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2 – 살림의 기쁨, 루틴의 슬픔

웬만하면 말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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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2 – 살림의 기쁨, 루틴의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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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웬말 본론은 역시 음식 얘기 한바탕 이후입니다. 냉장고 비우기 챌린지를 하고 있는 호영, 싱글벙글 머슴이 된 괜저, 쫄깃한 식감의 이데아를 찾은 재원의 살림살이 근황을 지나, 프리랜서 생활에 적응 중인 호영이 루틴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는데요. ‘일’이라는 걸 해내기 위해 웬말 3인은 어떤 방법을 동원하고 있을까요?

  • 구린 말은 알아서 거르는 귀
  • 야채가 녹을 때
  • 반찬 보내고 받기 치킨게임
  • 동굴을 제공해줬네요
  • 참기름 보관에 엄격
  • 쫠깃쫠깃
  • 충분한 시간을 들이면 누구나
  • 나한테 이겨가면서
  • 아무리 발버둥 쳐봤자 마감만한 건 없다
  • 나 스스로의 연차
  • 동료들을 어떻게 연루시킬지
  • 니콜 키드만이 지금 나처럼 살던 시기
  • 작품 입양을 할 수가 있어요

스테디오(Steadio)에서 월 2,000원에 말동무가 되시면 최신 에피소드와 부수 콘텐츠를 보실 수 있습니다.

호영00:03안녕하세요. 냉장고 비우기를 실천하고 있는 호영입니다.
최재원00:11저도 저도 요새 그래요. 네네 굉장히 공감 중
호영00:17아니 한동안 집에 먹을 게 너무 없어. 없어 없어 이러면서 계속 막 뭘 시켰어 그랬더니 지금 너무 꽉 차버린 거야. 약간 몇 개월치 식량이 냉장고에 쌓여 있어가지고 집에 막 낫또가 한 6팩씩 있고 막 이래가지고
최재원00:33나 지금 낫또 12팩 있어.
호영00:36이제 내가 단백질을 운동하니까 잘 챙겨 먹어야 된다. 이런 이념을 가지고 여러 가지를 시켜봤거든. 근데 아무래도 이제 밥을 많이 먹으니까 낫또 좋겠다 이래서 시켰더니 이게 자리를 엄청 많이 차지하더라고.
최재원00:52맞아. (괜저: 낫또 어따 놔둬?) 난 냉동실에 넣었어.
호영00:57냉동 냉동은
최재원00:58냉동해도 돼
호영00:59나 냉동실에 지금 빵이 한가득이었던..
김괜저01:02제가 못 알아들은 것 같아. 나의 댓글을
최재원01:05(호영: 괜저가 지금..) 뭐라 그랬어
김괜저01:06낫또 어따 놔뒀냐고
최재원01:09못 알아들은 게 아니라 듣지를 못했어.
김괜저01:13구린 말은 알아서 거르는 귀가 있어가지고 못 듣고 지나가
최재원01:20네 그리고 저도 역시 냉장고 비우기를 실천하고 있는 최재원인데요. 저도 비슷하게 이사를 최근에 했는데 이사하고 나서 뭐 아무것도 없으니까 이제 냉장고를, 아무것도 없으니까 코스트코를 갔어요. 근데 거기 다 대량으로 팔잖아. 근데 난 또 소분을 잘하니까 뭐 어쨌든 뭐 다 사와가지고 다 이렇게 짜자작 해서 넣어놨는데 냉장고가 그렇게 특히 냉동실이 별로 크지가 않아서 그리고 냉장고가 작은 건 아닌데 이렇게 하나짜리 이렇게 밑에 있고 그 위에 있는 건데 작은 얇은 그건 아니고 그냥 기본 사이즈인데도 되게 이상하게 그거보다 작은 냉장고가 예전에 있었는데 이거는 뭔가 칸에.. 구조랄까 간격이랄까 이게 훨씬 더 뭔가 더 많이 넣었을 때 괜찮았단 말이죠. 근데 이거는 걔보다 약간 더 큰데도 뭔가 다 안 들어가 예전보다 더 그래서 굉장히 지금 좀 거의 요새는 뭘 안 사면서 꺼내 먹고 있는데 음
김괜저02:30그게 그렇게 금방 채운 냉장고였어요. 저번에 집에 가서 되게 꽉꽉 차 있는… 3년 이상 산 집 같은 냉장고라고 생각했는데. 우리 집 냉장고보다 훨씬 꽉 차 있던데
최재원02:43진짜 완전 굉장히 꽉 차 있고 그리고 엄마가 진짜 손이 커요.
김괜저02:49아, 그렇지 손이 커서
최재원02:50근데 거기 근처에 청과물 시장이 있어가지고 가끔 거기를 가서 뭘 보내준단 말이죠. 근데 내가 필요한 거는 뭐 사과 2개 토마토 2개 포도 하나 한 송이 이런 건데. 그렇게 말해요. 항상. 사과 2개만 근데 그러면 진짜 사과를 한 박스 보내고 뭐 항상 그런 식이 다 한 박스, 반찬도 막 뭐 나물을 보내면 진짜 큰 거예요. 모든 게 다, 그래서 나는 그러면 또 이게 상할까봐 소분해서 또 냉장고에 넣어야 되고 항상 그런 거를 반복하다 보니까 지금은 꽉꽉 차 있어서 그리고 너무 정신없어가지고 아프고 이래서 또 요리를 못했어요. 되게 요리를 많이 하다가 못하니까 확실히 시켜 먹고 이러면 뭐 그리고 시켜 먹으면 통도 또 크잖아요. 그래서 뭐가 있는데 시켜 먹기 시작하면 진짜…
김괜저03:49많이 준다. 엄마가, 얘기해서 생각났는데 트위터에서 얼마 전에 논란이 있었던.. 장모님이 돈가스 30개를 줬다는 거야. 근데 이거 다시 먹으려면 다시 튀겨야 되는데 어떻게 하라고 준 건지 모르겠고 너무 짜증난다. 진짜 진심으로 대체 어떻게 해야 되냐 이런 글이 올라와가지고 사람들이 이제 갈린 거야. 그냥 뭐 어떻게 하란 말이냐 근데 애들도 있고 튀김을 할 시간이 없는데 이걸 버리냐 마냐 근데 어떤 사람들은 나는 진짜 너무 슬프지만 그냥 버린다 뭐 이런 사람도 있고 그냥 진짜 감지덕지지 뭐 그런 걸 갖고.. 이런 사람도 당연히 있고. 싸우더라고.
최재원04:30응 맞아. 근데 좀 난감할.. 배부른 소리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당연히 난감할 때가 있지. 자리가 없는데 냉장고에 안 넣으면 상하는 게 왔다. 그러면 진짜 꾸역꾸역 그냥 다 다 쑤셔 넣는데 다 쑤셔 넣어 놓으면 그 뒤에 있는 반찬을 꺼낼 때 또 다 빼야 되잖아. 그래서 반찬을 더 안 먹게 돼
김괜저04:49반찬이 없어 인식 밖으로 없어져
호영04:53맞아 그러다 걔네가 상해 이제
김괜저04:55그래서 나는 얼마 전에도 무슨 거의 죽이 된 봉지가 있어서 꺼내봤는데 깻잎인 거야.
호영05:03슬퍼
김괜저05:05깻잎이 너무 존재감이 없으니까 봉지에 담긴 깻잎이니까 배달시켰을 때 왔나 봐. 그래서 조그만 깻잎이어가지고 밀리다 밀리다
호영05:14녹아내린
김괜저05:15사라져 버린
호영05:16야채가 녹을 때.. 맞어
김괜저05:18하.. 그러게
호영05:20나는 이렇게 대량으로 뭔가 먹을 거 받은 거에 대한 추억이 홍시가 있는데 대봉감이 있잖아. 맞아
김괜저05:28엄마가 홍시 줬는데
호영05:29나는 그래서 엄마가 그거를 20kg짜리를 한 번 보낸 거야. 우리 엄마도 약간 본인이 살림을 안 해보신 분이라 가지고 요리를 안 하..
김괜저05:38너무 한계뿐 아니야.
호영05:42근데 또 이게 내가 심지어 부산에 산꼭대기에 살 때 나한테 보낸 거였어. 그래서 그 집은 심지어 택배가 무거우면은 우리 집 문앞까지 안 올려주고 그 밑에 있는 어떤 청과물 그 슈퍼에다가 맡겨주거든 그래서 20kg를 내가 이거를 끙끙 지고 올라가면서 진짜 욕을 계속 하면서 집에 갔는데 또 홍시 20kg니까 이게 몇 개는 막 터져 있는 거야 그럼 거기 벌레 꼬이기 시작하죠. 그리고 막 홍시가 다 서로한테 들러붙어가지고 막 묻어 있죠. 그래서 빨리 이거를 이제 그냥 힘든데 내팽겨 둘 수도 없고 당장 이걸 다 씻고 버릴 거 버리고 또 그래서 다른 사람들한테 주기도 해야 되고 이거를 내가 한꺼번에 다 먹을 수 없으니까. 그래서 그것 때문에 엄마랑 대판 싸운 다음에 엄마가 그 이후로는 저한테 뭘 보내기 전에 항상 물어본다.
김괜저06:3520kg는 좀 심하긴 했다. 20키로..
호영06:38근데 홍시 정말 그래서 맛있는데 그 홍시들을 남들한테도 막 나눠주고도 내가 다 못 먹어서 그 초가 되는 걸 지켜보면서
호영06:49계속 그게 기억에 남아요.
최재원06:51진짜 그러니까 이게 너무 고맙고 너무 맛있는데… 내가 그런 나물 그런 과일을 먹을 수가 없어. 그러니까 그게 너무 고맙지만 분명히 내가 반에 반만 보내라고 했는데도 왜 굳이
김괜저07:05그게 약간 치킨 게임처럼 돼가지고 우리가 반에 반을 달라고 그러면 또 그걸 감안해서 또 이만큼 주고 그렇게
최재원07:13그러면 나는 또 8분의 1을
김괜저07:16그럼 얘가 또 과장하는구나 하면서 또 바꿔주지. 우리 엄마가 그래도 우리 엄마 많이 좋아져가지고 왜냐하면 우리 엄마도 이제
김괜저07:24
김괜저07:25퇴직하시고 집에 있는 시간은 길었지만 모든 끼니를 다 집에서 먹거나 아버지 밥을 다 차려주거나 이제 이러지 않거든. 각자 약간 두 1인 가구가 같이 사는 것처럼 잘 살고 계세요. 그래서 좀 감이 좀 생겨가지고 그나마 좀 나랑 우리 동생네 줄 때 조금 자제하는 편이긴 한 것 같아. 그래서 홍시를 8개 주셨어요. 이 정도면 진짜 양호하다. 8개면은 내가 조금 무리하면 먹을 수 있다.
호영07:55맞아 친구들 뭐 한 두 개 주고 이렇게 기다리면서 하나씩 먹으면 돼
김괜저08:01그리고 나는, 근데 내가 얼마 전에 바나나를 샀는데 이제 바나나 사면 또 큰일이잖아. 바나나를 한 송이 사게 되면 바나나는 진짜 ticking time bomb (시한폭탄)… 왜냐면 갈색 되기 전까지 다 먹어야만 (재원: 특히 여름에) 나도 그래서 날씨가 이제 추워져서 산 거야. 바나나를, 냉장고에 못 넣는 과일을 안 사다가 바나나를 샀어요. 근데 바나나를 내가 너무 아침에 이제 출퇴근할 때 이제 배고픈 바나나 하나만 먹으면 되니까 가는 길에 먹으려고 급하게 확 뜯어가지고 갖고 나갔더니 바나나가 조금 거기가 (재원: 뭉개졌어.) 뭉개진 거야. 그리고 약간 뭉개진 부분이 남아 있었던 거야. 그래가지고 초파리가 생긴 거야.
김괜저08:41그래서
김괜저08:42초파리가 한 번 생기면 또 며칠간 얘네를 몰아내기 위해서 되게 머리를 잘 써야 되거든요. 그래가지고
최재원08:48못 몰아내.
김괜저08:51진짜 몰아내기 정말 힘들어. 그래서 ‘초파리 싹!’을 뿌리고 닦고 뭐 이렇게 하고 바나나를 베란다로 갖다 놨어요. 그리고 베란다 문을 살짝 열어서 뭐 이렇게 해놨어. 없어진 줄 알았어. 그래서 바나나를 잘 먹고 그다음에는 무화과를 샀어요. 무화과가 지금 끝물이라서 무화과가 지금 사면 진짜 맛있어. 무화과는 이제 박스가 또 크잖아. 그래서 무화과를 사면은 냉장고에 바로 넣어야 되는데 맛이 다 안 들었을 때가 있어. 그래서 이게 약간 그런 거야. 조금만 하루만 놔두면 훨씬 맛있을 것 같은 거야. 그래서 걔를 베란다에 갖다 놨는데 아직 초파리들이 있었던 거야. 무화과는 과일 특성상 완전한 밀봉이 아니잖아. 그렇죠. 그래가지고 그날 첫날 꺼내 먹은 거 빼고 나머지들을 많이 버렸어요. 초파리가 너무 많아져서 거기도
최재원09:43안으로 기어들어가기 좋은 구조로 되어 있으니까..
김괜저09:45초파리로서는 헤븐이지
호영09:48그냥 동굴을 제공해줬네요.
김괜저09:50그래서 이거 또 생각을 잘못했다.
최재원09:53근데 과일 살 때 진짜 애매한 점이 많아. 왜냐면 무화과 같은 거나 아보카도 이런 거 한두 개 사면 또 너무 비싸고 근데 또 많이 사는 게 훨씬 싼데 (괜저: 무화과는 한두개 살 수도 없어) 근데 그러면 바나나도 그렇고 근데 또 하나 사기는 또 너무.. 그럼 내일도 먹을 텐데 그러면 거의 뭐 하나에 1천 원이잖아. 맞아 그러느니 3천 원에 뭘.. 이걸 사지 이러다가 또
김괜저10:17그리고 바나나는 하나짜리나 두 개짜리 편의점에 팔고 이러는 거는 맛이 없고 그리고 비닐에 싸여 있어서 되게 좀 기분이 안 좋아. 바나나는 이렇게 되게 내추럴하게 그냥 걸어놓으면 되는, 되게 좋은 손잡이도 있고 이래서 그 느낌으로 먹고 싶은데 이렇게 딱 해가지고 막 스타벅스 같은 데서 파는 바나나 이러면 여기 그 다운그레이드된 바나나의 느낌.
최재원10:41난 바나나에 되게 좋은 처리법을 찾았는데 바나나가 6개 7개 달린 걸 사면 3개 정도까지는 항상 3~4개 까지는 거의 싱싱하거나 이렇게 잘 먹고 나머지는 또 약간 안 먹게 돼서 항상 약간 시커멓고 반점이 생기고 그런 애를 바나나 머핀을 만들 때. 근데 바나나 머핀이 만들기가 되게 쉬워 그냥 대충 섞어가지고 하면 뭐 아주 막 예쁘게 안 만들어도 그냥 다 맛있어. 왜냐면 바나나 맛이고 그리고 밀가루도 별로 안 들어가고 초코칩을 넣으면 다 맛있어 (괜저: 맛있겠다.) 그래서 그냥 그렇게 대충 섞어가지고 바나나 빵으로
김괜저11:25괜찮네
최재원11:27레시피를 드리겠습니다.
김괜저11:29베이킹에 또 장벽이 있어가지고 난 베이킹을 안 하니까
최재원11:33에어프라이어 있어?
김괜저11:34에어프라이어 없어. 오븐은 있어
최재원11:36오븐? 무슨 일이지
김괜저11:39아니
최재원11:41난 당연히
김괜저11:42멀티 오븐. 마이크로웨이브(전자렌지)도 되는 오븐이라 그거 그거 나는 에어프라이어 대용으로 많이 쓰긴 하거든.
최재원11:49그거면 충분하지 에어프라이어도 되는데
김괜저11:52그러게. 조금 해볼까?
김괜저11:54난 밀가루를 요리할 때만 쓰거든. 요리할 때 이렇게 thicken(묽은 액체를 걸쭉하게) 할 때만 쓰고 그래서 밀가루 한 번 사면은 5년 동안 먹어. 요만한 거 이만한 거 사도
최재원12:06옛날엔 나도 그래서 베이킹 하기 전에는 사실 밀가루 1kg만 사도… 쓸 일이 없지. 부침가루도 좀 그래 부침가루 부침 너무 먹고 싶어서 예전에 근데 1kg밖에 안 팔아 500 파는 데가 잘 없어. 1kg 사면 그때 한 번 되게 신나서 해먹고 나중에 한 6년 후에 발견하는 거지. 아 여기에 …
김괜저12:291인 가구로서 그런 거를 되게 잘 잘 portion out(소분) 해가지고 적절하게 딱 finish 할 때 너무 쾌감이 있어. 진짜 나도 요즘에 참기름 대열이 너무 밀린 거야. 좋은 참기름이 2개가 들어왔는데 아직 좀 덜 좋은 참기름을 안 먹어가지고 이걸 버리기 너무 아까운데 좋은 참기름도 빨리 먹어야 되는데 이것 때문에 모든 밥에 모든 참기 참기름을 뿌려 먹었어
호영12:55항상 고소하고
김괜저12:57그 결과 이제 참기름 좋은 참기름을 따게 돼가지고 그리고 우리 엄마가 저번에 내가 여행 중일 때 우리 집에 와서 물도 주고 근데 물만 당연히 주지 않지 엄마가 요리를 해가지고 거기 싸갖고 와서 채워준 거야. 너무 고마웠는데 엄마들은 참기름 들기름 보관에 엄청 엄격하단 말이에요.
호영13:19맞아 맞아
김괜저13:20그래서 나는 들기름 참기름을 내가 약간 이렇게 바로 받아가지고 이렇게 정수기 옆에 내놨는데 들기름을 싹 해가지고 이제 싸가지고 신문지에 싸가지고 냉장고에 넣어주고 참기름은 싹 싸가지고 어디 있나 했는데 진짜 정수기랑 옆에 장 사이에 정말 그늘의 끝판왕이 … 눈이 침침할 정도의 그늘에다가 참기름 놔둔 거야
호영13:44신문에서 싸셨는데 이미
김괜저13:46그래서 정말 참기름을 햇볕으로부터 차단하기 위해서 정말
최재원13:52맞아 그 들기름은 산화가 잘 되니까 참기름을 또 살짝 섞어서 냉장고에 넣어야 된다고 진짜 하더라고요. 들기름이 산화가 진짜 빨리 된대. (호영: 정말?)
김괜저14:02지금 진짜 빨리 상해.
호영14:04근데 난 그냥 항상 냉장고에 그냥 넣는데
최재원14:07나도 냉장고에. 그래도 되는데 빨리 먹어야 된대. 참기름보다 그래
김괜저14:11그래서 나 들기름 거의 떨어지면 거의 이제 찰랑찰랑하게 해서 두부 부쳐서 먹거든. 들기름 없애야 될 때 정말 맛있어. 소금 확 뿌려서 구워 먹으면. 나 이번에 우리 아팠을 때 이제 많이 아파보다 보니까 아플 때 루틴이 딱 생기잖아. 내가 저번에 아팠을 때 동생이 고맙게도 백숙을 누룽지 백숙을 보내준 거야. 근데 항상 아플 때 나는 주로 먹는 게 정해져 있었던 게 곰탕 그리고 쌀국수. 이렇게 많이 먹었는데 누룽이 백숙이 너무 괜찮은 거야. 왜냐하면 소고기국처럼 너무 무겁지도 않고 여러 끼니 먹어도 되고 단백질도 많이 있고 이래가지고 근데 그 백숙집에서 백숙을 시키면 진짜 이따.. 피자만한 엄청 깊은 통에 그게 2개가 와. 하나는 닭 한 마리랑 이제 조금 찹쌀이랑 들어있는 우리가 생각하는 백숙이고 딴 거는 그 육수에 누룽지만
최재원15:13나 그거 너무 맛잇어
김괜저15:14정말 맛있어요.
호영15:15좀 알려줘라. 그거
김괜저15:17약간의 능이나 한방 살짝 들어가는데 심하지 않아가지고 계속 먹을 수 있는 그거라서 알아서 내가 그 비율을 조절해 가서 먹으면 어떨 땐 죽처럼 먹을 수도 있고 어떨 때는 그냥 닭고기만 먹는 것처럼 먹을 수도 있고 이렇게 조절이 되는 거야. 그래서 그거를 한 여섯끼에 걸쳐가지고 계속 먹었는데 아플 때 계속 먹었는데 진짜 좋았어.
최재원15:41맞아. 나도 삼계탕 먹었는데 나 누룽지 백숙을 너무 먹고 싶은 거야. 그게 누룽지를 밑에 이렇게 해가지고 밥을 찹쌀인데 누룽지가 된 다음에 다시 그걸 끓이니까 그 찹쌀 부분이 그 누룽지 부분이 진짜 쫠깃쫠깃하고 약간 구수한데 쫠깃쫠깃하고 너무 맛있어.
김괜저16:01부드러워 맞아. 그러니까 그냥 숭늉에 있는 누룽지는 바삭한데 눅눅해진 그 맛이잖아. 그게 아니고 쫠깃쫠깃 더 이상 바삭하진 않지만 이게 최적인 것 같은 그런 맛이 왜냐하면 바닥 가마솥이라가지고 딴딴한 면이 생겼는데 그걸 다시 불리니까 어느 정도 크런치도 있으면서 부드러운 부분은 한없이 부드럽고 그게 그냥 물이 아니라 육수에 이제 되어 있으니까 간도 너무 맞고 거기에 거기에 김치 하나 얹어가지고 먹으면은, 진짜..
최재원16:31난 그래서 그게 앞뒤로 누룽지가 돼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근데 너무 사치스러운 생각이지..
김괜저16:37그럴 거면 와플팬에 해야 돼. 누룽지를. 그거 싹싹 나눠 먹어가지고 너무 기분이 좋았네요.
호영16:47새로운 의성어라고 해야 되나
김괜저16:51쫠깃쫠깃. 맞아. 정확한 말이야.
최재원16:53근데 진짜 그래 약간 타피오카의 최상위 버전 약간 이데아.
김괜저17:00우리 여기 배달되는 거 있으면 저녁 점심에 그거 먹을까? 누룽지 백숙
호영17:03먹고 싶다.
최재원17:04성북동에 굉장히 맛있는 데가 있는데. (호영: 땡기네요)
김괜저17:08냉장고 관리가 나도 한동안은 재택근무할 때는 요리를 집에서 많이 해서 늘 기본 재료들이 있었는데 이제는 출근을.. 출근만 5일 하는 것뿐만 아니라 나는 이제 일이 되게 많아진 거야. 지금 주말에 해야 되는 일도 많아지고 그리고 주중에도 이제 저녁에 일이 생기고 이러니까 주중에 아예 요리를 못해요. 그래서 주중에 그래서 그냥 그냥 이제는 순응해가지고 회사에서 회사 밥을 먹고 올 때도 많고
최재원17:38저녁도?
김괜저17:39응 저녁도 그럴 때도 많고 그게 적응을 해서 괜찮기는 해. 근데 이제 집이 좀 요리를 못하는 즐거움이 없는 부분에 대한 아쉬움이 있는 거야. 그래서 과일도 진짜 조금만 집에 둘 수 있고 이런 게 되게 아쉬운 것 같아. 과일을 왜, 그러니까 과일을 먹는다는 것 자체가 사치인 건 알지만 한 박스 일주일에 계속 먹으면 너무 질리잖아. 과일을 두 개를 돌려 먹고 싶은 그게.. 정말 강한데 예를 들어서 엄청 강렬한 과일 하나랑 슴슴한 과일 하나. 이렇게 있으면. 딸기랑 참외. 이렇게 있으면 되게 돌려먹기 좋단 말이야. 맞아. 근데 그걸 못하니까 늘 막 샤인머스캣. 일주일 내내 먹으면 진자 질리거든.
호영18:24맞아.
호영18:24너무. 더 이상 특별하지가 않아.
김괜저18:27그런 게 참 아쉬워. 그래서 요즘은 진짜 냉장고가 텅텅 비어 가지고 내가 근데 금요일 날 퇴근하면서 그래서 장 봐 오는 게 너무 즐거운 거야. 토요일 아침이랑 일요일 뭐 한두 끼 정도는 내가 요리를 해서 먹을 수가 있어. 그래서 그 정도로 소소하게 요리를 하고 있어요.
최재원18:46맞아 요리를 못하면..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모르겠는데 난 제일 잡 생각 안 할 때가 요리할 때. 사실 다른 일 생각 운동할 때도 가끔 떠오를 때가 있고 운동도 근데 딱 그 어느 선을 넘으면 괜찮은데
김괜저19:02운동도 죽을 것처럼 하면 생각 안 나
최재원19:04뭔가 근데 산책을 해도 사실 많이 생각이 날 때가 있고 그것도 어느 또 선을 넘으면 괜찮지만 근데 요리할 때랑 뭔가 불 때문에 그런지 요리할 때 빵 만들 때 그리고 F1 볼 때 이렇게 제일 잡생각이…
김괜저19:19재원의 하루
최재원19:22아무 생각이 안 나는데 그게 나도 계속 요리를 좀 못하다 보니까 그리고 빵을 지금.. 오븐도 없고 에어프라이어가 있는데 이게 온도가 좀 이상해 세팅이 그래서 이걸 아직 사실 바나나 머핀 한 번 만들어봤는데 그냥 바나나 죽이 된 거야
김괜저19:39엄청 쉽다며 에어프라이어로 할 수 있다며
최재원19:42오븐의 세팅은 맞아야죠. 오븐이 작동을 해야 됩니다. 근데 그래서 지금 빵도 못 굽고 있고 내가 계속 여기 올 때 스콘 갖고 온다 그랬는데 스콘도 못 굽고 있는데 그래서 근데 그게 생각보다 나의 정신 건강에 많은 도움을 주는 것 같고 사람이 되게 그 뇌과학 책에서 읽었는데 아무 생각을 안 하는 상태 그걸 디폴트라고 하는데 뇌에 그런 어떤 액티비티가 많이 일어나지 않는 상태 그게 유지가 되는 시간이 있어야 된대. 하루에 안 그러면 거의 계속 막 뭐라 그러죠? 챗… 캣… 챗
김괜저20:24챗지피티?
최재원20:27계속 똑같은 거 그런 거 cat chasing? 아닌데 rat chasing? something chasing. anyway  그렇게 이렇게 또 이렇게 계속 쳇바퀴 돌듯이 쳇바퀴 돌듯이라는 좋은 말이 있네.
최재원20:38쳇바퀴 돌듯이 뭔가 계속 그 같은 리듬 안의 패러다임에서 살게 되는 거지. 계속 막 꼬리에 꼬리를 물고 근데 그런 거를 끊어주는 시간이 진짜 잘 없잖아요. 사실
김괜저20:53맞아
최재원20:54샤워할 때 정도 샤워할..
김괜저20:55그래서 캠핑을 엄청 많이 가는 것 같기도 해
최재원20:58약간 불멍. 불멍이 사실 어떻게 보면 그런 상태잖아. 멍 때린다는 게
김괜저21:02불멍도 그런 상태고 나는 왜 김숙이 캠핑 매니아잖아 그래서 김숙 tv에 캠핑이 나오는데 너무 본격적이어가지고 그 장박. 오래 치는 캠핑을 하면은 동이 세동이 있고 세 동 다 이 방만하고 거의
최재원21:18그러니까 자기 캠프가 세 동?
김괜저21:19왜냐하면 장박은 한 달 이상 치고 거기서 원할 때마다 가서 지내는 거야. 그래서 막 고양이들도 밑에 들어가서 자기도 하고 막 이러는 거야. 근데 거기에 카펫트 몇 겹을 깔지. 그리고 그 침대가 에어 침대긴 하지만 거의 이만큼 높이 완전 올라오는 더블 침대 있고 소파도 있어. 에어소파도 있어. 그리고 부엌도 그냥 밖에서 이렇게 우리가 생각하는 쪼그려 앉아서 펴는 게 아니고 그냥 부엌장 같은 거를 펼치는 장을 갖고 가서 양념장이랑 부엌장이랑 이게 3단이 있고 이런 식이야 pan, pot 다 달려 있고 그런 식으로 아예 거기에 유목민의 삶처럼 거기를 꾸며 놓는 거야. 근데 너무 이해가 되는 게 인테리어 좋아해도 인테리어 하루 이틀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오래 가야 되는 집을 꾸리는 거는 되게 고민도 많이 되고 재밌지가 않잖아. 재미 부분이 있지만 근데 그거는 한 달에 한 번씩 그냥 새 집을 확 꾸리는 것처럼 요렇게 놨다 요렇게 놨다 그런 걸 할 수 있는 거야.
김괜저22:21그래서 얼마나 저걸 하면서 저 사람은 잡생각 없이 있는 즐거움을 누릴까 그게 너무 공감이 되더라고. 돈이 너무 많이 드니까 나는 할 수는 없겠지만 그런 생각도 했어. 그래서 뭔가 살림을 할 때 그런 즐거움을 주는 일거리가 있는 것 같아. 나도 며칠 전에 너무 일이 많아서 집에 너무 시간을 못 보낸 게 너무 아쉬워서 되게 늦은 시간인데도 무리해서
김괜저22:49뭘 사오고 막 이렇게 했는데 특히 사 온 것 중에 마트에서 내가 먹는
김괜저22:55120g짜리 작은 공기 양반 현미밥이 있어요. 그게 최고야. 내가 모든 현미밥을 다 먹어봤어.
최재원23:03양반이?
김괜저23:04응 크기와 사이즈가 그게 최고야. 근데 그게 24개 들어있는 큰 박스를 산 거야. 그 집에 밥이 떨어져가지고 햇반이 떨어져가지고 그래서 그거를 이제 이고 와가지고 너무 기분이 좋은 거야. 이고 오는데 내가 마치 옛날에 무슨 머슴이 쌀 한 이런 걸 받은 것처럼 너무 기분이 좋아. 그때 이제 그럴 때 이제 형제를 만나면 이제 서로 주고 막 이런 걸 했을 것 같은 그런 기분까지 느껴지면서
최재원23:35니가 하나 더 가져가
김괜저23:37서로 주고 막 이러는
김괜저23:38누구 만나면 하나 줘야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왜냐하면 무슨 배송 무슨 배송으로 오는 것들이 많지만 이 조합이 없어서 내가 안 사고 있었거든. 근데 이게 딱 있어서 마트에서 사고 오면서 너무 기분이 좋은 나머지 그 건물 옆에 누가 옛날 민화 스타일로 호랑이 백호 그림을 버린 거야. 근데 그게 너무 친근하고 좋아 보이는 거야. 그 그림이 그래서 그 그림을 또 잘 그 그림이 다른 그림들이랑 이렇게 묶여 있었는데 내가 그걸 굳이 풀어가지고 걔만 빼고 나머지는 묶어놓고 걔만 갖고 오면서 이제 다음 날 내가 이걸 왜 갖고 왔지 약간 이러기는 했는데
최재원24:19얼마나 업됐는지 알겠어
김괜저24:21업됐어. 그래서 우리 부엌이 현관 열고 들어가면 바로 부엌이 있는 좁은 문이 좁은 길처럼 돼 있는 부엌인데 거기 바닥에 앉아가지고 그 박스를 뜯고 그 20개를 20개의 즉석밥을 기둥으로 세워보는 걸..
김괜저24:40너무 재밌는 거야. 처음에는
김괜저24:43그냥 한 8개씩 해야 넣기가 편하니까 이렇게 해야지 하다가 이거 다 쌓을 수 있을까? 해서 거기 앉아서 거의 한 30분 넘게 그거를 쌓고 다시 무너지고 다시 쌓고
최재원24:57벽에 안 기대고 쌓았나요? (괜저: 벽에 안 기대죠.)
김괜저25:01밥이 참 잘 만들어 가지고 충분히 시간을 들이면 누구나 할 수 있더라고.
호영25:08살림의 즐거움을 느끼고 싶으신 분들께
김괜저25:11너무 그래서 그 이제 20개니까
김괜저25:165개씩 해서 4개 이렇게 했나 뭐 이렇게 해서 딱 찬장에 넣어두고 나서 너무 뿌듯하고 행복했어요.
최재원25:23지금까지도 되게 좋아하는 게 너무 느껴져. 저 얘기하면서 지금 너무 엄청 업돼가지고.
최재원25:31남이 듣기에는 그렇게까지 재밌는 얘기는 아닌데 말이죠.
호영25:35근조가 이렇게까지 흥이 나서
최재원25:38소소한 것에
호영25:39맞아 지금 막 손으로도 이고 오는 거 표현하면서
김괜저25:43즐거웠네.
최재원25:46되게 귀여우신데 회사 사람들은 이런 면을 아시나요?
김괜저25:50모르겠죠. 아니 무화과도 실패하고 바나나도 실패하고 이래가지고 좀 다운돼 있었나 봐. 그래서. 즉석밥은 쉽게 상하지 않으니까 그거를
호영26:02내가 아는 확실한 행복. 아직 괜저 소개도 안 했어
김괜저26:09아 그래.
김괜저26:12안녕하세요. 집안일의 즐거움을 거의 잊어버릴 뻔 했던 괜저입니다. 우리가 얘기하려고 했던 게 원래 이 얘기가 아니고 이 얘기가 나온 건 맞는데 이제 호영이 퇴사를 최근에 했잖아 그래가지고 이제 루틴이나 이런 거를 새로 잡아야 되는 시기라 갖고, 먹는 얘기도 하게 되고 이렇게 들어온 것 같은데 지금 우리가 다 입장이 다른 것 같아. 호영은 최근 퇴사로 이제 막 프리랜서의 루틴을 예전에 해보긴 했지만 다시 찾아야 되는 입장이고 재원은 하던 지금 약간 프리랜서 위주의 생활을 우리 중에 제일 오래 하긴 했지만 이사를 했으니까 또
최재원26:54유구한 프리랜서의.. 그리고 계속 계속 장소가 많이 저는 바뀐.. 여기 살다가 저기 살다가
최재원27:02그래서 뭔가 안정적인 직업을 갖기 좀 어려운 지 오래되었다 이런 상황이고요.
김괜저27:08저는 본업을.. 본업에 진짜 시간을 많이 써야 되는 상황인데도 따로 또 벌려놓은 재밌는 사이드 프로젝트가 많아서 그거를 또 연중에는 가리지 않고 계속 예스 하다 보니까 연말쯤 되니까 지금 허덕이고 있는 어제 그래서 웹사이트 만드는 거 도와주기로 한 분이 시간 많으니까 내년 봄에 하시죠. 이래서 너무 감사해서 진짜 너무 너무 감사하다고 내일 답장을 해야 됩니다.
호영27:39다행이네 진짜
김괜저27:43그래서 각각 다른 루틴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에요.
최재원27:47호영은 요새 제일 최근에 좀 변화가 있으신데 어떤
호영27:54그래서 저는 일단 원래는 9시부터 6시 그렇게 풀타임 일을 하다가 최근에 그만뒀으니까 일단 일어나는 시간이 이제 훨씬 늦춰지고 좀 불규칙해지고 근데 또 저는 약간 이 아침형 인간이긴 하단 말이죠. 그게 문제야 그래서 밤이 되면 생산적인 거를 잘 하지 못해. 근데 회사 다닐 때는 퇴근하고 나서 밤에만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으니까 그때 또 절박한 마음으로 했거든요. 근데 이제는 또 시간이 너무 많아지면서 그리고 또 이렇게 낮에 뭔가 밖에 나갈 수 있다 밖에 영화도 보러 갈 수 있고 전시도 갈 수 있고 너무 좋잖아 그래서 그걸 또 누리긴 누려야겠다 이런 마음에 계속 밀리는 거죠. 해야 되는 일들이 뭐 글 쓰는 거나 번역을 해야 되는 거나 이런 게 그래서 나도 당연히 이제 처음부터 이렇게 루틴이 잡히지는 않을 거다라고 생각은 했지만 그래도 아직 이제 뭐 한 달쯤 됐는데
호영29:06생각만큼 이렇게 하루에 딱 집중해서 쓸 수 있는 시간이 정말 별로 많지 않구나 이걸 느껴서 그래서 좀 요새 사실 울적해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왜 이렇게
호영29:21뭐랄까 붙어서 이렇게 책상에서 일을 하지 못할까 이런
김괜저29:26난 사실 그게 무서워서 못 그만두겠어. 나 혼자 내가 다 감당해야 되면 일정을 이걸 할 수 있을까도 무섭거든.
최재원29:36근데 내가 아는 사람 중에 할 수 있는 사람이 한 명 있다면 그건 괜저야
호영29:41맞아 그럴 것 같아
최재원29:43모든 프리랜서의 그 유구한 고민이죠. 이거 어떻게 시간을 쓰고. 그 진짜 사실 시간이 처음에 되게 많은 것 같은데 나중에 보면 어느새 밤이 돼 있고 시간이 없어 그런.. 근데 괜저는 뭐
김괜저30:00옛날보다는 잘할 수 있을 것 같기는 해. 요즘도 그렇고 근데 사실 지금 너무 많은 걸 하고 있고 그중에서 일부는 손도 못 대니까 늘 죄책감에 살긴 하지만 그래도 전보다 많은 걸 전보다 성공적으로 돌리면서 사는 것 같기는 하거든. 근데 되게 나에 대해서 진짜 잘 알아야 되는 게 많고 나를 알기 때문에 나한테 그냥 져주는 게 아니라 나를 알기 때문에 나한테 계속 이겨가면서 이걸 해야 된다는 게 진짜 힘이 많이 들긴 한 것 같아. 예를 들어서 운전 같은 경우에도 내가 운전을 한 이유가 출퇴근에 걸리는 시간을 줄이고 딴 거를 할 수 있을 거 생각해가지고 그렇게 한 건데 실제로 해보니까 운전에 드는 아직 초보 운전으로서의 긴장감과 출퇴근 시간에 운전을 한다는 것에 되게 어려움과 이런 게 있는 거야. 그리고 운전을 하면 그 차를 갖고 다시 와야 되니까
김괜저30:56딴 데를 가기가 어려운 거야. 난 아직 운전이 서투니까 정해진 데만 갈 수 있고 그래서 오히려 제약이 될 때가 많아가지고 실제로는 운전을 몇 번 해보고 이제 있기는 했지만 지금 더 바빠지고 나서는 오히려 셔틀버스가 훨씬 나은 거야. 그래야 시간은 조금 덜 들지만 그동안 생각 안 하고 잠깐 이렇게 있을 수 있고 이게 되니까 이것도 배웠네. 약간 좀 다르구나 이런 것도 느끼는 것 같고 계속 배워요. 그래서 나에 대해서
최재원31:24근데 나에 대해서 배우면 배울수록 마감 없이 뭘 하기는 참 쉽지가 않다. 내가 아무리 발버둥 쳐봤자 마감만한 그런 건 없다 그런 좀 궁극적인 결론이 있긴 한데 어쨌든 저는 좀 오래 하긴 했으니까… 일단 아침에 근데 이게 좀 그냥 때가 좀 있는 것 같기도 해요. 어떤 때는 저는 작년에는 한 한 1년 정도는 되게 일찍 근데 이게 정신적인 컨디션이랑 되게 많이 또 연결돼 있기도 하고 아침에 4시 5시에 일어나서 한 11시 12시까지 작업을 하면 나는 이미 7시간 일한 거잖아. 그러니까 1시면 이제 모든 일정이 이제 다 일은 끝난 거야. 그러면 뭐 그때 운동을 해도 이제 끊기지가 않죠. 리듬이 근데 그렇게 하고 집에 와서 빵 만들고 그러다가 한 7시쯤 침대에 누워서 8시에 자. 4시에 일어나
최재원32:34근데 그게 사실 저는 저도 되게 아침형 인간이어가지고 그게 굉장히 좋더라고요. 그리고 4시부터 9시 새벽에 아무도 연락 안 오는 시간. 진짜 아예 그냥 연락이 안 온다는 것만 실제로 안 온다는 것뿐만이 아니라 내가 안 온다는 걸 확실히 알고 있기 때문에 전혀 뭔가를 신경 안 써도 되는 그 시간이 진짜.. 되게 소중하고 뭐 별일을 안 할 때도 되게 그게 좋더라고요. 근데 우리가 다 사실 글 쓰는 일을 하고 있고 근데 뭐 프리랜서긴 하지만 사실 좀 특이한 점이라면 프리랜서인데 어떻게 보면 투잡이라 크게 그렇게 분류를 할 수 있다는 거겠죠. 근데 그게 뭐 투잡 중에 하나는 글을 쓰고 뭔가 내가 원하는 프로젝트를 하는 거고 하나는 뭔가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받아서 하는 것인데 그런데 또 번역가로서는 그 업무 사이가 좀 애매한 점도 있고 오히려 저는 투잡에서 완전 하나가 좀 나눠질 때 좀 되게 좋았던 것 같고 약간 좀 그냥 manual labor (신체적 노동) 그냥 뭔가 노동으로 몸은 힘들지만
최재원33:50근데 또 장단점이 다 있는 것 같고요.
최재원33:57네 근데 루틴은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요새는 저도 진짜 잘 못 일어나겠더라고요. 아침에
호영34:07추워지면서 더 그 침대에 머무르고 싶은 그런 마음도 들고 그래서 나도 다른 분한테 들은 조언이 그분은 그냥 무조건 5시에 일어난다. 몇 시에 잠이 들었든 간에 낮잠을 자는 한이 있더라도 일어난 시간은 항상 똑같이 한다. 약간 이런
최재원34:28맞아 맞아 맞아 맞아
호영34:32그렇네요.
최재원34:33그래서 딱 정해놓은 약간 포기하지 않는 시간 있잖아요. 내가 그 하루 중에 이 시간만큼은 지킨다. 이게 있으면 좀 좋은 것 같아요. 저는 예를 들어서 5시 9시 그것만 지키면 나머지가 좀 어떻게 굴러가든 이것만은 사수한다 약간 그런 느낌 그리고 이게 뭔가 마감되면 항상 잘 된다. 마감이 있으면 좀 어쨌든 일을 한다 어쨌든 집중해서 한다 그게 밤이든 낮이든 이런 게 있잖아요. 근데 그게 약간 어떤 거를 내 팽겨치지 않으면 그게 안 되는 것 같아요. 집안일이라든가 약간 짜잘한 일 처리 이메일 보내고 여기 답장하고 산책 이런 걸 다 포기하는 거지. 왜냐면 지금 마감해야 되니까. 근데 그냥 딱 일어나면 마감이 없으면 오늘 운동도 좀 해보고..
김괜저35:24이것저것 하고 싶지.
호영35:26맞아 거기서부터가 이제 그렇네 생각해 보면 나는 지금 나에게 선택지가 너무 많은 거야. 맞아 딱 일어났을 때 그냥 그날 할 일 중에 하기 싫은 거를 일단 하나 해놓으면 마음이 편할 것 같은데 지금 일어나면 막, 오늘 그 영화가 하던데 이럴 수도 있고
호영35:47친구랑 약속도 잡고 뭐 이렇게 되니까
김괜저35:52나는 사실 작업실에 온다를 되게 그걸로 쓰는 거 같애
최재원35:56포기할 수 없는
김괜저35:58작업실에 가야 된다. 그럼 가면은 뭐라도 하겠지 이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인 것 같아.
호영36:06그래서 맞아 그래서 괜저하고도 좀 얘기를 했잖아. 내가 이 저의 작업실에 출근하는 식으로 좀 할 수 있을지 그렇게 하다가 지금 추워지면서 살짝 그 마음이 사그라들었다가 (괜저: 그렇지.) 그런데 지금 이 얘기를 하다 보니 그냥 나와야겠구나라는 마음이 다시 들었습니다. 다시 마음을 다잡도록 하겠습니다.
김괜저36:28그러니까 물론 나 같은 경우에 이 작업실을 운영하니까 오면 딴 짓도 좀 하긴 한다. 여기 정리하고 뭐 막 사진 찍어서 인스타에 올리고 여기 근처에 카페 가고 이런 걸 하긴 하는데 그것만 할 수는 없으니까 그래도 여기 오면 앉게 되고 앉으면 여기 있는 컴퓨터로 뭐라도 하게 되긴 하더라고. 그래서 그 감각을 좀 유지하는 거라도 하려고 하고 있고 주중에 한동안은 내가 주말에 많이 하니까 주중에는 푹 쉬자라는 생각으로 회사에서 오면 별거를 안 했었는데, 요즘에는 주중도 매일은 아니지만 운동 안 가는 날에 조금 평소보다 늦게 자더라도 1시간 정도 뭔가를 하고 자는 버릇으로 좀 바꾸고 있어. 그게 사실 팟캐스트 에디팅 같은 거를 주중에 밤에 하거든. 근데 그것도 이제 놀랍게도 저번에 우리가 ASMR 녹음한 파일이 생각보다 편집하기 너무 좋은 거야. 다들 마이크 가까이에서 얘기해서 그래서 그걸 되게 빨리 끝내서 하루 만에 딱 끝내서 기분이 너무 좋아서
김괜저37:31그다음 날도 내가 코딩 같은 거 개인적으로 취미지만 하고 싶은 거 이런 것도 좀 하고 좀 반 생산적인 활동을 밤에 조금씩 하는 버릇을 기르고 있어요.
호영37:43그래요.
김괜저37:45계속해서
김괜저37:46방법을 계속 찾아야 되는 게 너무 피곤한 것 같아. 맞아. 상황도 바뀌고 내 스타일도 계속 바뀌는데
최재원37:51그리고 일 들어오는 일정도 바뀌고 이게 딱딱 정해져 있는 게 아니니까 갑자기 뭐가 들어오는 경우도 있고 그리고 막 이메일이 왔는데 답장해야 되는데 직장에 다니면 연차라서 오늘 일 안 해서 이런 딱 그게 있잖아. 근데 연차.. 나는 나 스스로의 연차인데 오늘은, 그런 거를 연차라고 말하기도 좀 그렇지 뭐하고 그리고 뭔가 프리랜서는 토일도 일을 한다는 그런 이상한.. 금요일날 보내서 월요일날 답장 오기를 바라는 그런 것도 참 의아한 것 같고 근데 어쨌든 그런, 그러거나 뭐 일정이 바뀌거나 갑자기 일이 들어오는 경우가 있으니까 그럴 때 또 일정 조정 예를 들어서 난 루틴을 만들어 놨는데 조정해야 되는 일도 많이 생기고 좀 그런 것 같아요. 아무래도 그래서 뭔가 막 딱 이렇게 정해서 나는 무조건 이렇게 안 하면 안 된다 이렇게 생각하기보다는
최재원38:56약간 닥치는 대로 해치운다. 약간 이렇게 막 오늘은 내가 루틴을 이렇게 했는데 나 나 완전 집착하는 스타일이거든. 오늘 이렇게 했으니까 내일도 이렇게 해야 되고 막 예를 들어서 아침에 5시부터 7시까지 뭘 하기로 했어 근데 안 했어 그러면 그냥 하루를 약간 그냥
김괜저39:12오늘은 망했다
최재원39:13몰라, 망했어 이런 스타일인데 진짜 그렇게 하면 안 되더라고요.
김괜저39:22맞아
김괜저39:23그러니까 사실 마치 우리가 다른 되게 프리랜서 경험 많은 사람들이나 이런 사람들 얘기 들어보면 루틴이 그들을 만든 것처럼 얘기하긴 하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고 일을 하기 위해서 그날그날 필요한 걸 동원하는 그런 scrappy한(풍족하지 않더라도 있는 자원을 다 끌어다 쓰는) 그런 마인드가 더 중요하지 않은가라는 생각도 들어요. 난 어쩔 때는 글을 쓰려면 이 마음을 지키려면 무조건 훌쩍 떠나서 써야 돼. 이럴 때는 막 아무도 굳이 찾아가서 하지 않는 수원에 모텔 잡아서 가서 쓰고 오고 막 이러는 날도 있는데 어떨 때는 그냥 지금 내가 이 엉덩이에서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고 내가 움직이는 순간 이 프로젝트는 안 끝날 것 같아. 그냥 지금 앉은 자리에서 지금 하자 이래야 될 때도 있어. 이게 상황마다 달라요. 되게
최재원40:08맞아요. 그리고 오히려 내가 되게 시간을 많이 거기에 할애 이렇게 그걸 너무 많이 배정을 해놨을 때 오히려 그게 잘 안 될 때가 있어요. 진짜 그냥 되게 짧게 예를 들어서 내가 1시간 쓴다 이렇게 했을 때 그럼 그게 늘어날 수도 있지 하다 보면 뭐 2시간 되고 3시간 근데 내가 여기에 오늘 4시간을 보낸다 이러면 하기 전부터 너무 하기 싫은 거야. 이걸 4시간이나 해..
김괜저40:38엄청 싫지
최재원40:40그래서 1시간만 하자. 근데 하다 보면 이제 2시간 되고 이런
김괜저40:44나도 오늘 여기 오면서 그리고 일요일에 글을 많이.. 작업실에 오니까 그래서 오늘 캘린더에 우리 점심 먹고 파하고 나서 오후 시간에 글쓰기 이렇게 해서 잡아놨어. 너무 하기 싫은 거야. 그래서 어제 오자마자 저녁에 글을 쓴 거야. 내일 하기 싫어서 그런 식으로 움직이는 것도 괜찮은 것 같아.
호영41:05괜찮네.
최재원41:07정말 쉽지가 않은 것 같아요.
김괜저41:09근데 오늘 내가 알렉산더 치 Alexander Chee 작가의 그런 대담 같은 거를 들으면서 옛날에 했던 걸 들으면서 왔는데 글 쓰는 게 얼마나 사람들은 고독한 작가를 생각하지만 실제로 글을 쓴다는 건 굉장히 사회적인 활동이고 나도 라이팅 그룹 글쓰기 그룹을 통해서 모든 작업들을 많이 해낸다 이런 얘기를 하는데 그게 되게 좋더라고.
김괜저41:36
김괜저41:37글방 만들고 글 모임하고 막 그렇게 하는 것 자체가 글을 쓰기 위해서 하는 거고 근데 그런 거를 하는 게 좀 아마추어 같이 느껴질 때도 있잖아. 굳이 내가 그런 사회적인 장치가 있어야만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걸 인정하는 것 같고 근데 나는 그게 있는 게 되게 좋은 것 같다라고 생각이 들었어.
호영41:58맞아 어쨌든 회사 나와서 많이들 얘기를 하는 게 어쨌든 조직 밖에 있다라는 거고 뭔가 프리랜서들이 혼자 일을 한다라고 생각을 많이 하잖아. 근데
호영42:13근데 나도 이제 그래서 이 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나와도 괜찮겠다라고 생각한 것도 전보다 회사 밖에도 동료들이 더 생겼다라는 느낌 덕분인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지금은 그래서 지금 이 생활에서 어떻게 더 동료들을 개입시킬지 또는 내가 이제 약간 연루되어서 같이 일을 할지..
김괜저42:41연루라고 표현하네
호영42:43그래서 예를 들어서 우리가 이렇게 매주 글을 서로에게 보내기로 한 거라든지 그런 방법을 계속 찾아야 되는 상황인 것 같아
호영42:53어쨌든 그걸 하기 위해서는
호영42:57매일 아침에는 일단 해야 될 거를 좀 해야겠다. 미루지 않기. 그거를 좀 연습할 시간인 것 같다.
최재원43:06그리고 근데 아예 쉬는 것도 되게 필요한 때가 있는 것 같아. 그 사실 이게 약간 그 프로젝트 자체가 뭔가 매일 해야 될 것 같고 그런 류의 것들이 좀 많잖아. 토일이 진짜 사실은 마음 심적으로 나한테 없는 거야 그렇지 그래서 억지로 뭐 어디 가는 일이 있거나 이러면 그게 좀 끊어지는데 그렇지 않으면 내가 예를 들어서 2주 정도 마감이 남았다 그러면 사실 실제로 내가 일을 할 수 있는 physically(물리적으로) 가능한 시간은 한 6~7일을 빡세게 하는 걸 수도 있는데 그게 마음이 되게 급하니까 10일 동안 그걸 계속 2주 동안 붙들고 있단 말이죠. 쉬지 않고 근데 그러면 사람이 되게 좋지 않은 것 같아 장기적으로 봤을 때도 그렇고 효율도 떨어지는 것 같고 그래서 뭔가 나는 나도 그걸 잘 못해서 항상 그냥 그렇게 자의적으로 하는 대신 뭐 2 3일 갑자기 crash를 한다던가 그렇게 그렇게 타의적으로 쉬게 되는 경우가 많긴 한데 좀 진짜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이 진짜 중요한 것 같은데 그런 시간을
최재원44:19하루 종일 만들기가 사실 진짜 어렵잖아. 직장인이고 프리랜서고 사실… 맞아요 그리고 호영 아까 운동 얘기했잖아 이게 운동을 언제 할 것인가
호영44:34운동을 그러니까 예전에는 퇴근하고 가야 되니까 저녁에 7시 8시 이럴 때 갔는데 이제 이제 좀 그 시간을 피해서 갈 수 있게 돼서 오후 4시 5시 이렇게 가면은 그때는 또 나밖에 없고 그래서 또 쾌적해 되게 근데 그렇게 운동 갔다 오면 일단 뭘 먹어야 되고 그러면 금방 또 밤이 온단 말이지. 그런 상황이었는데 그래서 지금은 좀 그런 마음이야 내가 이런 비회사원의 생활 패턴을 원해서 이 선택을 했고 실제로  그렇게 살고 있는데
김괜저45:12원하던 걸 얻었어.
호영45:13원하던 걸 얻었어. 근데 그랬더니 또 이것도 쉽지 않네 이렇게 됐더라.
호영45:20그래서 한편으로는
호영45:22뭔가 약간 좀 조급하게 내가 엄청나게 생산적인 거를 해내야 할 것 같다라는 마음도 있는 것 같으면서도 어쨌든 실제 그 마감들이 있긴 하고 하니까. 그런 상황이죠.
김괜저45:43그런, 나도 짐작이 되는 게 직장을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시작하면 그거에 아무리 준비가 잘 된 사람이라도 일정 기간 쇼크 같은 게 있을 수밖에 없는 것 같아 너무 다른 삶의 방식이고
최재원45:58쇼크도 쇼크고 인간의 마음이라는 게 어쩔 수 없는 게 회사 다닐 때 예를 들어서 뭐 나 막 8시에 끝나는 회사가 있었는데 8시 9시 근데 그러다가 하루 5시에 마쳤다. 수요일 날. 그러면 하루가 너무 긴 거야. 밖에 나왔는데 해가 떠 있고 한 2시간 돌아다니다가 저녁 먹고 집에 왔는데도 시간이 막 엄청 많이 남고 막 그랬는데 지금은 전혀 그런 생각이 안 들거든요. 5시에. 전혀 진짜
최재원46:29망했다. 약간 이런
최재원46:32하루가 왜 이렇게 짧지? 그리고 막 일하다가 또 그만두고 이러면
최재원46:38토일이 지났는데 월요일날 회사를 안 가도 된다고? 너무 좋다. 그런 진짜 엄청 만족감과 내 시간에 대한 소중함이 있는데 사실 매일매일 흘러가면 그런 게 없어지는 게 사실 인간의 어쩔 수 없는 그런 것이고 그거를 어떻게 보면 좀 잡고 있기 위해서 이런저런 루틴을 만드는데 근데 전 운동이 진짜 요새. 좀 운동을 오래 안 하니까 일을 할 수 없는 몸이 점점 또 돼가잖아요. 이게 너무 그게 너무 심해. 좀 하고 안 해도 괜찮았으면 좋겠는데 계속 앉아 있는 일을 하면 운동을 안 하면 이게 전반적으로 다 안 좋아. 장도 안 좋고 허리도 안 좋고 막 이렇게 되잖아요. 손목도 안 좋고 보통 프리랜서들이 그래서 운동을 하긴 해야 되는데 이게 시간이 아까 말했듯이 되게 애매하다 약간 좋은 시간이란 없다. 이런
김괜저47:41사실 일한다는 거는 되게 부자연스러운 활동이기 때문에 그걸 할 수 있게 잡아주는 장치들이 많이 마련돼야 되는데 회사라는 곳은 그거를 일을 시키기 위해서 정말 고도화된 장치들이 있는 곳이거든요. 그래서 나도 우리 회사가 좀 큰 회사라 가지고 다니면서 이걸 챙겨주니까 이걸 사람들이 할 수 있지 이렇게 느끼는 부분이 많아요. 그래서 그런 거를 다 스스로 해야 되기 시작하면 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 같아 처음에는. 뭔가 계속 장치를 만들고 인위적으로 이렇게 하는 게 능력이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최재원48:16맞아 난 그 장치의 그런 궁극적인 어떤 성질이라는 게 사실은 결국은 지금 하는 거 말고 나머지를 버릴 수밖에 없는 그러니까 이거를 이게 없어야 돼. 나머지 내가 할 수 있는. 어떻게 보면 아까 말했던 선택을. 선택이 없을 때만 일을 할 수 있거든요. 내가 지금 나가서 놀 수 있는 선택이 있으면 일을 하겠어? 회사에 갔는데 퇴근을 못하니까 일을 하는 거지
김괜저48:45눈보라가 치면 돼 그러면 일을 해. 밖을 못 나가면 돼.
최재원48:49근데 밖을, 그거는 하나의 예시지만 집에서도 사실 내가 뭐 이거 안 하고 좀 쉴 수도 있고 누워 있을 수도 있고 책 읽을 수도 있고 요리할 수도 있고 지금 옷도 좀 정리하고 파일도 좀 정리를 하고 이메일도 보내고 이런 게 진짜 많은데 뭔가 그런 거를 배제하는 게 그런 루틴의 어떤 목적인 것 같아요. 한 번에 한 일만 하는. (호영: 어.. 그렇다.) 하지만 정말 안 되지
김괜저49:20그리고 그 시기에 좀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어떨까 싶은 게 프리랜서의 삶이 시작됐고 앞으로 영원하리가 아니고 이번 분기 아니면 다음 년까지 뭔가 목표가 있어가지고 그거를 하러 지금 있는 상황이다 이런 식으로 세팅을 해야 되지 않나 싶기도 한 것 같아요. 나는 작년에 퇴사해서 직장 옮기기까지 3주 정도 있었는데 그때 아무도 안 만나고 혼자 광주 가가지고 한 열흘 동안 광주의 제일 노잼 지역인 성주단지 진짜 그냥 오피스 빌딩밖에 없는 거기에 일부러 가가지고 거기 오피스텔에서 홈페이지 만들었거든, 개편했거든. 근데 그게 너무 뿌듯한 거야. 그리고 그걸 목적으로 갔으니까 좀 하기 싫어서 당연히 여기 갔다가 여기 갔다가 할 때도 있는데 그래도 하루에 2~3시간은 미니멈으로 하니까 되더라고. 그래서 그때 감각이 되게 좋았어.
최재원50:27근데 또 마감하기 전에 책 읽으면 너무 재밌다. 진짜
호영50:33진짜
호영50:34그때가 책이 제일 재밌지.
김괜저50:36마감 그리고 쓰는 글에 도움이 안 되는 책
최재원50:40그럴수록 더 재밌어. 더 재밌어.
김괜저50:44평소에 이 책을 언제 봐, 하던 책이 갑자기 너무 재밌어.
최재원50:47근데 진짜 마법처럼 마감 끝나잖아. 그 책이 그만큼 재미가 없어.
호영50:53진짜 마감 앞두고 약간의 그 당을 보충하기 위해서 카페에 갔는데 그 짬을 내가지고 내가 잠깐 만화책을 읽는다. 최고 재밌어. (괜저: 최고 재밌지.) 맞아. 진짜 너무 행복하지.
김괜저51:07그런 즐거움이 너무 소중해.
호영51:11요즘 뭔가 재밌게 읽거나 이런 거 있나요? 다들
김괜저51:16그걸로 마무리할까요? 하나씩 얘기하고
호영51:18하나씩 재밌게 보거나 이런 거? F1 얘기하지 말고
김괜저51:22그래 너 얘 F1 금지야.
호영51:24이미 매화 F1이 조금씩은 나오고 있어요.
김괜저51:30F1 얘기하려고 했나 봐
호영51:32그런가봐 말문이 막혔어
최재원51:39생각났다. 일단은 그 이반지하님 에세이 두 권 진짜 재밌게 읽었고요. 진짜 앉은 자리에서 두 권을 바로 재밌게 읽었고 그리고 최근에 그거랑 내가 재미있을 만한 책을 많이 빌려왔어. 도스토옙스키의 <백치>라던가 뭔가 옛날부터 읽고 싶었던 <양철북> 이런 거를 되게 많이 빌렸는데 너무 재미가 없는 거야. 갑자기 그래서 오스카 와일드 이것도 옛날에 빌려놨다가 그 <살로메>를 읽었는데 진짜 대존잼인 거야. 그리고 끝이 진짜 굉장히 좋더라고요. 그래서 이걸 <살로메> 한번 재밌습니다. 약간 진짜 급작스럽게 끝나는 게 참 재밌고 연극인데 연극 희극 희극이에요.
김괜저52:34나도 <살로메> 안 봤네.
최재원52:35왜 봤냐면 그걸 <베니스의 상인>을 읽다가 그게 저 번역본으로 봤거든요. 근데 어떤 사람은 그 번역을 이걸 운문으로 해놨고 어떤 사람은 산문으로 해놨고 이게 번역본마다 진짜 차이가 있는데 굉장히 읽기가 쉽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이걸 읽다가 <살로메> 근데 번역을 되게 잘하셨더라고요. 그래서 다 번역본으로 읽었는데 <살로메> 되게 재밌었어요.
호영53:02저번에 왔을 때도 그때가 <베니스의 상인> 아니었어?  계속 뭔가 세계 문학 전집을 읽고 있구나
김괜저53:09계속 그냥 세계로 가져
호영53:11그리고 항상 이제 죽은 사람들 읽고 있구나 이렇게 생각을 했어요.
김괜저53:17나는 책은 아니고 팟캐스트 듣는 것 중에 이제 영화를 다루는 팟캐스트가 있는데 거기에 디아워스가 아니 <디 아더스>가 나온 거야. 니콜 키드만 주연의 2007년인가 4년인가 7년인가 그 작품이 (정정: 2001년 작품입니다.)
김괜저53:35
김괜저53:36이제 아시는 분은 알겠지만 영국의 저택에 저지 지방의 대저택에서 살아가는 어머니와 아이들 아이들이 햇빛 알러지가 있어서 이제 해를 다 가리고 살아가는 이 사람들의 인생에 벌어지는 이상한 이야기 트위스트가 엄청 유명한 혹시 봤어 안 봤어 근데 이 영화가 이제 그래서 그 영화에 대한 내용과 스놉시스와 프리뷰와 이런 거를 어제 찾아보면서 되게 껌껌한 데 혼자 있는데 무서운 얘기거든 이제 무서운 영화 보고 그게 음악이 되게 좋아요. 그 영화가 그 음악을 들으면서 그런 걸 읽은 게 너무 실감나고 너무 무섭고 너무 좋은 거야. 어제 약간 비도 살짝 오고 이럴 때여가지고 그래서 그걸 근데 그게 극작이 이제 상은 아마 못 받았지만 극작 오스카 nominee(후보)였을 텐데 트위스트를 만들기 위해서 이 스토리를 배치한 감각이 엄청 정말 수려해요. 다시 보면 완전 달리 보이는 그런
김괜저54:44반전이 있는 이야기 그게 <식스센스> 2년 뒤인가 나온 작품이라서 그때 이런 스토리가 되게 많았는데 그중에서 제일 스타일리시하고 제일 수려한 작품 그래서 그걸 다시 좀 보고 싶다 아니면 좀 이렇게 좀 치밀하게 짜여진 글을 이런 무서운 이야기같이 좀 어떤 이팩트를 내기 위해서 치밀하게 짜여진 책 같은 거를 다시 좀 읽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어요. 저의 추천은 <디 아더스> 갑자기 갑자기 옛날 영화를. 이때 니콜 키드만이 <물랑루즈>랑 같은 해여가지고 표가 갈려서 아무 상을 못 받은 되게 비운의 시기야. 그때 근데 동시에 이제 톰 크루즈랑 이혼하던 그 시기이기도 하고 그래서 니콜 키드만이 바쁘게 지금 나처럼 바쁘게 살았던 시기였던 것 같다.
호영55:41그렇군요.
호영55:45나는 최근에 전시를 하나 보러 갔는데 ‘촉감 수집가의 작은 상점’이라는 제목의 전시인데 여러 가지 촉감을 수집해서 그것들을 물건으로 만들어 놓았다라는 이런 콘셉트이에요. 그래서 총 123개의 어떤 물체들이 있어. 근데 이 작품들이 다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물건들을 재료로 해서 만든 것들이야. 그리고 이게 키링 형태처럼 이렇게 만들어져 있는데 그래서 그 공간에 들어가면 일단 그 공간 문 손잡이 자체도 이렇게 털이 보송보송 나 있는 그런 걸로 손잡이가 감싸여져 있고 그리고 그 물건들을 하나씩 만져보거나 냄새를 맡아보거나 이러면서 시각이 아닌 다른 촉감이나 청각 이런 것들로 감각하게 유도하는 그런 전시였는데 엄청 재밌었어. 그걸 보면서 막 이게 다 다이소에서 나온 물건들로 만든 거니까 나도 뭔가 사서 만들고 싶어지는 그런 것도 있고
호영56:58그리고 이게 뭐라고 해야 되지 장애인들도 접근하기 쉽도록 그 장소에 휠체어도 마련이 되어 있고 그리고 수어 통역이 있다든가 이런 식으로 그래서 시각장애인을 위해서도 이제 특별히 생각을 하면서 만드신 전시인 것 같아.
김괜저57:19너무 귀엽다. 이름 제목이 뭐야
호영57:21<촉감 수집가의 작은 상점>이라고 하고 wrm이라고 하는 합정역 근처의 전시 공간에서 하고 있고요. 아마 다음 주까지 하는 것 같아. 그래서 여기에 있는 123개의 작품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그거를 또 이제 입양을 할 수가 있어요. 무료로. 그래서 거기 이제 주소랑 이름 이런 걸 써서 내면은 집으로 보내주셔 이 전시가 끝나면
김괜저57:55재밌다. 이거 되게 좋은 생각이다. 전시 전체적인 접근이
호영57:59그 전시 기획 자체가 너무 좋은 아이디어고 가면은 그래서 막 전시 공간을 꾸며놓으신 것도 막 여러 의성어/의태어 이런 것들을 이렇게 막 리본에다가 (괜저: 쫠깃쫠깃 이런거?) 응, 온활한 막 이런 거 나 처음 보는 단어들 되게 꽤 많았어요.
최재원58:17오 그래?
호영58:19그래서 한번 가보면 재밌는… (괜저: 단어 수집하러 가야겠다.)
최재원58:22이거 거의 호영을 위한 맞춤 전시 아니에요?
김괜저58:25그러게
최재원58:31호영이 기획한 그러니까 자신의 전시 홍보 아닌가요?
김괜저58:35그러면 아니 우리 녹음으로부터 다음 주면, 이거 들으시는 분은 바로 가셔야 될 수도
호영58:41맞네. 바로 가셔야 돼요.
김괜저58:43하루이틀 밖에 안 남을 수도
호영58:45아마 23일인가 그때까지 하는 것 같은데
최재원58:47RWN?
호영58:48rwm이라는 곳에서 합니다. (정정: wrm 에서 했습니다.)
김괜저58:51어 23일은.. 다음 주 녹화.. 공개 전
호영58:53그러네. 그러네요. 그러네요.
김괜저58:59하여튼 좋은 전시를 찾아서 주변에서 알아서 가시기 바랍니다. 저희는 이런 걸 하고 있으니 좋아요. 그러면 오늘은 냉장고 얘기해서 출발해서 루틴과 이런저런 얘기로 끝내봤네요.
최재원59:15못 다한 F1 얘기..
김괜저59:18우리는 이제 거의 50명의 말동무들과 함께하고 있으니까 우리 이제 스튜디오에도 커뮤니티 탭이 있거든요. 커뮤니티 탭에는 누구나 글을 쓸 수 있어요. 그래서 저번에 프라이드 때도 어떤 분이 무지개 사진을 올려주셔서 지금 좋았는데 우리한테 듣고 싶은 얘기가 있다거나 뭐 그런 주제 제안 이런 것들이 있으면 자유롭게 올려주시면 댓글도 좋고
호영59:42네 좋습니다.
김괜저59:44소통을 좀 하면 우리 이제야 좀 소통할 여유가 이제 좀 생겼어. 지금까지는 어떻게 만들지
최재원59:51만드느라 급급해서
김괜저59:53어떻게 되겠지 이런 생각밖에 못했는데 이제 슬슬 소통을 할 수 있는 짬이 되지 않았나. 좋습니다. 함께 해요.
호영1:00:05네. 좋은 한 주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