괜저07:14하여튼 재원의 인사를 들어봅시다.
최재원07:16안녕하세요. 저는 일주일 전에 녹음했으면 좀 다른 톤으로 녹음을 했을 텐데 잘 지내다가 약간 또 최근에 좀 아파가지고 좀 아픈 재원입니다.
김괜저07:36재원의 바이오리듬이 바닥을 이렇게 칠 때 녹음이 계속 겹치고 있어가지고 두 번째…
호영07:43근데 기분이 기분이랄까 아무튼 상태가 좋았을 때는 그러면 뭐를 했어?
최재원07:50몸 괜찮았을 때는 일단 일하고 그리고 최근에 칼릴 지브란(Kahlil Gibran) 시인 근데 이 사람이 난 몰랐는데 그림도 그렸더라고. 드로잉도 그리고
최재원08:09원래는 일러스트레이터로 일을 해가지고 그런 여기에 드로잉 센터라고 소호의 드로잉만을 전문으로 하는 뮤지엄 약간 갤러리 겸 뮤지엄 인 곳이 있는데 거기에 되게 좋은 전시가 많아 항상 근데 칼릴 지브란 전시가 있어서 그걸 봤는데 너무 좋았다.
최재원08:33그게 진짜고 그냥 전반적으로 되게 좋았어. 날씨도 뉴욕이 되게 많이 서늘해져가지고 낮에는 아침에 일어나면 막 17도 18도 이래서 되게 가을 같은 기분 산책할 수도 있고 비록 슈퍼문은 못 봤지만 이래 저래 잘 지내.
김괜저08:55그 전시는 그 작가 작품 좀 어땠는데?
최재원08:59근데 나는 사실 시를 읽어본 적은 없는데 거기서 시를 봤는데 자기 시집에도 자기가 일러스트를 그려가지고 약간 윌리엄 블레이크처럼 그렇게 내용에 맞는 그런 거를 쓴 것도 많고
최재원09:18약간 어떻게 보면 윌리엄 블레이크가 단테 <신곡>에 기반해서 삽화를 그린 것처럼 약간 되게 뭔가 격정적이고 사람 누드가 되게 많이 나와. 누드가 많이 나오는데 좀 부드럽고 약간 신화적이고 그런
최재원09:41좀 알 수 없는 랜드스케이프 그냥 구름 산 강 이런 데 사람의 나체가 이렇게 구름처럼 떠 있고 약간 이런 신화적인 이미지가 많은데 그냥 뭐라 그러지? 기술적이라기보다는 태도가 엄청 다이렉트한데
최재원10:07막 꼬는 거 없이 되게 진정성 있는 그림이라고 할까? 근데 근데 그럼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execution(실행)이 굉장히 좋았어. 그래서 되게 엄청 인상 깊었어.
최재원10:27그리고 그 전에 클로이스터(The Cloisters)라고 여기에 브롱스 쪽에 가면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의 일부인 클로이스터라는, 중세 시대의 그런 수도원 풍으로 수도원처럼 지은 그런 건물인데 그래서 거기에 14세기부터 한 16세기에 약간 좀
최재원10:53그런 종교적 그림이나 그런 텍스트 이런 것, 태피스트리 같은 것에 거의 전문화된 그런 곳인데 일단 너무 아름답기도 하고 거기에 식물들도 진짜 신기한 거 많고 그리고 옛날에 매뉴스크립트 실제로 손으로 쓴 매뉴스크립트 있잖아. 14세기에.
최재원11:18그런 걸 봤는데 진짜 너무 아름다웠어. 진짜 약간 옛날 15세기 14세기 이럴 때 만들어진 거 보면 산업혁명이 일어나기 전에 만들어진 작품들을 보면 진짜 인간의 노동력이
최재원11:35집약되면 어떤 곳까지 갈 수 있는가 그런 게 되게 느껴지는 게 되게 많고 그렇게 돈 그리고 막 그런 종교나 아니면 왕정의 힘이 진짜 강대하고 엄청 돈이 많을 때 그 모든 돈이 한 몇 사람을 위해서 쓰여지면 얼마나 엄청난 그런 가구들과 그림들을 만들 수 있는지 진짜 약간
최재원12:02현세에서는 좀 보기 어려운 그런 정도의 것들이 많은 것 같아.
김괜저12:08맞아. 막 오타쿠 판에서 <슬램덩크> 너무 메이저라서 존잘들이 다 그리고 이러면 사람들이 퀄리티가 너무 좋고 얘기를 하는데 그때는 그냥 전 세계인이 두 세계의 작품만 파고 있었던 시기인 거잖아. 진짜 대단한 것 같고
최재원12:27그리고 확실히 약간 아티스트가 전면에 나서기 전 세대의 일이어가지고 진짜 거의 사실은 그냥 왕족이나 그런 성직자 뭐라고 그러지? 교회에 커미션을 받아서 한 게 대부분이잖아. 그래서 당연히 좀 더 알려진 작가도 있고 그렇지만 거의 그냥
최재원12:54작가의 그런 아이덴티티랑은 되게 상관없이 그런 약간 에고가 거의 어떻게 보면 안 묻어 나온다고 해야 할까? 그런 게 현대의 작품들이랑은 되게 다르니까 그런 걸 볼 때 좀 새로운 느낌들이 있는 것 같아. 그리고 막 중세의 그림, 팟캐스트로 얘기하긴 좀 어렵지만, 자료 화면을 보면서 하면 좋지만 난 진짜 중세의 그림 너무 좋아하는데
최재원13:23중세 그림을 보면 perspective 시스템 뭐지? 원근법이 적용된 그게 뭐라고 그러지? 발명 혹은 발견 또는 established(정착) 되기 전에 그림들을 보면 그러니까 되게 이상하게 이렇게 뒤에 아치 같은 걸 그렸는데 약간 기우뚱하고
최재원13:44원근법이 다 되게 제각각이야. 근데 그거를 막 이상하게 일부러 할려고 그런 게 아니라 되게 엄청 노력했는데 그렇게 그냥 된 거지. 여기 보고 여기 보고 이렇게 그리니까 최대한 자기들은 열심히 했는데 그런데 나는 그게 되게 너무 좋고 그러니까 되게 현대의 그림에는 그런 거를 사실 그거를 이렇게 파괴하려고 한 게 큐비즘인데 그러고 지금은 거기서 더 나와가지고 점점 더 이렇게
최재원14:12막 이것저것 더 꼬고 막 그러게 됐는데 그러지 않고 너무 열심히 했는데 이상한 게 너무 좋고 막 그냥 원하는 거를 거기 그냥 집어넣어. 천사가 여기서 창문에서 들어왔으면 좋겠다. 그러면 천사를 막 집어넣고 아기가 막 막 배에 있으면 그냥 배에 아기를 딱 그리고.
김괜저14:37원근법하니까 생각나는데 내가 요새 그림을 좀 그리려고 하고 있는데. 내가 살았던 집들을 평면도를 그리다가 그러니까 작업에 넣으려고 평면도를 원래는 그렸어. 그래서 그때 강연할 때도 평면도 몇 개를 그리게 했었는데 평면도만으로는 전달이 너무 안 되는 거야. 그 집이 어땠는지가. 그래서 그거를
김괜저15:01평면인데 이렇게 깊이가 있는 투사도를 그리고… 그것도 그리고 또 이제 레퍼런스를 좀 많이 찾아봤어. 저번에 현대카드 라이브러리의 커피 테이블 책 되게 많은 특히 건축 책이 되게 많은 북촌에 있는 공간에 가 가지고 거기서 건축 책을 읽어보니까
김괜저15:20진짜 건축가들이 그 공간을 입체 공간을 평면으로 표현하기 위한 도구들을 엄청 많이 쓰더라고. 그래서 진짜 평면도도 쓰지만 이런 입면도? 그러니까 앞에서 본 그림 반으로 자른 그림 그리고 45도로 자른 그림도 있고
김괜저15:37그런 게 되게 다양하고 그런 걸 여러 개를 보여주면서 한 공간을 설명하는 거를 보고 아 약간 이게 그냥 위에서 본 것만으로 전달이 안 될 때 이렇게 여러 개를 보는구나 이런 생각이 들어가지고 그 분야를 좀 파봐서 몇 개를 그려봐야 되겠다. 이런 생각이야.
최재원15:55재미있겠다. 뭘로 그려?
김괜저15:57일단은 손으로 그리고 디지털로 할 수 있을지 이게 사실은 캐드(CAD)로 그려야 제일 끝판왕이긴 한데 캐드는 건축 요소는 그리기 쉽지만 그 외의 요소는 더 크게 캐드에서 그리기 근데 위에서 내려다보면 예를 들어서 내 방을 위에서 내려다 보면 이게 되게 좁은 방이기 때문에 바닥을 너무 소실되게 그리면 말이 안 되잖아. 그러니까 원근법이 정말 조금밖에 있을 수 없잖아. 왜냐하면 높이가 고작해야 2미터인데 이거를
김괜저16:28이렇게 막 아즈카반이나 lighthouse(등대)처럼 그릴 수도 없잖아.
최재원16:34세로는 원근법이 없다고 봐야지. Parallel(평행)하게 그려야지.
김괜저16:38없는데, 그거를 그나마 넣는 거지. 왜냐하면 아예 없으면 다 네모로 보이니까. 그나마 조금 입체감을 넣어주려고 살짝의 원근법을 넣는 건데 이게 또 재미있는 게 좀 시각 보정 같은 게 필요하더라고. 정말 원근법대로 정말 점 찍어가지고 선 그거 가지고 그리면 그 느낌이 좀 안나거나 이런 게 좀 있가지고 되게 좀 과장해야 되는 부분도 있고 면처럼 그냥 그려야 되는 부분도 있고 그런 것 같아.되게 많은 결정이 필요하구나라는 걸.
최재원17:09그러면 되게 재미있겠다. 약간 캐드로 엄청 간단하다기보다는 어쨌든 그런 건축적인 것 혹은 가구 이런 것만 딱 그그려놓은 되게 약간 포멀한 거 하나랑 그리고 옆에 약간 너의 캐릭터도 들어가고 네가 그린 그 그림 있잖아 걔네가 안에서 생활하고 있는 그게 들어가는 거야. 그래서 뭔가 약간의 상상이 가미된.
최재원17:39그리고 의자도 쇼파도 막 회색이면 코끼리로 그리는 거야. 코끼리 의자.
김괜저17:47아니 안 그래도 조금 상상 속의 요소들을 그냥 넣은 걸 그리고 싶고 이게 어디서 출발한 거냐면 내가 살았던 동네들이나 이런 거에 대한 지형도를 그냥 상상으로 사실과 다르게 그리는 것도 같이 해보려고 하고 있는데 그게 내가 <반지의 제왕> 지도 좋아했던 거에서 온 거거든. 반지의 제왕 보면은 지도인데 그냥 여기 용 있으면 용 그려져 있잖아.
김괜저18:15그런 식으로 좀 인상 깊은 부분들은 그냥 그려버리는 그런, 되게 기술적인 도표인데 아닌 게 섞여 있는 그런 게 재미있는 것 같아.
최재원18:24반제의 제왕 지도 그리고 언어 만들던 실력을 좀 발휘해서 좀 예쁘게 해줘. 옛날에 괜저가 <반지의 제왕>, <실마릴리온> 이런 거 진짜 좋아해서… 나 최근에 실마릴리온 선물로 받았어 아직 시작은 못했지만
김괜저18:40되게 예쁜 책으로 새로 나왔더라고. 미국에서?
호영18:43그걸 받은 거야? 아니아니 안 보여.
호영18:47아니 그래서 진짜
김괜저18:51책만 안 보여 화면은. 그래, 흔드니까 보인다. 미친 듯이 흔들어봐. 그치? 나도. 나는 이거 옛날에 나온 <지도로 보는 반지의 제왕> 이 책이 있는데 여기에 지도 그림들 일러스트레이션을 다 넣어가지고 진짜 지도들을 퀄리티 있게 다 그려준 이런 책인 거야.
호영19:12와 진짜
김괜저19:13사회과 부도보다 더 자세한 지도들이 빽빽하게 들어가 있어.
호영19:19정말 저렇게…
김괜저19:20난 어렸을 때 이걸 너무 좋아했어. 중학교 때 고등학교 때
호영19:23저렇게 보면 <반지의 제왕>이 거의 그냥 무슨 대륙 수준도 아니고 그냥 하나의 행성처럼 생각하게 된다.
김괜저19:30그치? 이 페이지도 보면 지금 내가 예시를 보여주는데 위에는 지형도 그러니까 산 산맥에 드러나는 지형도고 그 밑에는 단면도 거기에 광산이 어떻게 산에서 뚫려 있었는지를 단면도로 그린 거야. 그리고 또 밑에는 거리감을 축적이 있게 표현한 또 그림이 또 있고 이런 게 다 상상인데 이걸 그러니까 여기는 20마일 이상이기 때문에 이 정도로 그리고
김괜저19:56끝없는 계단이라고 표현돼 있는 거를 계단 이 정도는 돼야지라고 해서 그리고 했는데 결과물은 진짜 굉장히 있을 법한 그런 도면인 거지. 그러니까 나는 이게 옛날이랑 되게 그러니까 어렸을 때의 태도를 다시 되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게 어렸을 때는 이런 거 하는 게 쓸데없다는 생각이 안 들잖아. 그리고 되게 내가 공부를 하는 거는 이런 걸 더 재미있게 즐기기 위해서 공부를 하고 이러는 거다. 이런 생각이 있었는데
김괜저20:28크면서 진짜 지도 작업하고 이러면서 오히려 그런 걸 잃어버린 느낌이 많이 들어가지고.근데 내가 되게 직접적인 계기가 있었어. 저번 주에 엄마가 나를, 그러니까 지난 생일 때 생일 선물로 콘서트를 하나를 예매를 해줬어. 클래식 콘서트를 예매를 해줬는데 알고 보니까 그게
김괜저20:51<반지의 제왕> 영화 사운드트랙 콘서트였던 거야. 우리 엄마가 내가 그걸 좋아하는 걸 어렸을 때 좋아하던 걸 너무 아니까 그걸 예매를 해줬는데 그게 시네마 콘서트라고 영화를 틀어놓고 그거의 사운드 트랙을 라이브로 이제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하는 그거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진짜 큰 스크린에
김괜저21:13오케스트라가 그냥 작은 오케스트라가 아니라 진짜 기본 풀 상업 오케스트라 한 팀이 있고 거기에 반지의 제왕이니까 필요한 하프에 여러 가지 갖가지 percussion(타악기)이 다 있고 그리고 choir, 합창단이 세 팀이 있어. 남자 팀 여자 팀 아동 팀 뒤에 쫙 있고
김괜저21:32그리고 소프라노가 있어. 그 피아노 있고 소프라노 있고… 이 구성으로 진짜 너무 큰 오케스트라가 와가지고 그 반지의 제왕 영화를 틀어놓고 이제 나는 근데 그게 제 ost를 들려주는 거라고 알았지만 영화인지는 몰랐던 거야. 들어갔는데 그게 화면이 시작되자마자 내가 너무 깜짝 놀란 거야. 이걸 보여주면서 진짜 다 한다고라는 생각이 들어서. 근데 너무 재미있게 봤어. 너무 재미있었어.
최재원22:02거기 내가 있었어야 됐어!
김괜저22:05내년에 <Two Towers>(두 개의 탑) 한대.
김괜저22:11그래서 마지막에 박수 치고 커튼 콜 하고 할 때 마지막 박수 칠 때 내년에 투 타워 합니다. 이렇게 뒤에 나오더라고.
최재원22:23나도 갈래. 투 타워가 간달프 떨어진… 이런 정도는 스포일러 아니겠지 이런 건 얘기해도 되겠지?
김괜저22:31반지의 제왕은 스포를 할 수가 없어.
호영22:34스포일러가 뭐 이제 다 돌아다니고 있는데
최재원22:37아니 난 그것도 봤는데 성서에서 예수가 죽는다. 스포일 했다고…
김괜저22:45근데 우리가 어렸을 때 덤블도어 죽는다. 이거 진짜 스포일러 많이 겪었잖아.
최재원22:49아 난 가장 먼저 읽었기 때문에 겪지 않았어.
호영22:55근데 정말 규모가 대단하다.
김괜저23:00그리고 이게 영화에서 좀 집중이 분산되지 않을까 이런 고민을 하면서 처음에는 보기 시작했는데 연결되는 게 되게 신기했어. 그니까 되게 영화에서 나오는 대사나 자막이나 화면이나 이런 거는 그것대로 보게 되고 음악은 그냥 평소에 영화 보는 것보다 조금 더 음악을
김괜저23:21이제 집중해서 들으면서 영화 보는 것 같은 경험이다가 특히 음악이 되게 뚜렷하게 재미있는 부분이 오면 자동으로 그쪽을 보게 되고 그게 방향이 느껴지니까.이렇게 많은 프로들이 나와가지고 이거를 즐겁게 만들기 위해서 이렇게 오랫동안 연습을 하고 되게 나도 좀 즐거운 즐거운 것 뭔가를 위해서 내 전문성이나 지식을 열심히 발휘해야 되겠다. 이런 생각이 들었어.
최재원23:50교훈을 얻고 왔어?
김괜저23:52나 오늘 할 얘기 없는 줄 알았는데 엄청 많네.
최재원23:55아니 근데 그래서 이게 어떻게 어떤 계기가 돼서 그래서 그거를 그림이랑은 어떻게 연결된 거야?
김괜저24:04그냥 내가 요즘에 고민하는 게 재원도 저저번 녹음 때 얘기해줬지만 내가 자꾸 에세이는 장르에 대해서 되게 불만이 많고 되게 제약 투성이라고 느끼고, 되게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에세이라서 술술 읽었어 이러면 기분이 나쁘고 막 술술 안 읽히는 거 써야지…
김괜저24:27왜냐하면 첫 책은 책 내는 것 자체가 목표다 보니까 그런 생각이 안 들었다?그냥 저 서가에는 에세이 만큼이나 쓰면 나는 좋겠다라고 진심으로 생각을 했었는데 이제 한 번 쓰고 나니까 욕심이 너무 많이 생기는 거야. 그래서 엄청난 책들 읽으면서 이런 책 같이 써야지 엄청 챌린징한 거 써야지 이런 고민을 했었는데 그 챌린징하다는 게 이 내가 지금 보여준 <지도로 보는 반지의 제왕>도 졸라 챌린징 하잖아. 그러니까 뭔가 챌린징의 종류가 뭔가 엄청난
김괜저24:57그런 아방가르드함이나 아니면 지식이 많아야 할 수 있는 그런 것만 칠린징 한 게 아니라 그냥 뭔가를
김괜저25:07오랫동안 깊이 있게 해보는 것들, 그런 게 중요한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서.
최재원25:13진짜 그래… 나도 이번에 매뉴스크립트랑 시인데 자기가 일러스트레이트 한 거 보면서 그냥 되게 좀, 되게 조판을 많이 하잖아. 출판할 때 조판을 하고 그 출판사에 그게 있고 근데 뭔가 좀 더 루즈하면
최재원25:35재밌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근데 그걸 되게 잘 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어떻게 루즈할지 그러니까 딱 너무 포맷이 정해져 있지 않고, 거의 근데 경계가 좀 애매한 것 같기는 해. 미술 작품 중에는 텍스트를 활용하거나 그런 게 되게 많은데 책에는
최재원25:57그림 아니니까 글, 그리고 거기에 대한 일러스트 이런 약간 형식으로 들어가자나 글에 대한 뭔가 설명 혹은 부가적인 이미지? 근데 사실 되게 혼합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건데 완전 별개의 언어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 근데 그거를
최재원26:19내가 예를 들어서 근데 그런 거는 어떻게 보면 내가 뭔가 그림을 하나 그렸을 때는 포맷이 사실 없잖아. external(외부적인) 포맷이 없고 그냥 내가 그린 게 나중에 사람들이 보는 그 결과물인데 책은 사실 현대 작업물은 손으로 쓰든 컴퓨터로 쓰든 어쨌든 내가 쓰고 그게
최재원26:40조판을 거쳐서 출판이 되니까 어떻게 보면 그 과정을 미리 생각을 하고 사실 작업을 당연히 조금은 하게 되지, 쓸 때도.그래서 어떻게 보면 컴퓨터로 쓰다가도 가끔씩 손으로 좀 쓰면 그런 게 없이 약간 쓸 수 있기도 한 거고, 근데 그렇게 쓰더라도 나중에 이거를 인터넷 출판이 아니더라도 인터넷으로 올리고 이런다고 생각하면 그런…
최재원27:06factor(요인)가 좀 줄어서, 또는 없애서 그렇게 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근데 나는 그래서 그런 거에 관심이 좀 있는 것 같아. 그래서 웹툰이나 아니면 되게 막 글자만 글자 들어가고 그림이나 아니면 만화나 이런 게 되게 재미있게 느껴지고 그때 그
최재원27:30지영 책도 읽었을 때도 진짜 너무 좋았고
호영27:34맞아. 또 지영은 그 칸을 다 스스로 그렸다 보니까 그걸 이제 컴퓨터 작업으로 한 게 아니라 내가 보기에는 그냥 모든 그림을 다 손으로 그리고 글씨도 손 글씨이고 종이의 작업을 하신 걸까라는 생각이 드는 뭔가 막
호영27:51색이 번진 막 이런 것도 있다 보니까 평소에 잘 보지 못하는 요새는 그런 형식의 만화책이였던 것 같아.나 얘기 듣다가 생각난 게
호영28:04나는 예전에 친구들이랑 또는 혼자서 진(zine)을 만들려고 몇 번 시도했었는데 그 중에서 결국 만들지 못했던 진 중에 하나가, 당시에 내가 지금도 나의 친구인 일본인 친구랑 살고 있얼어.
호영28:24그래서 근데 우리는 대화를 할 때 그래서 세 개의 언어로 얘기를 하는 거야. 일본어, 영어, 한국어 이렇게 막 다 섞어서 얘기를 했거든. 그래서 이런 식으로 말을 하는 것에 대해서 그런 약간 서로의 대화를 기록하고 그걸 책으로 묻고 싶었는데 근데 그 형식이
호영28:44이제 페이지에 텍스트 한 페이지가 있으면 그 앞 페이지는 그냥 어떤 색종이 같은 건데 거기에 구멍을 뚫어서 이제 책장을 넘기면 그 다음 페이지에 있는 단어 중 하나만 딱 보이게 한다거나 근데 그거를 모든 페이지마다 다른 곳에 구멍을 내고 싶은 거야. 근데 그거를 이제 여러 여러 개의 책을 만들려고 하면은
호영29:09사실 내 가리는 페이지마다 같은 곳에만 구멍이 있는 게 편하잖아. 그래서 그거를 혼자서 손으로 만들어보려고 하다가 이거 너무 어렵다 이러면서
최재원29:22그러니까. 이게 약간 그렇게 그런 식으로 당연히 그런 책도 이미 있고 진이나 특히 약간 미술에서는 그런 artist zine 같은 게 되게 많잖아. 근데 출판은 여러 개를 동일하게 찍는 거니까 아니면 인터넷에 올리는 거나 그런 거는 조금 약간…
김괜저29:43실력 있는 그래픽 디자이너들이 그 간극을 메꾸는 디자이너들인 것 같아. 양산이 가능한 형태로 만들지만 작가의 그런 지면에 그냥 줄 단위로 흘러가는 기본 세팅을 뛰어넘는 상상도 담아낼 수 있는 디자인을 하는 거 진짜 어려운 일인 것 같아. 우리 만약에 같이 뭔가를 펴내는 작업을 하거나 하면은 이런 부분이 들어가면 좋겠다.
최재원30:11괜저가 다 잘 잘라줄 거야.
김괜저30:15아니 어떤 배우가 인터뷰 하는 영상을 봤는데 스크랩북을 열심히 하더라고. 자기 역 맡으면은 거기 스크랩북 하나 노트북 하나 만들어 가지고 그 역할 이름 적고 거기에 글이랑 사진이랑 그림이랑 가다가 주은 꽃이랑 이런 것도 붙이고 하면서 스크랩북을 해가지고 연기 노트로 만들고 하던데 좋아 보이고… 사실은 그렇게 뻔한 얘기일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나뿐인
김괜저30:44나만의 나의 나름의 논리가 있는 조판된 책이라는 건 되게 소중한 거잖아. 그런 거는 그런 거 정말 나만을 위해서 나만 평생 볼 게 아니라 누군가한테는 보여줄 수도 있는지만 양산될 것은 아닌 그 딱 중간에 있는 어떤 가능성이 되게
김괜저31:03매력적이다라고 느끼고 그런 걸 해보고 싶어졌어
호영31:07진짜 좋다. 어떤 페이지는 엄청 덕지덕지 붙어 있어서 되게 두껍고.
김괜저31:12맞아. 맞아.
최재원31:14근데 진짜 디지털로 다 작업을 하면서부터 그걸 진짜 visualize(시각화)하기가 되게 쉽지가 않잖아. 스크랩 하는 것도 다 무슨 사파리 리딩 리스트나 구글 키 이런 데 넣어놓으면
최재원31:29검색해서 그냥 불러오고 태그 붙여서 하고 그런 글 쓴 것도 다 그냥 파일로 띠띠띠딕 있으니까 그래서 좀 다른 글을 좀 다른 포맷의 글을 작업을 하잖아? 그러면 그걸 에디팅하기가 너무 어려워. 이게 그냥 딱 이렇게 물체로 하나 있으면 다시 그 앞에 와서 예를 들어서 조각이면 그 앞에 다시 와서 또 이렇게 뭘 하면 되는데 이거는
최재원31:58파일로 있고 또 각자 프로그램에 다 그런 이상한 quirk(특이한 점) 같은 것도 있고 이거를 막 막 옮기고 싶어도 옮길 수가 없고 그런 것들이 되게 많고 그걸 근데 또 만약에 이거를 출판 형태로 조판을 하면 또 다 밀려나가게 될 텐데
최재원32:17근데 그러면 처음부터 인디자인으로 하기엔 근데 내 디자인을 바로 넣는 건 또 아니니까 그런
호영32:24근데 나는 또 한편으로는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교 때까지는 약간 맥북에 있는 텍스트 에디트, 메모장 있잖아. 거기서 모든 거를 그러니까 모든 초고를 약간 거기서 시작을 했던 것 같아.그게 지금은
호영32:43애플의 노트 그걸로 옮겨간 거 같지만 한 때는 그 텍스트 이디트 창이 있어야만 뭔가 써져.
호영32:53그런 현상도 있었어.
최재원32:56맞아. 텍스트 에디트 되게 좋아.
김괜저32:59그러니까 이게 양쪽이 있는 게 그 무한한 자유가 있는 지면과 손으로 할 수 있는 그게 엄청 자유롭기도 하지만 이제 우리는 그 전통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서 글을 손으로 쓰기 시작해 가지고 탈고까지 하는 거는 이제 불가능하잖아. 워드프로세싱을 중간에라도 거쳐야 처음 시작을 거기서 하든 중간에 에디팅 하나로 옮기든 그 과정은 필수이기는 한데 그 과정을 거친 다음에 다시 지면에 내놓으면 되게
김괜저33:29많은 물이 빠진 채가 되니까 그게 좀 고민인 거지.그래서 나는 예전에 80년대에 좀 아까 재원이 말한 zine 문화 같은 거가 타이프라이터나 초기 pc를 이용해서 그 글은 어쨌든 프린트된 글을 활용을 하면서도 그게 어쨌든 지면으로 나오니까 거기에 콜라주를 한다든지 덧붙이든지 해가지고 그게 믹스된 형태로
김괜저33:54많이 제작을 하잖아. 옛날에 어렸을 때 그런 year book(졸업책자) 같은 거 미국에서 꾸미는 거 생각해 보면은 글은 타자기나 이런 걸로 쳐서 뽑고 그림은 가위로 잘라가지고 붙이고 이런 식으로 구성하고 그런 좀 중간적인 방향으로 다시 돌아가봐야 되나 이런 생각도 드는 것 같아.
최재원34:14당연히 어떤 글이냐에 따라서 전혀 당연히 워드 프로세서로든 메모장이든 뭐든 글만 써지는 걸로 해도 하는 게 훨씬 편한 글이 있고 뭔가 어쨌든 어떻게 보면 그림이랑 더 비슷하다고 여겨지는 글이 있는 거지.
김괜저34:34그림이랑 더 비슷한 글.
최재원34:38근데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그렇게 글을 잘 썼을까? 그렇게 계속 하다 보면 그게 진짜 기계처럼 그렇게 되는 걸까? 약간 인간이 썼다고는 정말 믿을 수가 없는 그런 필사본들이 진짜 많잖아. 근데 당연히 활자 찍기 전에는 다 손으로 썼을 거 아니야 어떻게 그걸 썼지? 진짜 대단하다.
호영35:01중세시대에 양피지에 쓴 글씨에서 막 첫 글자 그러니까 한 챕터의 첫 글자 되게 커다랗게 쓰고 거기에도 그림 같은 거 많이 넣고 그런 건 너무 좋아.
최재원35:15진짜 완전 너무 화려해. 주변에 그림을 그려놓잖아. 이렇게 텍스트 주변에 그것만 일 년 걸릴 것 같은 그런 화려하게 막 진짜 인간이 손으로 할 수 있는 게 진짜 되게 대단한 경지인 게 너무 많은 것 같아.
김괜저35:35그리고 묘하게 글에 대한 신성시함이 있어서 어떻게 느껴지는 옛날에 그런 15세기 16세기 때 그러니까 조금 그래도 책이 한 권씩만 있는 게 아니라 그래도 두세 권씩은 나오고 10권은 나오고 이러던 시절에 수작업으로 만들어졌다는 책들을 구경해보면 안에 글씨는 그 시대로 너무 화려하지만
김괜저36:00그 여백을 다 그림으로 채워놓는 그런 엄청 미친 것 같은 책들도 있고 심지어 금칠 하는 책의 사이드면 위 아래면 그 면도 다 그림으로 채워넣는다든지 이런 것도 정말 차력으로 하는 것들이 되게 많아. 그게 이 책이라는 게 그만큼 신성한 거다라는 생각을 하니까 그렇게까지 넣었겠지.
호영36:25그리고 그걸 그리는 사람은 또 얼마나 막중한 책임이냐고. 일단 그 책의 옆면 윗면 아랫면 그거 그리면 그거 잘못 그리면 그냥 그 책 전체가 날라가는 거잖아.
김괜저36:38다 만들고 맨 마지막에 해야 되는데
김괜저36:44우리 그런 거 할까? 만약에 우리 나중에 같이 책 내거나 하면은 그 중에 몇 개를 빼가지고 사이드에 그림 그리는
호영36:53에디션으로 각자 그림을 그린다든지? 재미있을 것 같아.
호영37:00나는 근데 이번에 일본 여행 가서 되게 오랜만에 손으로 일기를 썼는데 그것도 한동안 안 했었는데 되더라고. 그리고 손으로 쓰면서 저번에 재원이 얘기했던 오히려 그냥 글씨를 되게 크게 쓰면은 손도 편하고
호영37:21막 생각이 더 흘러 나오는 것 같은 그런 느낌도 들었어.
최재원37:26맞아요. 한 장에 한 8자 정도.
호영37:32근데 또 이번에 내가 여행을 갔을 때 엄마랑 할머니랑 갔는데 할머니가 지금 80대시거든 그래서 일단 해외 여행을 하신다는 것 자체가 뭔가 대단한 일로 느껴졌는데 근데 어쨌든 되게 일찍 일어나시고 일찍 주무신단 말이야. 그래서 우리가 이제 저녁 먹고 숙소로 돌아오면 할머니는 바로 주무셔야 되는 거야.
호영37:55그래서 방에 불을 꺼놔야 되니까 나는 화장실에 들어가서 거기에 욕조가 있는 화장실이어가지고 욕조에 누워서 썼는데 그런 물을 물을 받지 않고
김괜저38:08아 진짜 욕조? 중세인데 이미?
호영38:10물을 받지 않고 욕조에서 잠옷 입고 손글씨로 일기를 쓰는 것도 되게 좋더라고.
김괜저38:18좋다. 되게 낭만적인 그림이야
호영38:22게다가 그 호텔이 정말 이상한 곳이었는데 일단 건물 밖에 되게 왜 요즘 네온 사인 아닌 좀 채도가 낮은 그런 손글씨체의 그런 사인으로 since 1888년이라고 써 있어.
호영38:45그런 엄청난 호텔인 거야. 나는 가기 전에 우리가 어디 보는지도 모르고 그냥 엄마가 예약했다길래 그래 이러고 갔는데 진짜 그래서 이게 일본 제국주의의 산물이구나. 그래서 그것을 누리고 왔는데 그래서 욕조도 왜 내가 예를 들어 숙소를 예약하는 데 욕조가 있다 그러면은 보통은 이게 공용 도미토리 같은 숙소에 있다거나 아니면 욕조가 있어도 이렇게 쪼그리고 들어가야 되는
호영39:15정사각형 욕조인데 이게 옛날에 지은 호텔이다 보니까 방도 예전에는 이제 다 크게 크게 지었잖아 건물을. 그래서 요즘 지은 호텔에서는 나오지 않는 큰 방에다가 욕조도 되게 크고 발 뻗고 목욕할 수 있고 그래서 이런저런 엄청난 인테리어와 침구와 이런 거를 구경하고 왔어.
최재원39:39좋았겠다.
김괜저39:41지역이 어디였어?
호영39:42교토에 갔는데 창 밖으로도 약간 교토의 산들이 멀리로 보이는 경치가 되게 좋아서 달구경을 하기도 좋았던.
최재원39:56슈퍼문을 일본에서 봤어?
호영39:59응. 그러고 이제 할머니랑 여행을 하다 보니까 할머니가 한 8시쯤 주무시고 아침 한 4~5시에 깨시거든 그러면은 같이 그 시간대 이제 깨면 해돋지를 또 볼 수 있는 거야.
김괜저40:16그렇지
호영40:16그래서 달구경 뿐만 아니라 해까지 이렇게 보고 너무 아름다웠어.
김괜저40:22해돋이의 나라잖아.
호영40:24맞네.
김괜저40:26되게 그런 생각 들어. 요새 일본에 대해서 막 말도 많고… 각각의 나라들을 되게 잘 이해하고 싶다. 그리고 역사나 이런 것 더 알고 싶고 언어도 더 하고 싶고 더 알고 싶다. 그래서 그 문화의 현명하고 좋은 점을
김괜저40:46더 똑똑하게 누리고 싶다. 이런 생각이 되게 많이 드는 것 같아. 그냥 피상적인 기호로 소비하고 그냥 사람들이 일본 좋아 일본 싫어 이런 거에 끌려다니고 이러고 싶지 않고 되게 진짜 깊이 있는 내용은 뭘까 이런 생각을 하고
호영41:03맞아. 그래서 번역가들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게 어쨌든 사람은 유한하고 모든 언어를 할 수가 없는데 다른 언어들을 잘 아는 사람들이 있어서 이거를 번역을 해줬다니. 그래서 나는 꼭 뭐랄까 관광지 책자 이런 것만 읽지 않아도 되고
호영41:23그래서 진짜 이번 여행은 내가 그동안 봤던 교토와도 너무 달랐어. 이번에는 내가 친구들이랑 만난 게 아니고 친구들이 아는 곳에 가지 않았기 때문에 되게 관광지 위주로 가게 되고 먹는 것도 또 그냥 관광객이 그냥 갈 법한 그런 곳에 갔더니 너무 교토가 이렇게 바가지 씌우는 곳이구나 이런 것도 알게 되고
김괜저41:47아 진짜?
호영41:48그것도 굉장히 특이한 경험이었어.
김괜저41:52그 나라의 문화에 조금 친숙한, 그리고 기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그런 1인으로 여행을 간다는 게 엄청난 특권이기도 해. 외롭기는 하지만
호영42:04그렇더라고. 그래서 할머니랑 같이 다니니까 첫날에는 한 10분 걸었는데 엄마가 딱 말하는 거야. 너 지금 너무 빨리 걷고 있어. 나도 숨찬데 할머니는 지금 말도 못 하고 계셔. 이러는 거야. 그래서 그렇구나. 그래서 천천히 걷는 것 그러고 근데 또 할머니가 할머니도 하고 싶은 게 많고 욕심이 많기 때문에
호영42:30막 갑자기 계단에서 좀 그늘에 앉아서 쉬자. 이렇게 했다가 아니야 나는 할 수 있어. 이러면서 막 박차고 나가시는 거야. 그러면 또 나랑 엄마는 어떡해, 넘어지시면 안 돼. 이러면서 또 막 쫓아가고 이런 서로에게 맞추는 반복.
최재원42:49근데 확실히 진짜 가족이랑 여행 갈 때랑 친구랑 여행 갈 때랑 진짜 다른 것 같고 뉴욕도 그렇고 서울도 그렇고 거기 살 때 내가 자주 가는 데랑 친구가 놀러 오면 친구 뉴욕에 처음 온 친구를 데리고 가는 데랑 되게 다르잖아. 그리고 뉴욕에 살면 막상 또 막 너무
최재원43:10최근에도 막 너무 바빠가지고 거의 미술관도 못 가고 막 이랬는데
최재원43:17친구를 만나서 미술관을 가면 또 느낌이 좀 다른 거지. 혼자 갈 때도 그렇고. 그리고 좀 더 관광객이 많이 갈 만한 그런 장소들을 가면… 타임 스퀘어는 우리가 안 가잖아. 피해서 다니잖아. 이렇게 돌아서. 근데 가면 막 이런 게 있었지. 그러기도 하고. 나는 그런 경험이 있었어.
최재원43:43옛날에 대학교 졸업식 때 부모님이 처음 미국에 왔는데 나는 이제 처음 미국에 왔으니까 너무 막 모든 걸 다 보여주고 싶은 거야. 그래서 뉴욕에서 일정을 되게 빡빡하게 막 잤어. 그리고 내가 어렸을 때 박물관을 진짜 많이 갔거든. 미술관이랑.
최재원44:03그래서 나는 엄마가 미술관을 진짜 좋아하는 줄 알았어. 그래서 막 미술관으로 가득 찬 스케줄을 짜놨단 말이야. 멧에서 5시간 이렇게 끝나고 또 구겐하임 갔다가 또 갔다. 이런 스케줄을 짜놨는데 들어가서 한 30분 있는데 엄마가 없어진 거야. 그래서 나는 막 보다가 나중에
최재원44:26막 찾아서 돌아다녔어. 한 1시간 2시간 지나도 안 보이길래. 근데 거기 중간에 약간 분수가 있고 이렇게 햇빛이 들어오고 이런 곳이 있는데 조각 있고 근데 그 분수 옆에 그냥 앉아 있는 거야. 엄마가. 그래서 갔더니 자기는 미술관 별로 안 좋아한대. 근데 어렸을 때 나랑 동생이 좋아하니까 데려 간 거래. 그렇게 자주.
최재원44:53그래서 나는 엄마가 좋아하는 줄 알고 그래서 그 뒤에 있는 건 다 취소하고 그날도 바로 나왔어. 그래서 미술관은 그걸로 마지막으로
김괜저45:07어머니한테 생선 머리 드린… 엄마는 머리를 좋아하는 줄 알았어
최재원45:15좋아하는 줄 알았지.
호영45:22그래서 여행을 하면서 사실은 관광객들 가고 나는 솔직히 이게 좋은지 잘 모르겠는 그런 곳에 가니까 내가 이 곳을 할머니랑 와서 좋다기보다는…그냥 여행 다니다가 갑자기 식당에 갔는데 거기가 다다미 바닥이었는데 할머니가 나보고 너는 다다미 있는 방에서 살아본 적이 있니? 이러시는 거야.
호영45:52예전에 교토에서 몇 달 살았을 때 그랬어요. 그랬더니 깜짝 놀라면서 자기는 자기가 18살 때 효창동에서 살 때 그때 다다미 방이었는데 그게 세 폭짜리 다다미 방이었고 그때 얘기를 해 주시는 거야. 그래서 사실 그런 얘기를 듣는 게 내가 이래서 여행 왔구나. 약간 그런 생각을 했어.
김괜저46:21나는 여행할 때 누군가와 나는 혼자 하는 여행 나도 많이 했다가 가족이나 친구랑 여행했던 기억들을 떠올려보면 그때 여행하면서 어디 식당 가가지고 같이 어떤 얘기 했었는지 이런 되게 기억이 많이 남아. 되게 그때밖에 못하는 얘기 하게 되잖아
최재원46:42맞아. 그리고 되게 여행 처음 아침에 신날 때 여행을 어디 같이 가면 하루 종일 같이 있게 되잖아. 평소에 만날 때랑 다르게 특히 거기서 같이 묶고 몇 박 며칠 이렇게 가면. 그래서 그 텐션이 점점 달라지는 그게 되게 좋아. 아침에 되게 업됐다가 계속 업되면서 즐거웠다가 점점점점 지쳤다가 근데 또 나중에 맥주 한잔 하고 숙소에 오면 되게 나른해져서
최재원47:12막 되게 서로 피곤해서 짜증 낼 때도 있고 아니면 되게 뭔가 굉장히 멜로한 무드에 젖어가지고 되게 멜로해져서 막 엄청 막 낭만적인 얘기하고 되게 서로한테 애뜻하고 막 그런 거 있잖아.
김괜저47:28그리고 딱 그 순간 있고 나서 그 다음에 자러 가고 싶은 애랑 놀러 나가고 싶은 애랑 또.
호영47:34맞아. 맞아. 또 아니고.
김괜저47:41우리 같이 여행 가자. 그때 저번에 얘기한 부산도 좋고. 나는 우리가 울릉도 같은 데 가도 진짜 재미있을 것 같거든
호영47:49뭔가 물가에 갈 수 있으면 좋을 것.
김괜저47:51재원이 오면
최재원47:53거제도 어때? 거제도
김괜저47:54거제도 가야지.
최재원47:56거제도 안 가봤지? 거제도 굉장히 좋아. 안 가봤어? 가봤어 둘 다 안 가봤어???
호영48:03이렇게 충격받을 줄이야
김괜저48:06재원의 어릴 적 나와바리를 가봅시다. 거기서 특별 녹음하고 거제도 공개방송
호영48:17관객 갈매기.
김괜저48:18우리 43분 중에 거제도 가까운 분이 있으라는 법은 없지만
최재원48:27맞아. 근데 거제도가 사실 사람들이 그렇게 자주 제주도보다 잘 안 가잖아. 근데 크기는 또 되게 크고 울릉도보다 훨씬 크고 훨씬 크지. 그리고 주변에 섬이 되게 많아가지고 배를 타고 섬을 돌아볼 수 있는 그런 국립공원 이런 데가 있는데 진짜 너무 신기하게 생긴 섬도 많고 바위 섬 같은 것도 많고
최재원48:57막 바위 안으로 배 타고 들어가서 안에서 동글 볼 수 있는 데도 있고 진짜 그리고 거기에 막 조약돌 같은 걸로만 된 비치가 있는데 몽돌 해수욕장이라고 거기도 거기 들러봤는데.진짜 좋았어. 둘이 막 엄청 반짝반짝 빛나.
김괜저49:15동글동글하게. 막 가자. 가자.
최재원49:20내가 안내해 줄 수는 없을 거 같지만 지금 너무 많이 봤는데
김괜저49:25안내 전혀 기대하지 않아. 그냥 거기에 대한 정서적인 나레이션만 해줘
김괜저49:39시인 역할만 해주시면 되고요. 가이드는 우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최재원49:46내가 10년 산 곳에 가도 괜저가 설명을 더 잘해 줄 수 있어. 여기는 이런 게…
호영49:54괜저가 재원을 통역하고 있겠지 그 주위 사람들한테
김괜저49:58그렇지 그렇지. 이분은 여기에 사셨던 지금 기쁨을 표현하고 계십니다
호영50:05좋아요.
김괜저50:11오늘은 녹음 여기까지 할까요?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다음 주에 다시
최재원50:17다음 주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