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9 – 그 때 그 집과 끝나지 않는 여행

웬만하면 말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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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 – 그 때 그 집과 끝나지 않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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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에 대한 글, 장소로 인한 글. 이번 화에서는 우리가 품고 사는 집과 풍경, 가본 적은 없어도 머무른 적 있는 세계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글 한 토막 때문에 타임머신을 타기도 하고, 일상의 공간을 떠나 비로소 그곳을 또렷이 볼 수 있게 되기도 해요. 말동무 여러분은 어디에서 이번 호를 듣고 계신가요.

EP09에서 말한 것:

  • 60년대 명륜동을 찾아나선 괜저
  • 대전의 여름밤 냄새를 알 것 같은 호영
  • 러시아 관공서 미감의 방을 둘러보는 재원
  • 〈설국〉 vs 〈진격의 거인〉
  • 경계를 넘을 때 펼쳐지는 풍경
  • 인상주의적 글쓰기
  • 그 방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쓰려면 공항부터 가야 한다
  • 쇼핑몰의 쥐새끼들
  • 여행기가 볼썽사나워질 때
  • 전지전능한 외부인 시점에서 예술인 까발리기
  • 제 글을 보고 뉴욕에 가지 마세요
  • 주워온 가구의 역사
  • 엘프와 노래하는 재원 vs 지도를 그리는 괜저
  • 혜화 대전 반지하 니가타 새장 지우펀 파리 뉴욕 조지아 주차장 쇼핑몰 광화문 이태원 작업실 우리집 부산 강 바다 전시장 마닐라 뉴델리 한옥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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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영00:25글의 주제가 또 장소랑 되게 밀접하잖아. 이제 집에 대한 거니까 어떤 어떤 글을 읽고 있어?
김괜저00:39나는 저번 주에 박완서의 <그 남자?네 집>을 다 읽었거든 근데 처음 읽은 거고 이 소설 워낙 유명한 소설이지만 간단히 소개하자면 박완서 작가의 마지막 소설이고
김괜저01:01그의 젊은 시절 첫사랑이었던 그 남자와 그 남자의 집이 나옵니다.근데 나는 이게 <그 남자의 집>이라고 해서 굉장히 그 남자의 그 물리적인 공간인 집에 대한 얘기만 주제일 줄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고 그 남자뿐 아니라 화자 자신의 근데 많이들 박안서 작가 자신의 자전적인 얘기라고 얘기를 하죠.
김괜저01:29그 사람이 그 당시 혜화역 근처 명륜동 그 부근에서 처음 시집 생활도 하고 그 전에 이제 어머니랑 같이 살고 하던 그 시절에 여러 집안과 여러 집 얘기가 나오는 그런 소설이었다.근데 이걸 보고 읽으면서 너무 그 동네가 가보고 싶더라고 그래서 바로 읽다가 읽다 말고 동대문시장과 성균관 근처 명륜동 이런 때를 가보고 싶어서
김괜저02:00바로 가서 걸으면서 걷고 또 와서 또 읽고 이런 식으로 했던 기억이 있었어. 그래서 되게 좋았어. 그 공간성이 굉장히 좀 생생했던 책이었어 가지고 나도 내 책 쓸 때 어떤 공간 특히 어떤 시대적인 배경 안에서의 공간 어느 시절의 저 공간
김괜저02:20어떻게 묘사할까에 대한 고민이 좀 생긴… 자극이 되고 영감을 좀 줬던 책이었던 것 같아요.그럼 혹시 책을 읽다가 그 장소 책에 나오는 장소에 꽂혔던 경험이라든지 아니면 그 책이 묘사하는 장소에 대해서 되게 인상 깊었던 그런 경험이 다른 분들은 있나요?
호영02:43얘기 듣다가 떠오른 게 서한나 작가의 <사랑의 은어>라는 에세이집이 있는데 서한나 작가는 대전에 사는 분이어서 대전에 어떤 술집들이 모여 있는 어떤 거리를 묘사를 하는데 그게 지금 내 머릿속에 그려진 이미지로는 어떤 은행나무가 쫙 깔린 어떤 가로수길이 있고 그 가로수길을 따라서
호영03:10술집들이 줄지어 있는 그런 풍경으로 지금 상상이 되거든 근데 거기에 약간 여름 밤의 공기라든지 거기서 나는 냄새나 약간 어둑어둑한 풍경 이런 것들이 막 떠오르는데 주로 우리가 무슨 동 이런 식으로
호영03:35어느 도시라는 걸 또 특정하지도 않고 그냥 무슨 동이라고 할 때 대체로 서울이기 때문에 대전의 그런 풍경에 대해서 아주 상세한 묘사 그런 걸 읽어본 게 없다는 생각이 든 거야. 그 책을 읽으면서 그제서야 뭔가 그런 생각을 했고
호영04:00그리고 그 책에서 나오는 그냥 산책길들 동네 산에 갔다든지 차를 몰고 어떤 계곡에 갔다든지 이런 것들도 너무 좋아서 다른 도시의 풍경들 그리고 그 주위에서 그냥 차 타고 금방 갈 수 있는 저수지나 계곡이나 이런
호영04:24그런 이야기들이 되게 좋았다. 되게 공간에 대한 설명을 쓰는 게 나는 어렵게 느껴지는데 나는 주로 사람을 중심으로 어떤 장면을 몰아붙이는 식의 글쓰기이기 때문에 근데 공간에 따라서 글을 쓸 수도 있구나 이런 생각을 최근에 했던 것 같아.
김괜저04:48그 작품에서는 대전의 거리가 그런 뭔가 사건의 배경이 되거나 이런 생활 변경이 되거나 이런 게 좀 있어? 아니면 좀 그냥 그걸 좀 묘사하고 가고 싶어서 좀 시간을 들이는 그런 느낌이야?
호영05:03대전이어서 일어나는 일들이라는 생각은 그게 아주 뚜렷하진 않지만 근데 어쨌든 이 공간이 그냥 우리가 굳이 설명하지 않은 어떤 불특정 다수의 한국에 있는 어떤 공간이 아니라 딱 그 장소다라는 것은 작가가 의도적으로 묘사를 하는 것 같아.
최재원05:39나도 책 읽을 때 지명 이름이 나오거나 특히 그냥 일반적으로 도시의 풍경을 묘사하거나 그러면 우리 나도 모르게 계속 서울을 그냥 생각하게 되고 미국이면 뭔가 도시 그냥 내가 아는 뉴욕을 생각하게 되고 그런데
최재원06:00무슨 동, 일본 소설도 무슨 현, 아니면 무슨 바다 옆에 무슨… 이런 게 나오면 되게 그런… 나는 글을 쓸 때 그런 specific한 확정적인 어떤 정보를 주는 거에 항상 약간의 두려움이 있어서
최재원06:25인물의 이름을 정하는 데도 항상 좀 너무
최재원06:35너무 큰 정보라고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고 내가 이런 걸 정할 수가 있나 그런 확정적인 이런 것을 하는 것이 좀 어려운 점이 많아서 그런 거 그런 거를 봤을 때 눈여겨 보는 것 같고 그리고 좀 더 우화적인 스토리에서 지난주에 말한
최재원07:03<참마죽>이라는 스토리나 아니면 좀 더 추상적인 스토리에서 전형적인 거를 묘사하는 거에 있어서도 예를 들어서 어떤 들판이라든가 아니면 아침에 나무 햇살에 비치는 나무에 비치는 그런 햇살이라든가 그런
최재원07:24일반적이고 전형적인 것이라도 그걸 어떻게 잘 묘사를 해서 한번에 이렇게 내가 그 공간에 있다고 느껴지게 묘사를 하는지 그런 거에 대해서 엄청 관심을 가지고 책을 읽는 것 같아 나도
최재원07:46그래서 어떤 하나는 세부적인 정보를 줄 때와 그리고
최재원07:53어떻게 잘 묘사를 하는지 그 두 부분에 대해서 어저께도 <죄와 벌>에서 어떤 사람이 사는 집을 묘사를 하는데 무슨 나무로 만들어진 잘 닦아진 잘 세공을 한 노란 나무로 만든 관공서 특유의 그런 가구가 있었고
최재원08:18벽이 되게 날카로운 예각을 이뤄서 여기는 어떤 가구가 놓기에도 마땅치 않았고 반대편은 오히려 되게 둔각이라 가지고 어땠고 이런 그런 것들 좀 말로 설명하기가 내가 봤을 때는 예를 들어서 그리고 집도 한국에 왜
최재원08:40반지하인 경우에 한쪽은 반지하인데 한쪽은 1층이고 이런 경우가 있잖아 근데 그런 되게 말로 내가 느꼈을 때는 그림으로 밖에 설명할 수 없는 거를 말로 되게 설명을 잘 해놨다던가 그런 걸 볼 때마다 약간 메모해놓고 막 이러는… 이래.
김괜저09:03그러면 재원은 시는 좀 덜 그렇긴 하지만 에세이나 소설이나 이런 글을 쓸 때 그게 어떤 장소적 배경인지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하지만 글로는 많이 표현을 안 하는 거에 가까워? 아니면 그게 크게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김괜저09:22장소에 대한 그런 게 좀 적게 드러난다고 해야 되나 그런 편이야?
최재원09:29나는 쓰는 작품이 뭘 원하느냐에 따라서 당연히 다른 부분이 있다고 생각을 하는데
최재원09:41어떤 디테일로써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 그런 게 중요한 것도 있는 것 같고 예를 들어서 박완서 소설 같은 경우에 되게 막 벽지를 묘사하고 이 사람들이 사는 집에 세간 사리를 묘사한다거나 그런 아니면 주변 환경 어떤 neighborhood에
최재원10:03주변에 뭐가 있고 이런 거를 묘사하고 집에는 어떤 나무가 있고 정원은 어떻게 돼 있고 그런 디테일이 중요한 경우가 있고 그렇지 않으면 어떤 심리적인 상태라든가 그냥 분위기 아침인지 밤인지 이런 게 중요할 때도 있고 그건 작품에 따라서
최재원10:25굉장히 많이 다른 부분인 것 같은데
최재원10:35나는 그거를 세팅을 잘하는 이거는 장소에 국한된 게 아니고 사실 사람의 그런 심리 상태를 묘사하는 것도 비슷하지만 이렇게 되게 효율적으로 잘 묘사가 된 부분에 항상 매력을 느끼는 것 같아.
최재원10:56예를 들어서 <입속의 검은 잎> 김형도 맞지? 근데 어쨌든 그… 이형도? 기형도? 기형도! 그래 뭔가 이상하더라. 기형도의 시집을 읽으면 4시에 오후 이런 경우에 지금 정확히 워딩이 기억이 안 나지만
최재원11:19시는 되게 일단은 짧으니까 사실 어떤 소설의 경우에는 한 paragraph, 한 문단도 안 되는 정도의 양일 때도 많잖아. 그런데도 불구하고 완전히 내가 어떤 이 사람과 한 공간에 있어서 그때의 느낌이나 심지어 이 사람이 겪어왔던 길이나 그런 것까지 다 느껴질 정도로 거기에
최재원11:47어떤 감각적인 몇 가지를 사용해서 되게 풍당 담궈지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되게 이렇게 많이 어떤 정보가 많이 주어지는데도 거기에 몰입을 할 수 없는 경우가 있잖아. 그래서 그런 어떤 것들이 그런 차이를 만들어지고 어떻게 하면
최재원12:11어떤 여러 방법으로 그런 효과를 이룰 수 있는지에 관심이 많은 것 같고
최재원12:19좀 immersive 한 효과를 추구하는 것 같아. 내가 눈앞에 그릴 수 있게 몰입될 수 있게 내가 거기에 들어갔다고 느낄 수 있게. 근데 그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
김괜저12:32응 그치.
김괜저12:35나는 장소가 어떤 작품이냐에 따라 중요해지느냐에 대해서 되게 묘한 것 같다고 느낀 게 내가 저 저번 주에 일본에 갔다 왔다고 그랬잖아. 우리 부모님이랑 같이 일본 여행을 간 건데 니가타현이라는 지방에 갔어. 근데 도쿄에서 한 3시간 정도 떨어진 시골 마을이고 여기는
김괜저13:04제일 한국 사람이 만약에 여행 가는 사람들은 많이 얘기하는 게 여기가 야스나리 <설국>의 배경지라서. <설국>의 유명한 도입부 있잖아. 뭐지? 설국의 도입부?
김괜저13:26“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 그리고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이게 이제 설국의 유명한 도입부인데 나도 이 도입부만 들어서 알고 있고 이 책을 안 읽었어. 그리고 우리 엄마와 아빠는 이 책을 읽었지만 이 책이 그렇게 물론 노벨문학상 수상한 작가지만 두 분한테는 그렇게 인상적인 내용이라고 느껴지지 않았던 것 같아. 그래서 그냥 예전에 읽었던 책이었어. 이렇게만 아는데도
김괜저13:58유독 근데 그 지방에는 한번 가보고 싶다는 느낌은 굉장히 강하게 받았다는 거야. 왜냐하면 거기가 어떤 우리나라에 이제 태백산맥과 대관령을 넘어가면 강릉의 기후가 다르듯이 그 터널을 빠져나오자 갑자기 눈밭이 갑자기 펼쳐진 그게 굉장히 좀
김괜저14:16생경한 분위기를 자아냈다는 걸로 소설이 그렇게 시작을 해 버리니까 되게 그게 강력하게 느껴졌던 거지. 그래서 어떻게 보면 나는 이 소설이 얘기하는 그 니가타 유자와라는 곳의 장소성은 그 소설의 서사를 좀 넘어서는 존재감이지 않을까라고 생각을 했어. 그래서 실제로 거기에 역에 내렸더니 지금은 사실은 설산이 뒤에는 보이지만 눈이 많이 오는 시즌은 아니잖아. 그리고 스키 타는 고장인데 관광객도 많지가 않고
김괜저14:49그런데도 그냥 그 구석에 무슨 어떤 관광품을 팔기 위해서 야스나리의 첫 구절을 이렇게 포스터로 적어놓은 게 있는데 그걸 볼 때 되게 그 장소에 대한 애착이 확 생긴다고 해야 되나 그런 게 있더라고. 그래서 이게 장소를 묘사하고 장소에 대한 기억을 강하게 남긴다는 게 생각보다
김괜저15:11세세하게 하나하나 뜯어서 묘사하는 게 아닐 수도 있겠다 오히려 그냥 그 장소의 무게감이나 중요성을 강하게 어필하는 데에 있을 수도 있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
최재원15:28그런 거로 사실 그게 되게 짧은 문장인데 확 이렇게 한 번에 뭔가를 이렇게 꿰뚫는 듯이 표현을 하잖아 그런 걸로 또 되게 유명한 것 중에 <진격의 거인> 처음 시작하는 모두가 아는 그런 오프닝이 있는데 verbatum으로 기억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날 처음 시작할 때 아르민이라는 캐릭터의 독백으로 시작하는데
최재원15:56“그날 인류는 떠올렸다. 새장 속에 갇혀 있던 굴욕을.” 그렇게 시작을 하는데 그게 굉장히 유명해. 근데 그게 사실 모든 전제가 이렇게 벽 안에 갇혀 살고 거인들에게 공격받는 인류에 대한 얘기인데 그게 굉장히
최재원16:20상징적이면서 그 전체를 이렇게 한 번에 다 설명을 잘 하는 거야 진짜 약간 소름 끼칠 정도로 그걸 본 사람이면 그래서 그런 문장이 참 그런…
김괜저16:35<진격의 거인>도 정말 장소성이 중요한 텍스트잖아 안 봤지만 이미 누구나 알고 있듯이 근데 그게 어떻게 보면 <설국>도 그렇고 <진격의 거인>도 그렇고 그 구분 경계가 있어서 기억에 강하게 남는다 대비가 있어서 강하게 남는다는 느낌도 드는 거야.
김괜저16:57왜냐면 <설국>이 봄 날씨였다가 눈이 펼쳐지는 이 낙차가 있고 <진격의 거인>도 자유로운 세상과 갇혀 있는 곳이 있듯이. 근데 우리가 생각하는 예를 들어서 <오즈의 마법사>라든지 (오즈라는 곳에 가는 거) 아니면 엘리스가 토끼굴로 빠져들어서 뭐가 펼쳐지고 무릉도원에 가고 ?<센과 치히로>도 이곳을 지나면 뭐가 나고 이런 게 나는 지금도 <센과 치히로> 같은 경우에는 그거에 대한 공감각적인 묘사가 너무 탁월해서
김괜저17:29지금도 그 비슷하게 생긴 굴다리만 지나면 여기 넘으면 <센과 치히로>의 세계일 수도 있겠다라는 느낌을 매번 받는 것 같거든. 그래서 그 경계를 드러내는 것 어디와 어디를 비교하는지가 장소성에 크게 기여한다는 느낌도 드네.
최재원17:45응. 맞아.
최재원17:49그리고 뭔가 그런 거 있잖아. 막 산을 지나가다가 동해에 갈 때도 항상 느끼는 거지만 갑자기 바다가 눈 앞에 확 펼쳐졌을 때 어떤 그 감동 근데 그런 아까도 말했듯이 그런 어떤 전환이 주는
최재원18:12대비 전환 이런 게 주는 극적인 효과가 확실히 있는 것 같아. 아까 ?<센과 치히로>도 최근에 대만에 갔다 왔는데 타이완 시티 에서 1시간 기차로 떨어진 곳에
최재원18:35<센과 치히로> 모델이 된 지우펀이라는 마을이 있거든 이렇게 홍등이 다 걸려 있고 이렇게 막 처음에 걔가 엄마 아빠랑 같이 가서 맛있는 거 먹고 그러는 그 씬이 되게 나는 너무 좋잖아. 그 씬만 계속 돌려봐. 돼지 되는… 근데 그게 배경이 된 딱 그렇게 생긴 데가 있는데 거기를 가는데 그날도 도시를 벗어나서
최재원19:03엄청 산비가 막 부슬부슬 와가지고 안개도 엄청 많이 껴 있고 산이 있는데 이런 걸 구비구비 가다가 갑자기 그런 홍등이 쫙 나타났을 때 그런 와 이런 게 있더라고. 그래서 continuous 연결된 거 말고 이렇게 확 변할 때
최재원19:26아니면 그 아까 설국이나 그런 것도 뭔가 첫 문장으로 한 번에 이렇게 어떤 전환을 주는 그런 거는 어떻게 하는 걸까? 그런 게 참 좋다. 그런 생각을 많이 해.
최재원19:49그리고 이건 좀 다른 얘기인데 내가 예전에 괜저가 파리에 산 적이 있잖아. 그때 파리에 처음 갔는데 그 파리에 가기 전에는 한국이랑 미국에만 살아서
최재원20:09그렇게까지 어떤 근데 한국이랑 미국 내가 살던 그 동부 지역은 기후가 비슷해서 그렇게까지 차이를 못 느꼈는데
최재원20:21파리에 딱 도착했는데 공기 대기 중에 습기라든가 태양의 고도라든가 그 나라의 기후라든가 그런 게 한국이랑 뉴욕이랑 서울이랑 되게 달라서 빛이 비치는 방식이 되게 다르더라고.
최재원20:42그래서 그 당시에 처음으로 막 모네의 그림이라던가 그럼 파리 프랑스 작가들이 그린 그림의 색감이 갑자기 이해가 되는 거야. 이래서 이렇게 그렸구나 이게 되게 막 엄청 impressionist라고 얘기를 하지만
최재원21:05어떻게 보면 되게 사실주의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이걸 그린 거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고 이게 나라마다 그래서 확실히 그런 좀 차이가 있어. 이 사람들이 그린 대기의 차이 공기의 차이
김괜저21:31아니 그래서 내가 새로 지금 쓰고 있는 책에 프랑스에 내가 살았던 때의 기억에 관한 글을 쓰려고 하는데 그게 기억에서 너무 오래돼가지고 너무 흐릿한 거야. 지금 파리에서 내가 살았던 게 이미 12년 전이니까
김괜저21:49그렇게 오래 최재원이 와서 놀다 간 게 12년 전이라니 그런데 거기서 우리가 다 그때 너무 왜 이렇게 모든 게 다를까 왜 똑같은 빵의 맛과 계란의 맛과 이런 것도 너무 다르고 땅의 푹신한 정도부터 돌의 느낌도 다르고 풀밭에 누워 있을 때의 느낌 바닷가에 갔을 때 느낌 이런 게 모든 게 다른 거야 조금씩.
김괜저22:18그런 게 굉장히 특별한 경험이었기 때문에 그거를 좀 살려서 그 장소성이 드러나게 글을 쓰고 싶다라는 생각을 많이 하고 저번 주에 호영이 자전거 탈 때의 기분을 얘기했던 것처럼 파리에 있을 때는 자전거를 타고 거기를 계속 돌면서 그 느낌을
김괜저22:36오래 기억하려고 엄청 애를 쓰면서 계속 빙빙 돌았었어 내가. 그리고 계속 걸어다니고 그랬던 기억이 있어. 근데 나는 좀 내 문제가 뭐냐면 좀 작가라면 거기를 다시 안 가봐도 살려서 좀 쓸 줄 알아야 하는데 나는 너무 다시 가보지 않으면 못 쓸 것 같다라는 생각이 지금 사로 잡혀 있어.
김괜저22:58그래서 티켓을 계속 알아보고 언제 가야 하지 이렇게 생각하고 그러고 있는 중이야.
최재원23:04근데 사실 그런 생각 때문에 최근에 뉴욕을 갔다 왔잖아. 지금 예전에 살던 집을 다 가보려는 그런 프로젝트를 혼자서 내부적으로 진행을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래서 뉴욕을 갔다 온 게 좀 도움이 됐습니까?
김괜저23:23네 그러니까 도움이 됐는데요. 내가 지금 쓰려고 하는 책이 내가 예전에 살았던 집들을 어떻게 꾸리고 만들었고 하는지에 대한 얘기다 보니까 그 전에 살았던 집들을 다 가보고 싶다라는 목표가 생겨서 그래서 뉴욕에서 실제로 뉴욕에서 살았던 집 9개인가 8개의 문 앞까지는 다 가봤어. 이번에 저번 작년 여름에 갔을 때
김괜저23:52그게 근데 되게 사실 뉴욕은 내가 워낙 제일 오래 살았던 데기도 하고 거기는 이후에도 많이 돌아가 봤기 때문에 파리만큼 뭔가 기억이 없어지거나 이런 거는 없었는데 그냥 거기에 대해서 써야겠다라고 생각할 때는 나는 마음 속으로도 글을 쓸 때 거기에 간다라고 생각하고 머릿속으로 되게 거기를 가보려고 노력을 많이 하거든
김괜저24:18그러니까 그냥 심지어 그냥 갑자기 예를 들어서 방 안에서 생긴 일이면 그 방으로 바로 갈 수가 없고 머릿속으로 공항에서 내려서 이렇게 가서 길을 찾아가야 거기에 갈 수 있어. 왜냐하면 나한테는 거기에 그렇게 당도하는 데까지가 다 그거니까 파리도 마찬가지로 파리에서 어떤 밤에 생겼던 어떤 클럽에서 생겼던 일을 쓴다 그러면
김괜저24:44집에서 나와서 열쇠를 돌리는… 열쇠니까 그걸 돌려서 잠그고 밑에 내려가서 문을 열고 나와서부터를 생각해야 그게 떠오르더라고 그래서 사실 되게 도움이 많이 된 게 구글 맵, 구글 어스가 되게 도움이 많이 됐어. 예전에 왜냐하면 처음으로 지도를 온라인으로 통해서 이렇게 볼 수 있게 되니까 그거로 몰입해서 그 장소로 돌아간 듯한 마음으로 글을 쓸 수 있는 게 되게 되더라고. 근데 이게 아마 내가 하도
김괜저25:13평소에 쓰는 글이 일기 형태였다 보니까 항상 이곳에 있고 여기에 대한 글을 쓰잖아. 그러니까 늘 다른 곳에 대한 걸 쓰는 게 아니라 내가 실시간으로 지냈던 데에 대한 글을 계속 썼다 보니까 지금도 글을 쓰려면, 그때에 대한 글을 쓰려면 그때로 가서 써야 되는데 시간 여행을 해서 돌아가야 되는데 이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아.
호영25:34시간 여행에 대해서 나도 요새 약간 그런 글쓰기를 해보려고 하고 있는 거 하나가 나는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닐 때 남부 지역이 있었는데 조지아라는 주에 있었고 거기가
호영25:56거기는 일단 도시라고 한다면 아틀란타가 주도니까 아틀란타는 상당히 번화하고 높이가 굉장히 높은 건물도 있고 그렇지만 내가 있었던 동네는 진짜 그냥 그 동네 안에서는 갈 만한 곳이 그냥 월마트, 맥도날드 이런 거밖에 없는 그런
호영26:19시골도 아니고 그냥 미국 특유의 그냥 아무것도 아닌 곳 이런 거 있잖아. 그래서 그런 곳에서 지내면서 그때 이제 친구들이랑 놀러 어디를 간다라고 하면은 차를 몇 시간 타고 좀 더 큰 도시에 가거나 아니면은
호영26:38그냥 하룻밤 그냥 논다 그러면 정말 월마트 주차장에 가서 놀았단 말이야. 그래서 그때의 기억을 생각하면서 쓰고 싶은 글이 쇼핑몰에서 그냥 농땡이 피우는 사람들에 대한 글인데 영어로는 그런 사람들을 mall rat이라고 하거든 그래서 쇼핑몰의 쥐새끼 같은 그런 표현인데 그래서
호영27:04그거는 또 되게 공간이 엄청 중요하잖아. 그 쇼핑몰에 풍경이 어떤지 어떤 가게들이 있고 어떤 냄새가 나고 이런 것들 그래서 막 그 글을 쓰려고 하니까 내가 거기 있을 때 기분이나 인물들은 또 상당히 그냥 머릿속에 떠오르는 게 있지만 그 장소를 어떻게 묘사할지가 조금 난감한 거야. 나는 그냥 바닥에 어떤 색깔의 타일이 깔려 있는가
호영27:33가게들의 배치가 어떤가 내가 그냥 그런 쇼핑몰에 가면 항상 먹었던 시나몬롤 간식 이런 거 그런 거 정도는 할 수 있는데
호영27:45그 장소에 대한 묘사를 더 훨씬 상세히 해야 될 것 같은 그런 강박이 생겨가지고 또 인터넷으로 한참 그런 거를 막 찾아볼 생각을 하니까 약간 까마득해지는 거야. 근데 이 대화를 통해서 또 든 생각은 그 <설국>의 첫 문장들이 그렇게 딱 이 지역에만 국한되어서 읽을 수도 없다는
호영28:10것처럼 또 그 그 장소를 아주아주 디테일하게 나열할 필요는 없구나. 그냥 사실 거기서 뭔가 큼지막한 디테일들이 있고 그 정도로 어떤 그냥 신을 약간 약간 impressionistic하게
호영28:34그렇게 그려놓으면 분위기가 전달이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
호영28:43그러니까 세밀화처럼 그리지 않아도 되고 약간 페인트를 좀 이렇게 큼직큼직하게 이렇게 뿌려놓으면 되겠구나.
최재원28:54그치
최재원29:00맞아. 오히려 몇 마디 안 되는 말로 이렇게 뭔가 딱 전달이 될 때 그 희열이 진짜 큰 것 같아.
호영29:08생각해 보니까 너무 자세히 쓰는 것도 독자의 상상력을 제한하는 것이기도 해서 디테일 몇 개를 넣고 그걸로 그 안에서 캐릭터들이 뭘 하는지를 보여주면 되겠다 싶기도 해.
최재원29:29응. 응.
호영29:33그리고 또 두 사람 다 최근에 어떤 여행을 했던 이야기를 했잖아. 내가 지금 글방을 듣고 있는데 이번 주에 과제가 또 여행기를 써는 것이었거든 그런데 나는 여행을 갈 때 일어난 일들도 너무 재미있지만 한편으로 여행기라는 그 장르 자체는
호영29:57별로 흥미롭지 않다라는 생각도 좀 있어가지고 그래서 만약에 내가 여행기를 쓴다면 예를 들어서 아까 말했던 그냥 하루밤 우리가 월마트 가서 놀자라고 했을 때 그 날 여행으로 쓴다든지 이런 생각을 하게 되고 여행기라는 장나가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도대체 뭘까? 일단 여행을 갔을 때 누군가 관광객으로 뭔가를 본다는 것 자체가 나는 되게 일단 거부감이 드는 것 같은데
호영30:26이방인으로서 엄청난 그런 어떤 보편화를 시켜가지고 여기 사람들은 다 이러고 사는구나 약간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게 볼썽 사납고 그리고 뭔가 나와 다른 것들을 계속 받아들이면서
호영30:51그걸 통해서 일상에서도 그걸 통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말을 하지만 뭔가 여행을 왔으니까 이런 걸 해야지 좀 더 와일드하게 놀아야지 이런 그런 태도가 짜증나는 거 같아.
호영31:09그래서 만약에 두 사람은 여행에 대한 글을 좀 재미있게 읽은 게 있다면 어떤 게 있어?
김괜저31:21어려운 질문이고
최재원31:23근데 나도 최근까지는 아닌데 그런 뉴욕을 여행한 특히 자기가 살던 데를 여행한 사람의 글을 읽으면 그런 뭔가 아니곰이랄까 그런 게 되게 심해지잖아 아니면 한국에 와서 막 1년 산 외국인이 쓴 한국에 대한 이야기라던가 짜증이 나지만 또 한편으로는
최재원31:49또 그 1년 산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말이 그거겠거니 싶기도 하고 그렇게 좀 뉴욕에 와서 일주일간 있는 걸로 책을 한 건을 쓴 그런 어떻게 보면 능력이 대단하다 싶기도 하고 그런데
최재원32:12한편으로는 또 이건 여행기까지는 아닌데 거기에 사람 이름이 뭐였지? 에드문드 화이트라고 괜저한테도 추천해줘서 괜저도 읽는 책인데 파리에 한 20년간 산 미국인이 파리에 대해서 글을 썼는데
최재원32:37마치 파리에 어떤 프랑스 사람들의 속성과 그들의 막 모순된 점과 거기에 특히 예술가들의 quirk 되게 특이점 이런 것들을 거의 막 신의 시점에서
최재원32:59까발리듯이 막 그렇게 쓰는데 오히려 그런 식으로 막 완전히 opinionated 돼서 쓴 글은 또 막상 재미있는 것 같고 되게
김괜저33:12의견이 많이 들어간
최재원33:14의견이 굉장히 많이 들어간 그리고 그것도 사실은 자기 어떤 관찰력이 내가 설득이 된다고 느꼈기 때문에 그런 것도 당연히 있겠고 그리고 막 예를 들어서 조지 오웰이 쓴 되게 유명한 자기 파리와 런던에서의 부랑자들의 삶에 대해서 쓴 에세이 그게 뭐지? 약간 픽션 에세이 그런?
최재원33:48파리와 런던에서의 밤(*<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 어쨌든 거기서도 한편으로는 읽자마자 막 이런 거 에 대해서 써도 되나 그런 생각이 드는 한편 또 이 사람이 보는 시각이나 이런 거를 전달하는 사람이 있어야겠다. 그런 생각도 들고
최재원34:10내가 거기에 일부가 아닌 어떤 환경에 대해서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나에게는 나는 외부인인데 거기를 집으로 살아가는 생활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해서 외부인의 관점으로 쓸 때
최재원34:36내가 어떤 생각을 해야 하는가 그게 지리적인 것이든 심리적이나 사회적인 것이든 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도 있어.
최재원34:50그런 것들이 고민되진 않아 글을 쓸 때 괜저는 고민을 많이 할 것 같은데
김괜저35:01항상 고민되고 나도 그래서 뉴욕에 살고 파리에 살고 한 거를 직접적으로 그냥 뉴욕 이야기 파리 이야기 이렇게 쓰지 않는 이유는 거기에 대해서 하고 싶은 얘기들이 그 도시를 소개받고 싶은 사람한테는 어울리지 않는 얘기들이기 때문에 그러니까 그 도시의 특수성을 이해해야 더 와닿을 수 있는 내용인 건 맞지만
김괜저35:23내가 그 도시의 가이드가 되고 싶은 마음은 없으니까 그래서 늘 어떻게 해야 이 곳의 특수성의 반영된 이야기를 나답게 할 수 있을까를 되게 고민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 반대로 내가 <연애와 술>을 쓰고 나서도
김괜저35:41이 책이 영미권 독자들이 읽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하면서 썼는데 이 책에 나오는 내용들 중에 많은 부분이 이제 서울에서 아니면 한국에서 있었던 일이니까 그런 게 어떻게 하면은 자연스럽게 드러날 수 있을까 예를 들어서 내가 책을 썼는지 안 썼는지 모르겠지만 안 쓴 것 같다 책에 들어가진 않았지만 초고에서 그런 장면이 있었어.
김괜저36:09내가 턱시도를 빌려서 입고 포시즌즈에서 열리는 굉장히 성대한 결혼식 피로연에 가야 될 때가 있었어. 한국에서 잘 없는 일이잖아. 근데 가야 되는 거야. 그래서 턱시도를 강남구청에서 빌려가지고 그걸 입은 채로 이 거기를 간 거야. 근데 택시를 타고 갔는데 거기에 시위가 있어가지고 광화문 사거리를 못 지나는 거야.
김괜저36:39그래서 일민미술관 앞에 내려가지고 걸어서 포시즌스까지 광화문 광장을 가로질러서 갔단 말이야. 근데 가는데 온갖 시위대들이 있고 거기에 당시에 세월호 분양소도 있고 합동분양소도 있고 거기를 내가 턱시도를 입고 지나가는 모습이 나는 되게 특이한 경험이었어. 되게 한국적인 경험이라고도 느꼈고
김괜저37:05그래서 그러면서 여기서 내 모습을 이해하려면 이 광화문 네거리를 이해를 해야 되는데 이 경험을 어떻게 내가 글로 써야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 그리고 예전에 대학에서 한국에 대한 글을 쓰거나 할 때도 그때 미국
김괜저37:25독자들인 내 동료들이나 교수들이 한국에 대해서 내가 뭘 묘사하면 그거를 아! 이렇군요! 이렇게 꽂이는지가 되게 내 의도와는 다를 때가 너무 많은 거야. 나는 이런 걸 표현했더니 막 이러고 이런 걸 표현했더니 이러고… 그리고 그게 어떻게 보면 그 문화를 표현하는 게 아까 재원이 얘기했던 것처럼 거창하거나 지리적인 거 아니면 꼭 보이는 거를 말 그대로 설명할 필요는 없을 때도 많더라고. 예를 들어서 내가
김괜저37:53이태원을 배경으로 한 단편 소설을 그 당시에 습작으로 썼었는데 이태원에서 자취를 하는 연대에 다니는 엘리트 남학생과 이제 공사장에서 일을 하는 블루칼라 남학생이 같이
김괜저38:18룸메이트가 돼서 사는 이야기를 그때 썼었는데 그 당시에 이태원이라는 분위기를 나타낼 수가 없게 느껴졌어 처음에는. 근데 그 독자들이 되게 그 당시에 이제 옆에 친구들이나 교수들이 꽂혔던 게 뭐였냐면 부동산 아줌마를 따라서 언덕길을 한 없이 올라가는데 내 손에는 집주인이 될 사람을 만나면 줄려고
김괜저38:47병에 담긴 오렌지 주스 여섯개들이 세트를 내가 들고 동 언덕길을 한없이 올라갔다. 근데 언덕길로 올라갔는데 빌라에 4층이어서 또 계단을 4개를 올라갔다. 이렇게 썼더니 어떤 동네인지 감이 온다고 하는 거야. 그리고 시대적인 배경이 뭔지 그리고 이런 학생과 그 집주인의 관계란 어떤 것일지 이런 것에 대해서 약간 감이 온다라는 반응이었어.
김괜저39:15그래서 이게 시대적 장소적 배경이라는 게 그 주인공한테 어떤 어떤 상황으로 펼쳐지는지 어떤 처지가 되는지가 더 중요하구나… 그게 ?맞지. 근데 우리가 자세히 설명하려고 할 때 막 녹사평역에서 우회전을 해가지고 들어가서… 이렇게 자세히 설명하려고 하는데 그게 아니구나 이거를 좀 느꼈던 것 같아.
최재원39:52그런데 나는 사실 지금 괜저도 작업실 일 이게 지금 우리가 과거의 장소나 여행을 갔던 곳이나 이런 것도 있지만 일상을 사는 장소가 있잖아. 근데 괜저 작업실 하고 있고 호영도 집을 지금 꾸미고 있고 그걸 또 괜저가 도와주고 있고
최재원40:19그리고 사실 나는 괜저가 살았던 집을 거의 다 가본 것 같아. 뉴욕에 있던 집도 그렇고 파리에서도 그렇고 나는 그때의 집 내가 살았던 집은 나도 사실 되게 많이 옮겨다녀가지고 거의 15살 이후로 거의 1년마다 방을 옮겼던 것 같은데
최재원40:45그 방들은 하나도 기억이 안나는데 괜저 집은 다 기억이 나는 거야. 어떤 전등이 달려 있었고 침대랑 괜저가 자기가 톱질해가지고 만든 파리에서 책상 마우스 올릴 수 있게 옆에 이렇게 서랍처럼 달아놓은 거 막 침대, 초록색 시트 이런 게 다 생각이 나는데
최재원41:14나는 집 인테리어에 관심이 없는 건지 아니면 내 우선순위가 아닌 건지 모르겠으나 지금도 그렇고 지금 우리 집에 있는 거 중에서도 거의 다 주워온 거… makeshift처럼 이렇게
김괜저41:34되는 대로 만드는 거지
최재원41:36되는 대로 만들거나 아니면 진짜 막 접이식 책상 거의 다 플라스틱으로 돼 있는 이런 아니면 주워온 거라든가 당근에서 받은 거 이런 거 걸로 항상 거의 집이 이루어져 있었고 1년마다 이사를 해야 한다는 그런 것도 있었고
최재원41:58집에 대한 내가 어떤 내가 원하는 것으로 구체화를 해야 된다는 생각이 항상 없어서 자기의 환경을 꾸며 나는 거의 내 머릿속에 사는 것 같고 남이 그런 환경을 꾸며놓은 곳에 가면 그게 너무 고맙고 appreciate 하게 되고 되게 좋은데
최재원42:21내 집을 내가 꾸미는 거에는 진짜 영 소질이 없어서 나는 진짜 액자 한 번 놔둔 적이 없고 그런 사람이어서 항상 다른 사람이 어떻게 집을 꾸미고 그런 게 되게 궁금해.
호영42:38맞아. 자기의 공간에 어떤 애정을 쏟는지도 너무 각각이 다른 것 같아. 나도 좀 재원하고 비슷하게 이사를 많이 다니면서 그냥 내 집에 들이는 가구가 또 금방 바꿔야 될 텐데 또는 또 이사하면서 좀 부서지거나 그럴 테니까
호영43:04크게 애착을 갖지 않고 가져온 것들인데 그런데 또 그것도 이번에 이사하면서 보니까 여러 번 이사를 하면서 계속 내가 그래도 갖고 다니는 것들은 어디서 주어온 것임에도 엄청 내가 좋아하고 또 나를 어떻게든 투영하고 있는 것들이더라고. 그래서 나도 공간
호영43:33어떤 게 있냐면 우리 집에 딱 들어오자마자 현관에서 보이는
호영43:42그 코너용 선반이 있거든 이게 약간 장식장 같은 건데 나무인데 코너용이기 때문에 이렇게 삼각형으로 부채꼴로 생겼어. 그 칸들이. 근데 나는 이거를 어디서 주워왔냐면 내가 부산에서 원래 살고 싶었던 집이 있었어.
호영44:05그 집이 이제 재개발 구역이 있었기 때문에 엄청 싸게 전세가 나왔단 말이야. 그래서 근데 심지어 2층 집이었고 마당이 있고 너무 좋아. 집이. 이게 약간 거의 일제 시대부터 거의 손대지 않고 내려온 어떤 가옥 같은 거여서 근데 재개발 구역이다 보니까 거기에 살더라도 언제 나가야 될지 모르는 거라. 그렇게 값이 쌌던 거고
호영44:32이제 밤에 그 동네를 가보니까 좀 너무 컴컴하고 무섭고 그래서 결국에는 그 집에 살지 않게 됐지만 재개발이 됐다라는 얘기를 듣고 그 집에 다시 갔는데 그 집에 이제 내부에 그래서 마당도 원래는 굉장히 예쁘게 이제 나무와 꽃이 잘 가꾸어진 들이었는데 재개발 때문에 그런 것도 다 완전 흙더미가 되고
호영44:57그런 상태에서 그래도 그 집 안에 들어가 봤더니 이 장이 2층에 올라가는 계단 코너에 딱 있는 거야. 온전히. 그래서 이거는 사실 이 장의 높이가
호영45:14한 150센치는 될 거야. 그래서 꽤 큰 장인데도 그래도 나는 이걸 꼭 갖고 가야겠다 해가지고 버스로 들고 그거를 날랐거든 근데 그래서 부산에서부터 지금까지 계속 쓰고 있는 거니까 이제 한 거의 10년 됐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 응. 그래서 다행히 그래도 아직까지 별 문제 없이 쓰고 있는 장이기도 하고
호영45:46근데 또 어떤 사람들은 왜 자기가 공간에 엄청나게 영향을 많이 받아서 잘 깔끔하게 치우지 않으면 절대로 살 수가 없다거나 가구가 못 생겼으면 잠을 잘 수도 없고 계속 그 생각이 든다거나 한다는데
호영46:09나는 또 어떤 거에 대해서는 너무 예민하면서도 가구에 대해서는 특별히 생각을 해본 적이 없구나. 어제도 이제 괜저랑 같이 집 꾸미는 것을 괜저가 도와주고 있기 때문에 막 이케아도 같이 가고 이것저것 보러 다녔는데 나는 예를 들어서 화장실에 거울이 어떻게 생겼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구나 이런 거를
호영46:34알게 되는 거야. 근데 세상에는 이렇게 따지고 보면 거울도 참 종류가 많고 약간 조금 조금씩 다른 것들을 다 모아모아 보면은 엄청 다른 결과가 나오는구나 이런 거를 알게 됐지.
김괜저46:51그치 이제 내가 인테리어 일을 취미로 시작해서 약간 반 부업 정도로 이제 여러 차례 하다 보니까 이제 이케아 같은 데 가면 거기 동선과 거기 제품을 다 아는 것은 물론이고 누구 집에 가면 여기에 예를 들어서 책상이 있어. 그럼 이 책상 말고 다른 책상이 놓였을 땐 어떨지가 이렇게
김괜저47:18보게 되는 거 있잖아. 그런 식으로 모든 걸 옵션으로 보게 되고 모든 게 다 클릭할 수 있게 이렇게 느껴지고 그런 수준으로 바뀌는 것 같아. 그런데 나는 집을 하기 전에는 그러니까 집 안에 환경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것도 있지만 거의 동시에 나는 도시 특히 아니면 지역 그래서 나는 지도랑 되게 친하게 늘 지냈어. 내가 뉴욕에서 일을 처음 시작했던 데도 온라인 디지털 지도를 만드는 회사였기 때문에 항상
김괜저47:54내가 어디를 가든지 그러니까 지도 그런 지도 중심 사고가 머릿속에 있다고 해야 되나? 그래서 사실 재원도 나랑 다니면 되게 되게 신기하다고 하는 게 항상 나는 동서남북이 어딘지를 알고 이렇게 가는 길로 이렇게 이미 이렇게 몸이 움직이고 있고 이런 게 있거든. 그러니까 뭔가를 내가 있는 곳에서 이렇게 쫙 위에서 봤을 때 지도가 어떻게 생겼는지에 늘 관심이 있고 그걸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 그런데 그게
김괜저48:23어렸을 때 ?<반지의 제왕> 보면서 그랬나라는 생각도 들어. 아까 그 <반지의 제왕>을 내가 떠올렸던 게
김괜저48:35그런 <설국>의 배경이 됐다 이런 거 지역에 낙차가 있다 이런 것도 그런 판타지 소설 같은 데서는 굉장히 많이 드러나는 거란 말이야. 굉장히 좁은 동굴을 빠져나왔더니 엄청난 평야가 나오고 화산이 솟아 있고 톱날 같은 날렵한 이런 탑이 서 있고 이런 장면들이 많잖아. 그래서 그런 지형의 드라마라든지
김괜저49:00이런 걸 되게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같고 그리고 주인공의 여정이나 이런 걸 지도에 그려보는 거 너무 좋아하고 그래서 <반지의 제왕>만 산 게 아니라 <반지의 제왕>에 이제 어 그 특집편처럼 예전에 이제 황금가지에서 나왔던 <지도로 보는 중간계> 이런 책도 사가지고 지도만 모아져 있는 것도 보고 이랬었어.
김괜저49:21그래서 항상 책의 책이 지도로 시작하면 일단 나는 좋은 거야. 너무 너무 신나. 지도다 이러면서
호영49:33지금 또 그냥 갑자기 뒤에 구생이가 있는데 너무 귀엽게 자고 있어서.
김괜저49:44그러게 인간 말고 고양이나 이런 우리 주변 동물들은 자기의 속한 장소나 이런 거를 어떻게 생각할까? 나도 이렇게 이제 구생이 있는 집을 인테리어를 한다고 생각하니까 좀 많은 것들이 다르게 생각되는 경우가 있더라고.
김괜저50:06어제도 양탄자 같은 거를 구할 때 구생은 어떻게 느낄까 이런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
김괜저50:24근데 혹시 그런 것도 있어? 재원은 이제 지금 서울에 있지만 또 뉴욕을 오가고 있잖아. 그러면 뉴욕에 있을 때 쓰게 되는 글이랑 서울에 있을 때 쓰게 되는 글이 혹시 다를까? 이런 것도 좀 궁금했어.
최재원50:51미국이랑 한국이어서 바뀌는 그런 직접적인 거는 없는 거 같아 내 생각에는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점이 있을지 모르겠는데 근데 뉴욕에서 예를 들어서 뉴욕에서 뉴욕 시가 있고 주가 있잖아. 근데 업스테이트로 좀 차를 타고 한 시에서 한 23시간 걸리는 데로 올라가면
최재원51:19산골에 있는 작은 마을 이런 데가 많은데 그런데 강변에 하루 이틀 묶거나 이러면 진짜 강해서 낚시하고 진짜 주변에 아무도 없는 집에서 불빛 하나 없는 그런 곳에서 자고 아침 점심 때 막 일어나서 바베큐 해 먹고 그런 되게 일상과 다른 템포의
최재원51:55장소나 거기서 할 수 있는 활동을 하다 보면 당연히 거기 그거에 좀 영향을 받아서 글을 쓰는 것 같고 거기서 관찰한 거나 강물에서 막 뛰노는 물고기 이런 거
김괜저52:16그래 얼마 전에 보여줬던 물고기에 대한 글도 되게 그런 배경이 엄청 느껴졌거든 낚시하는 장면이라든지 낚시하는 물고기로 음식을 해 먹는 장면 같은 게 느껴지는 게 시골에 죽치고 사는 사람은 아니지만 시골에 잠깐 가서
김괜저52:39낚시나 이런 좀 쉼을 즐기고 있는 그런 느낌을 확 받았던 것 같아.
최재원52:48맞아. 그 그래서 제일 내가 낚시를 엄청 내가 거제도에 살 때는 아빠랑 낚시를 몇 번 했는데 방파제에서 하는 낚시는 좀 바다에서 고기가 일단 바다랑 방파제랑 좀 멀리 떨어져 있기도 하고
최재원53:10바다는 진짜 엄청 거대하잖아. 그래서 그냥 그냥 진짜 어디론가 던져놓고 그냥 좀 미스테리어스하게 그냥 앉아서 기다리는 느낌인데 강은 되게 좀 manageable하고 앞에 눈에 다 보이고 고기도 뛰어오르는 게 보이고 이러니까 좀 더 직관적이라고 해야 되나? 되게 고기랑
김괜저53:37진짜 오면 잡는다 이거구나.
최재원53:38바로 앞에 있는 거를 약간 내가 곰이 돼가지고 얘를 실제로 낚시대가 내 몸에 약간 일부인 것처럼 좀 가까이 있는 느낌이 있어서 느낌이 좀 되게 달랐고 어렸을 때는 아빠가 다 막 끼워주고 이랬으니까 근데 이번에는 내가 이렇게 해가지고 되게 우연히 엄청난 큰 고기를 잡은 거야.
최재원54:05근데 그 고기가 진짜 너무 아름다웠는데 그 같이 있던 사람이 이거를 내가 이제 고기를 ?갈퀴? 후크에서 못 빼니까 이걸 빼주고 이렇게 딱 들고 있는데 정말 너무 아름답고 황금빛으로 빛나고 그래서 그거를 사진을 찍으려고 이렇게 뒤를 돌았다가 사진기에 들고 딱 이렇게 도는 순간 얘가
최재원54:32고기가 없는 거야. 고기가 없어. 그래서 어디 갔냐 그러니까 놓쳤다는 거야. 되게 평온하게 이 사람이. 근데 내가 봤을 때 그 순간에 진짜 확 느낌이 온 게 얘가 너무 아름다워서 놔준 거야. 얘를 먹으면 먹고 싶지 않으니까. 근데 그게 너무 나에게 좀
최재원54:55그 순간의 느낌이 크게 다가와서 그때 그 글이 한 번에 이렇게 써진 것 같아.
김괜저55:04어쩌면 놔주고 이제 없기 때문에 더 강렬했을 수도 있겠다.
최재원55:08훨씬 강렬했지. 그걸 만약에 구워 먹었으면 그 글을 안 썼겠지.
김괜저55:14구워 먹고 만족 맛있었다.
호영55:17맞아. 여기서도 또 재원이 이 팟캐스트에 한 자기 소개가 생각나네. 잡을 수 없는 잡을 수 없는 것들을 사랑하는 것 잡힐 수 없고 잡을 수 없고.
최재원55:31응.
김괜저55:36그러네.
최재원55:37만지면 부서지는 것들 막 만지면 안 되는 것들 부서져도 괜찮은 것들.
최재원55:49근데 그런데 그래서 미국이랑 한국에서 차이가 있다기보다는 나는 그때 읽는 책에 진짜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아. 책이나 그때 보고 있는 것들에. 한국에서는 아무래도 한국 책 구하기가 훨씬 쉬우니까. 근데 한국에서도 예를 들어서 러시아 소설을 읽거나 이 사람의 문제나 이 사람이 묘사하는 거 에 따라서 그때 그때 쓰는 글이 좀 많이 영향을 받는 것 같고
최재원56:30그런 물리적인 위치보다는 내 머릿속에 어쨌든 들어오는 정보랑 관련이 더 많은 것 같아. 전시를 봤을 때도 좀 달라지는 경우도 있고. 근데 전시 같은 경우는 그 도시나 이런 거라기보다는 되게 그림의 내부적인 세계잖아.
최재원56:50근데 그런 그림을 봤을 때 되게 많이 영향을 받아. 자기만의 세계 가 구축이 돼 있는 그림. 그 그림의 언어 안에서 그게 아무리 이상하고 말이 안 되는 거라 해도 그 안에서 자기만의 질서 혹은 혼돈이 잘 구성이 돼 있는 그런 거.
김괜저57:19그런데 이게 우리가 이 장소라는 거는 여러 가지가 있잖아. 그러니까 굉장히 외부적인 장소 나라 지역 이런 것부터 그 집이나 그 상태 그 시간에 딱 있는 그 강물 이런 완전 우리를 감싸고 있는 환경도 있고 그 순간에 우리의 내면적인 것도 어떻게 보면은 일종의
김괜저57:41약간 미니 장소 같은 느낌도 드는 것 같은데 그 중에 어느 포인트에 제일 집중을 많이 하는지가 되게 사람마다 또는 상황마다 다른 건가라는 생각도 좀 드는 것 같아. 예를 들어서 아까 재원이 그 작품의 내부적인 것에 몰입한다고 할 때 나는 전시를 보거나
김괜저58:06전시를 보면 나는 사실 그 공간이 훨씬 나한테는 중요할 때가 진짜 많거든. 그래서 작품보다 그 공간이 나한테 훨씬 중요하고 작품이 어디에 어떻게 전시되어 있었는지가 기억이 훨씬 더 잘 남고 그럴 때가 많은 거야. 심지어 영화도 어떤 경우에는 그걸 어느 때 어느 영화관에 가서 봤는지가 훨씬 중요하게 기억될 때도 있고
김괜저58:30그런 게 있는 것 같아.
최재원58:36맞아. 그림 전시관도 당연히 그거의 일부긴 하지. 예를 들어서 톨레도에 이탈리아에 톨레도에 가서 엘그레코의 그림을 봤어. 그러면 일단은 거기서 이탈리아가 아니고 스페인에 그러면 마드리드에서 톨레도를 일단 기차를 타고 가는 곳부터 그리고 스페인의 진짜 진짜 약간 contrast를 포토샵으로 올려놓은 것 같은 그런 쨍한 그런 하늘을 뚫고 가서
최재원59:10엘그레코가 왜 이렇게 그렸는지 갑자기 너무 이해가 되고 성벽 마을에 들어가가지고 얘가 살던 집에 가서 약간 수도원 같기도 하고 그런 어두컴컴한데 들어가서 그림을 보면 그때의 그것까지 다 일부가 되어서 내가 그림을 이해하는데 당연히 어떤 다른 영향을 끼치는 거 같고
최재원59:36근데 그거랑 또 별개로 그림 내부적으로 예를 들어서 김환기 그림을 보러 갔을 때 이게 그림 안에 그런 색깔이나 모양이나 그 안에 물리적 힘이나 아니면 도형 간의 그런 관계라든가
최재원1:00:02이런 거에서 자기만의 세상이 구축이 되어 있고 이게 내가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게 아니라 어떤 사람 의 인생과 시각과 그런 aesthetics와 이런 것이 다
최재원1:00:20혼합이 돼서 새롭게 탄생한 뭔가 이 안에 들어와 있는 느낌 그게 너무 좋아. 약간 어떻게 보면 <반지의 제왕>을 읽었을 때 그 세계를 같이 산 길 따라가고 밤에 막 엘프랑 막 노래하면서 이슬 먹고 이런 거랑 좀 비슷한
김괜저1:00:42나랑 정말 다른 걸 상상한다.
최재원1:00:44나는 그 부분 되게 좋았는데 너는 뭘 상상했니?
김괜저1:00:54나는 글쎄 나는 거기서 주인공이 되는 걸 상상하지 않고 그 세계를 구축하는 사람에 비해서 톨킨이 됐다고 생각하면서 그걸 좋아하는 거거든. 그래서 맵을 어떻게 만들지
김괜저1:01:09이게 나한테는 재미있는 부분이야. 그래서 나는 실제로 여행을 갈 때 여행지를 정할 때도 내가 어디를 갔는데 어디를 가야 내 세상이 이렇게 조금 넓어질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여행지를 모르니까 그래서 지금 되게 마닐라를 마닐라나 아니면 뉴델리나
김괜저1:01:32그런 내가 가보지 않은 도시를 가보고 싶은데 어떻게 가야 될까 이런 걸 지금 고민하고 있어. 근데 좀 여행을 여행기에 대한 호영이 얘기로 돌아가 보면 여행을 하면 생각에 환기가 되면서 사실은 여행기에서 우리가 제일 많이 볼 수 있는 포멧이
김괜저1:01:59처음에는 여행기에 대한 얘기들로 시작을 하고 거기서 만난 인물이나 그런 거에 대한 시작은 하지만 결국에는 나 자신에 대한 또는 여행하기 전에 나에 대한 뭔가를 깨닫고 끝난다. 이게 여행기의 제일 전형적인 패턴이잖아. 근데 그거를 그거에서 여행기가 나는 운명적으로 벗어날 수 없는 것이 아닌가라고도 생각이 돼. 왜냐하면 나는 여행기라는
김괜저1:02:23포맷이 어떻게 보면 가짜라는 생각이 들어서 인 것 같아. 그러니까 여행기는 일기나 이런 편지 이런 것처럼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출발점에 불과하고 무슨 얘기를 하고자 하는지와는 좀 차이가 있다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
김괜저1:02:52그래서 나는 좀 여행기가 글을 여행기나 일기를 뛰어넘거나 또는 그것보다 깊게 갈 수 있는 방법이 뭘까를 계속 고민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해.
호영1:03:13나는 오히려 여행을 하면 내가 떠나온 것에 대해서 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고 어쨌든 다른 거기가 이제 지금 있는 장소가 아니게 되니까
호영1:03:31그리고 언젠가는 또 그곳으로 여행이라는 거는 어쨌든 내가 왔던 곳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끝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또 결국 그곳에서의 일상을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어서 그리고 그냥 김환기 화백 얘기 하면서도 떠오른 게 김환기도 오랜 시간을 이제 해외에서 살았잖아. 그래서 그것 때문에 나온 작품들이 있다고 생각이 들고 또
호영1:03:59그냥 대표적으로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려 이 작품이 있는데 이것도 해외에 있었을 때 만든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도 비슷하게 내가 미국에 있었을 때 오히려 한국에 대한 생각을 엄청 많이 하게 되고 한국적인 게 뭔가에 대해서 그때 오히려
호영1:04:21대비로 인해 알게 되었던 것 같거든. 그래서 미국에 대해서도 이제 와서 이제 한국에서 살고 있으니까 그때 이야기를 좀 더 객관화해서 할 수가 있다라는 생각이 들어.
최재원1:04:43그렇지. 맞아.
최재원1:04:54사실 시간도 장소에 일부잖아. 시간이 지나서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기도 한 것 같아요.
김괜저1:05:09<그 남자의 집> 그런 이야기인 것 같은데 아니 왜냐하면 시간이 장소의 일부다라는 얘기가 되게 그 책을 읽고 그 책에 나온 곳을 가보면서 생각이 많이 들었거든. 왜냐하면 지금 그 박완서가 말했던
김괜저1:05:29그때의 동대문시장, 청계시장, 광장시장, 명륜동 성균관은 지금은 없는 거야. 그치만 지금 가볼 수 있고 거기서 참 장소라는 게 웃긴 게 거기에 다시 거기 그래서 찾아갔을 때 거기에 아무런 흔적이 없어도 사람 마음은 뭔가를 찾아낸다. 그래서
김괜저1:05:50거기와 예전에 그걸 상상해낼 수 있게 돼. 그래서 상전벽해가 되어도 거기를 찾아가는 건 늘 의미가 있더라고. 그리고 박완서가 이미 본인이 70세 이후에 현대 사회에 현대 배경의 당시에 살면서 예전 50년대 60년대를 떠올리면서 썼던 거라가지고 그 당시에 대한 묘사에서 굉장한 애정과 굉장히 이걸 놓지 않으려고 이걸 썼구나라는 게 되게 많이 느껴져.
김괜저1:06:20그 남자의 집을 묘사할 때 처음에 그 남자의 집은 이제 그 당시에 새로 생기고 있는 양옥도 아니고 남기고 간 적산가옥도 아니고 꼿꼿하게 서 있는 한옥인데 한옥 기와집인데 한옥 기와집이 되게 전시 전에는 굉장히 꼿꼿하고 멋있어 보이는데 전쟁 후에는 그렇게 초라해 볼 수가 없는… 바뀐 거야. 시간 때문에 똑같은 장소가 그렇게 바뀐 거야.
김괜저1:06:44그리고 그 안에 이렇게 문 대문을 지나면 조그만 홍예문이 있는데 그 홍예문이 있다라는 것이 그 집을 굉장히 특별하게 했고 이런 것을 설명을 하더라고. 그리고 우리가 장소를 경험할 때 그 장소에 대한 그 인물이 어떻게 그 장소에서 행동을 했느냐가
김괜저1:07:05또 그 장소와의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잖아. 그래서 예를 들어서 화자가 살던 집도 이 기둥의 한옥 기둥의 포탄 자국이 있는 집이었는데 어머니가 그 집을 살 때 되게 마치 포탄 자국이 없는 것처럼 이런 건 가리면 되니까 괜찮다고 이렇게 얘기를 하기도 하고 근데 나중에 그 남자라는 사람이 나중에 이제 눈을 앞을 못 보는 사람이 돼가지고 그 집을 찾아오는데 그때는
김괜저1:07:34그때 앞을 못 보는 사람인데도 늘 앉던 자리에 앉아서 그 포탄자곡이 있던 곳을 바라보면서 자기한테 얘기를 했다든지 이런 식의 묘사가 있어. 그런 걸 볼 때 되게 이 배경과 장소에 있었던 그 한 곳의 포인트를 선명하게 기억하고 그거에서 좀 감동적인 이미지를 상상해내는 것이구나
김괜저1:07:56하는 생각이 들어. 그러니까 우리 배경이기만 한 것과 그 안에서 이렇게 확 해가지고 우리 마음속에 꼬치는 뭔가와 이거를 잘 나도 좀 많이 좀 찾아내보고 싶다라는 마음이 들었던 것 같아.
호영1:08:23이제 슬슬 마무리인가?
최재원1:08:31오늘 길게 녹음했는데
김괜저1:08:34그러게… 오늘 얘기 많이 했는데 장소에 더 나아가서 집이라든지 아니면 여행이라든지 이런 얘기는 앞으로 또 더 많이 해 봐도 재미있을 것 같아.
호영1:08:46
최재원1:08:48다 못한 느낌. 약간 겉핥기하다 만 느낌이 좀 나네요.
호영1:08:54원격 녹음을 하니까 확실히 나는 약간 집중도가 떨어진 나는 나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김괜저1:09:07그치 맞아. 확실히 같이 있는 거랑은 다르긴 하다.
최재원1:09:12난 집중도는 비슷한 것 같은데 약간 좀 온기가 그립다. 옆에서 이렇게 노닥노닥 하는 게 그립다. 그리 같이 뭐 나눠 먹고 점심 같이 먹을 기대를 좀 하고 이게
김괜저1:09:30그치 우리 어쨌든 스튜디오 말동무 여러분이 지금 25명으로 늘어나가지고 이분들이 우리를 많이 지원해 주고 계시고 덕분에 지금
김괜저1:09:48한 3만 원에 가까운 금액이 이제 우리에게 들어왔기 때문에 다음에는 꼭 같이 만나서 밥을 먹고 곧 출국하기 전에 재원은 같이 녹음을 하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최재원1:10:03
김괜저1:10:05알겠습니다. 다들 그때까지 건강하시고 글을 열심히 잘 쓰시고
호영1:10:11또 만나요. 만나도록 합시다.
최재원1:10:13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