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북페어에서 첫 공개된 끔찍하고 대단한 책이 하나 있습니다. 골똘한 목소리로 ‘젠신병자면 뭐 어때’라고 말하는. 사회 부적응자들의 협업으로 탄생한 이 책, 웬말에서 먼저 찍먹해 보세요. 편집자 정은주 님과 함께했습니다.
본산간: 군산북페어, 캐머런 어쿼드-리치 〈끔찍한 우리〉, 그래프턴 태너, 나원영 〈웅얼대는 시체를〉, 김고은 〈너무 희미한 존재들〉, 크리스티나 크로스비 〈와해된, 몸〉, 미셸 렌트 허슈 〈젊고 아픈 여자들〉
〈웬만하면 말로 해〉는 말동무 여러분의 후원으로 만들어집니다. 애플 팟캐스트에서 정기후원하고 말동무가 되면 보너스 에피소드를 들을 수 있습니다.
음성 기록
| 0:04 | 호영 | 안녕하세요. 저는 오늘 새 책이 나온 호영입니다. |
| 0:10 | 괜저 | 같은 인사말을 쓰실 수 있는 분 아닌가요? |
| 0:13 | 호영 | 그렇네요 |
| 0:14 | 정은주 | 네, 안녕하세요. 저는 오늘 새 책이 나온 호영님의 책을 편집한 정은주라고 합니다. |
| 0:23 | 괜저 | 와~ |
| 0:25 | 호영 | 환영합니다. |
| 0:27 | 괜저 | 안녕하세요. 저는 군산에 놀러온 괜저입니다. |
| 0:33 | 호영 | 복장도 제일 놀러온 사람 |
| 0:34 | 괜저 | 저는 놀러온 사람의 목적으로 왔고 두 분은 일 겸 놀러이시죠? |
| 0:40 | 호영 | 일 겸인가? 저도 그냥 놀러온 거예요. |
| 0:42 | 괜저 | 세 번째는 개근이세요? |
| 0:47 | 정은주 | 네 |
| 0:48 | 괜저 | 오늘 아마 눈치 채신 분들이 많겠지만 저희가 군산 북페어라는 행사에서 행사를 즐기고 이제 둘째 날 저녁에 모인 거라가지고. 근데 세 해 다 오신 거예요? 이번이 올해가 3회잖아요? |
| 1:03 | 정은주 | 네네. 첫 회에는 부스에 제가 편집한 책 작가님 부스에 도와주러 왔었고 작년에는 놀러 왔고 올해 또 놀러 왔습니다. |
| 1:18 | 괜저 | 그러셨군요. 호영은 세 번 중에 몇 번? |
| 1:21 | 호영 | 저는 올해가 처음 와봐요. |
| 1:23 | 괜저 | 네. 사실 작년에 같이 왔었으면 좋았을 텐데 작년에 저랑 재원이 오고 호영을 빼놓고 와가지고 호영이. |
| 1:31 | 호영 | 제가 나중에 섭섭함을 토로하면서 |
| 1:34 | 괜저 | 어떻게 군산북페어를 둘이만 갈 수 있냐? 너무 당연히.. 너무.. |
| 1:40 | 정은주 | 못 오신 게 아니라.. |
| 1:41 | 괜저 | 저희가 빼놓았고요. 왜냐면 저희가 둘이서 어디 갈까? 이때쯤? 그때 군산북페어니까 이렇게 했더니 빼놓아진 거예요. |
| 1:49 | 호영 | 되게 급조한 두 사람의 여행이어가지고 그렇다는 것을 나중에 들었지만 당장 어? 그날이었나? 군산 도착했는데 두 사람이 나한테 군산 너무 좋다 막 이러면서 저한테 뭐 연락을 했었나? 그래서 엥? 군산에 있다고? 막 이러면서 |
| 2:05 | 괜저 | 아니 사실은 그게 우리가 켕겼으면 연락도 안 했을 텐데 그러니까 전혀 생각 안 해 당연히 그냥 우리 군산 와 있어, 호영은 뭐 해? 막 이렇게 생각해보니까 군산 북페어를 너무 호영도 당연히 가고 싶어 할 거라는 거를 와보니까 알겠는 거예요 그래서 아 내년에 꼭 같이 와야겠다 |
| 2:22 | 정은주 | 올해는 또 마침 새 책이 그렇게 처음 판매되는 자리니까. |
| 2:30 | 호영 | 네. 그래서 저도 이제 이 새 책이 나와서 사람들한테 자랑도 하면서 친구들도 만나고 그래서 재밌게 오늘 첫 하루를 보냈습니다. |
| 2:43 | 괜저 | 네. 좋습니다. 저도 군산북페어 저는 첫 해는 못 왔고 작년 올해 이렇게 두 번째 왔는데 첫 해는 어땠는지 모르겠는데 작년에도 되게 흥행하고 많은 사람들이 왔었잖아요. 올해는 더 그런 것 같아요. 계속 커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보시면 이거 저희 영상으로 보시는 분들은 이게 뭐야? 라고 하시겠지만 저희가 들어오다가 쏟은 게 아니고요. 지금 세 명이 군산북페어에서 지금 주워온, 업어온 것들을 다 이렇게 늘어놔 봤습니다. |
| 3:16 | 호영 | 네, 펼쳐놨어요. |
| 3:18 | 괜저 | 진짜 많네요, 근데. |
| 3:19 | 호영 | 그쵸, 근데 이제 제가 굿즈 같은 것도 안 꺼냈기 때문에 사실 더 있다는 거. |
| 3:23 | 괜저 | 호영은 아예 가방이 하나 더 있는데 지금 완전 책인 것만 지금 꺼낸 거고. |
| 3:28 | 정은주 | 저는 오늘 거의 못 봐가서 좀 늦게 가서 내일 다시 사러 가야 됩니다. |
| 3:34 | 괜저 | 저도 아직 못 본 데가 많아요. 전시를 못 봤어요. 부스들만 먼저 보고 |
| 3:41 | 호영 | 근데 그럼 은주님은 혹시 내일 꼭 보고 싶다 또는 사고 싶던 책이 있으신가요? |
| 3:50 | 정은주 | 그 제목이 갑자기 떠오르지 않는데 식칼책? |
| 4:00 | 호영 | 그 표지가 딱 떠오르는데 제목을 |
| 4:02 | 괜저 | 표지 너무 잘 만들지 않았어요? |
| 4:04 | 정은주 | 시체가 벌떡인 건 아는데 그 앞에 제목이 |
| 4:11 | 호영 | 아무튼 식칼책인 걸로? |
| 4:13 | 정은주 | 네 식칼책인 걸로 (*웅얼대는 시체를) |
| 4:15 | 괜저 | 그거 토크를 갔다 왔거든요. 워크룸에서? 그 시리즈 기획이 해외 원고가 있고 그거에 대해서 작가가 번역과 본인의 응답을 같이 해서 결합해서 한 권으로 출간하는 그런 콘셉트이더라고요. 그래서 근데 저 그 책이 시체가 벌떡 그 책이 원고가 되는 글이 제가 전에 번역했던 포에버리즘 작가 그래프턴 태너예요. 그래가지고 반가워가지고 가서 나의 경쟁자 번역가군. 같은 작가니까 그런 게 신경 쓰이더라고요. 번역가는 그런 마음은 안 들을 줄 알았는데 그런 게 있더라. 그래서 맨 앞에 앉아서 이렇게 보면서 재밌었어요. |
| 5:05 | 정은주 | 아, 책은 아직 읽으셨나요? |
| 5:09 | 괜저 | 약간 아직 다 못 읽었어요. 앞에 번역 부분은 못 읽었고, 뒤에 그 책 그 부분만 조금 읽었어요. 재밌어요, 근데. 되게 그리고 저는 일반적인 번역은 하면 뭐 다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데, 저는 그 책을 번역하면서 되게 작가의 편에서 번역을 하고, 작가의 마인드가 되려고 되게 노력하면서 약간 빙의해서 번역을 했거든요. 그랬는데 이 책은 되게 응답을 해야 되는 사람이 번역을 하는 거다 보니까 되게 크리티컬하게 번역을 할 수도 있고 그런 게 되게 열려있는 느낌인 거예요. 그래서 그건 되게 재밌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봤어요. |
| 5:51 | 호영 | 저도 이번에 나온 책이 끔찍한 우리: 트랜스 부적응과 함께 사유하기라는 제목의 나름 학술서, 이론서라고 해야 되는 책이에요, 사실은. 이게 표지 자체는 되게 귀엽게 나가는 건데 너무 마음에 들거든요. 사실 내용에 있어서는 막 비판적으로 읽을 수도 있고 근데 저 또한 이 책을 번역하면서 저는 완전 진짜 빙의해서 한 것 같아요. 그냥 너무 동감하면서 해서. |
| 6:18 | 정은주 | 네. |
| 6:20 | 호영 | 근데 어쨌든 저자는 캐머런 어쿼드-리치라는 미국의 시인이자 연구자인 사람인데 이분이 트랜스 남성이고 그리고 흑인이에요. 그래서 약간 흑인성과 트랜스 젠더성, 그 중에서도 약간 남성성에 대해서 연구를 많이 하시고 그리고 이 책에서는 특히 이제 장애학에 대한 장애와 트랜스의 역사가 어떻게 엮여 있는지 그런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는 책입니다. |
| 6:51 | 괜저 | 네. 되게 끔찍한 우리라는 제목은 저희가 몇 화 전에 지나가면서 얘기한 적은 있는데 이제 군산북페어에서 처음 공개된다고 그래가지고 그럼 그때 제대로 이제 책을 손에 쥐고 나서 녹음으로 다뤄보면 좋겠다 얘기를 했던 것 같아요. |
| 7:09 | 호영 | 네. 일단 오늘 이 책을 첫인상을 가지게 되셨는데 어떠신지 처음 봤을 때 |
| 7:20 | 괜저 | 일단은 제일 먼저 든 생각은 표지에 이미지만 접했을 때 호영이 얘기한 것처럼 되게 귀여움과 조각보처럼 여러 가지를 모아놓은 이미지가 있어가지고 아 뭘 많이 다루겠구나 하는 생각이 확 드는 그리고 리스트가 되게 이 캐머런 어쿼드-리치라는 작가 소개도 트랜스페미니즘 퀴어 이론 장애학 흑인학 실험적 글쓰기 형태를 결합해 트랜스젠더 미학과 문화생산 미국 내 트랜스페미니즘 퀴어 사상의 역사와 집단적 정동을 탐구한다 이렇게 돼 그냥 다 들어있고 |
| 7:59 | 호영 | 길다 |
| 7:59 | 괜저 | 근데 예전 같으면 저도 그냥 이게 어떤지 감이 안 왔을 것 같은데 근데 호영이 예전에 소개해줬던 책들이나 우리 같이 알고 지내고 나서 접한 특히 미국의 트랜스 사상가들이나 이런 분들이 이런 교차성이나 결합이나 이런 거에 관심이 많다는 얘기는 넘겨서 들었다 보니까 약간 그런 데서 뭔가 정수를 보여준 작품일 거나 뭐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고요. 근데 호영이 그냥 번역한 책 나왔어 라고 했는데 되게 두껍고 양이 엄청나요. |
| 8:35 | 호영 | 아니, 근데 이게 참고문헌도 되게 길고 찾아보기도 진짜 고생 많이 하셨을 것 같아요. 그래서 그 부분도, 네, |
| 8:44 | 괜저 | 그니까요. |
| 8:44 | 호영 | 그래서 아마 이렇게 두텁게 나오지 않았을까? 저도 받아보고 나니까 생각보다 두꺼운데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또 책등이 이렇게 예쁘게 잘 나왔다. |
| 8:56 | 괜저 | 어, 맞아요. |
| 8:57 | 호영 | 두꺼운 책들이 책등이 예쁘다. |
| 8:59 | 괜저 | 그쵸, 쌓아놨을 때 되게 예쁘게. 은주님은 이 책을 어떻게 알게 되셨던 거예요? |
| 9:05 | 정은주 | 저는 이제 편집 의뢰를 받고 알게 됐고 대충 어떤 책이다라고 리시올 편집자님이 설명을 해주셨고 호영님이 번역을 하셨다 이렇게 들었죠. 그래서 저도 괜찮을 것 같고 작업하고 싶다고 생각을 했고요. 그래서 하게 됐는데 저도 사실 저한테 왜 의뢰를 하신 건지 모르겠어요. 지금 아직 못 여쭤봤는데. 뭘 믿고? 아니 저는 이렇게 학술서 같은 거 편집해 본 적이 처음이거든요. 그래서 호영 님은 많이, 너무너무 많이 기다리셨어요. 제 작업이 너무 늦어져서. |
| 9:55 | 호영 | 그런 느낌은 아니었어요. 또 괜찮아요. |
| 10:02 | 정은주 | 편집도 겸하게 된 건데 주로 디자인, 미술, 문화예술 이런 쪽 책을 했거든요. 전문 분야라면 그쪽 입문서보다는 그쪽을 많이 했죠. 작가가 쓴 책은 좀 읽었지만 트랜스젠더학에 대해서는 너무 아는 게 거의 없다시피 했고 트랜스학의 계보라든지 그런 것 때문에 좀 이렇게 중간에 다른 선배 학자들 이름이 많이 언급이 되는데 계속 헷갈려가지고 누가 어떤 관점인지 계속 돌아가면서도 확인하고 그런 것도 그렇고 논의 자체가 이분이 책이 읽기는 저는 어렵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따라가면서 읽기 그래서 저도 아니면 너무 어려워였으면 못 맡았을 텐데 자신 없다고 했을 텐데 뭔가 보니까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해서 시작했거든요. 근데 이게 되게 그런 책 있잖아요. 잘 읽히는데 뭐 읽었는지 모르겠다. 너무 어렵다. 이게 되게 깊이 있고 엄청 섬세하게 논의를 하거든요. 그 부분이 저는 이 저자의 너무나 뛰어나고 훌륭한 점이라고 생각하고요. |
| 11:37 | 호영 | 저도 되게 공감하는 게 이 책의 추천사를 루인 님하고 리타 님이 써주셨는데 루인 님도 추천사에 이 책을 열 번 읽고 싶다고 쓰셨거든요. 근데 그 말이 뭔지 저 너무 아는 게 저도 이 책을 번역하면서 여러 번 어차피 읽게 되잖아요. 그러면서 새롭게 새롭게 이해되는 게 있고 처음에 내가 이렇게 생각했는데 아, 내가 완전 몰랐구나 이러면서 근데 다시 아, 이 말이 이 말인가 보다 이렇게 하는 게 있더라고요. |
| 12:05 | 괜저 | 아니, 리타님이 쓴 이 추천사도 단언컨대 지난 몇 년간 내가 읽은 지적 생산물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재미있고 중요하다. 이렇게 말한다고? |
| 12:20 | 정은주 | 두 분 말씀하신 그 부분들에서도 확. 루인 님 그 부분이랑 리타님 그 부분. |
| 12:27 | 호영 | 완전 가슴에 확 그 뭔가 약간 맞은 것 같은. |
| 12:32 | 정은주 | 저희가 작업을 한 입장에서 특히 저희는 사실 애정을 갖게 될 수밖에 없잖아요. 리시올 편집자님도 그렇고, 그런데 이거를 약간 독자 입장에서 접하신 분들이 추천사를 쓰기는 한 거지만 너무 진심으로 좋게 읽으신 것 같아서. |
| 12:54 | 호영 | 정말 큰 감동이었습니다. |
| 12:56 | 괜저 | 네, 대단한 책이네요. 너무 부담스럽네요. 책을 마치 우리가, 약간 제가 여기다가 이 책을 하나 놨는데 마치 공식북토크도 아니면서 뭔가 여기도 놨는데 |
| 13:13 | 호영 | 뭐라고 소개해야 될까? 이게 계속 저의 고민인데 제가 생각하는 한 가지 방법은 사실 이 책에 트위터에서 나오는 트랜스젠더 관련 논란이 거의 다 나온다고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뭐 화장실 논란 당연히 있고 그리고 뭐 FTM이랑 부치의 경계는 뭐냐 이런 것도 있고 그리고 젠신병자라는 말 이거에 대한 책이에요. 사실 젠신병자에 대한 책이에요. 트랜스젠더가 미치지 않았다 라고 말하면서 트랜스젠더도 막 사람이다 이렇게 주장을 해오는 운동의 어떤 경향성이 있는데 그게 사실 어떻게 해서 약간 해가 되는지 그런 얘기잖아요. 그래서 이 책을 쓴 시점이 저자가 2014년 이후에 시작해서 계속해서 이렇게 한 2020년대 초반까지 쓴 것 같은데 그 논의들이 미국에서도 일어났었고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다는 게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고 그래서 이 책이 다른 시대와 공간에 쓰였지만 꽤나 유효하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번역을 했어요. |
| 14:21 | 괜저 | 그러게요. 뭐 다른 얘기일 수 있지만 트위터에서 그 지난 한 10에서 15년 동안 트랜스젠더에 대한 이야기들이 이렇게도 갔다가 저렇게도 갔다가 한국 트위터에서 막 그러는 거를 그냥 좀 한 발짝 떨어져서 보기만 하면서 지냈던 시간이 몇 년째 이다가 저는 되게 호영을 만났을 때 이후인 것 같은데 조금 더 트랜지션이나 트랜스젠더에 대해서 인권활동의 맥락이 아니라 사상과 철학과 약간 이런 맥락에서 다루는 그런 책들이나 이런 걸 처음 접하게, 나중에 좀 접하게 되고 하면서 그래서 이게 그냥 뭔가 저는 이제 사회학 배경이다 보니까 그냥 사회학적으로 어떻게 뭔가 평등이나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될까 이렇게만 생각을 다루던 문제를 조금 더 비평적으로 트랜스젠더에 대해서 생각하고 이러는 거를 접하는 게 되게 신선하고 되게 뭔가 자극이 많이 됐던 것 같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같이 읽었던 책들 중에도 그런 책들이 많았던 것 같고 꼭 트랜스젠더에 대한 게 아니더라도 조금 그런 방금 얘기한 것처럼 뭐 저희는 아픈 사람들 아니에요. 비정상적인 사람들 아니에요. 라고 이렇게 자꾸 반성하는 그런 아니 반성이 아니라 항변하는 그런 태도들을 그렇지 않을 수는 없을까 생각해 보게 되고 이런 과정 속에 있었는데 그거에 좀 획을 긋는 그런 책일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
| 16:04 | 호영 | 네, 그런 것 같아요. 그게 진짜 그 트랜스, 많은 트랜스젠더의 삶의 그냥 흔한 요소인 우울이라던가 근데 우울이라는 게 막 모든 사람들이 거의 그냥 삶의 일부로서 느끼는 거잖아요. 그리고 장애학에서 다루는 관점이 그냥 고통이나 질병이나 장애 이런 것들이 사실 삶에서 막 예외적인 상태가 아니라 그냥 일어나는 일, 삶에 있는 일 그거를 막 낭만화할 필요도 없고, 막 그렇게 막 비참하게 생각할 필요도 없고 그런 관점으로 그런 나쁜 감정들에 머무르면서 생각해보자, 이런 제안을 하는 책인 것 같아요. 그래서 트랜스젠더가 아니어도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라고 하고 싶어요. |
| 16:59 | 괜저 | 얘기했던 책들이 피메일즈나 디트랜지션 베이비나 약간 뭐 전부 취소나 이런 책들이 트랜지션에 대해서 조금 그런 제일 그냥 마케터들이 많이 쓰는 말은 발칙한 이런 관점 발칙한 관점 이런 건데 그런 지금까지 읽었던 거나 뭐 썼던 아니면 번역 옮겼던 책들에 비해서 제일 다른 점이 있어요? 이 책이? |
| 17:26 | 호영 | 그쵸. 이제 그 발칙한이라는 그 말이 어울리는 어떤 목소리 톤이 있는데 이 책은 그런 톤은 아닌 것 같아요, 제가 느끼기에는. 제가 느끼는 이 저자의 목소리는 되게 골똘하고 뭔가를 계속 되풀이해서 생각하는 느낌이거든요.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이 책을 시작하는 어떤 장면이 있는데 그게 뭐냐면 이 저자가 어떤 트랜스젠더 연구 학회에 가는데 그 학회에서 이제 트랜스젠더에 관련된 그 병명이 있잖아요. 그래서 성주체성 장애라는 병명이 있거든요. 한국에서도 그 진단을 받아야 의료적 트랜지션을 시작할 수가 있어요. 그래서 근데 이게 그러면 트랜스젠더는 다 정신병자다. 이거를 의료적으로 만들어놓는 어떤 체계인 건데 그게 우리한테 도움이 되는가 이런 논의를 하는 자리에 간 거예요. 근데 그 자리에서 어떤 트랜스젠더 아이를 가진 어머니가 갑자기 마이크를 잡고 하지만 내 아이는 미치지 않았어요. 이렇게 말을 하는 장면이 있어요. 그렇게 말을 하는 순간 그 장소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아, 그렇죠. 당신의 아이는 그냥 정상인이에요. 이러면서 막 되게 위로를 해주거든요. 근데 그전까지는 계속해서 이 성주체성 장애라는 병명이 이게 의료화 되 어 있다는 점이 우리가 도움이 되는 거 아닌가 이런 여 러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 엄 마가 자기 아이를 소환하면서 완전 의견이 다 하나로 모아진 거예요. 아이는 미치지 않았고 트랜스젠더는 병이 없고 그래서 괜찮은 시민이다라는 쪽으로 그래서 그 장면을 이 작가가 계속해서 곱씹어 생각하면서 이게 왜 나를 찜찜하게 만들었을까라는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그런 식으로 트랜스.. 본인이 겪었던 어떤 장면일 수도 있고 트랜스젠더학에서 나타나는 어떤 주요한 어떤 선배가 한 말 또는 쓴 글 뭐 이런 거를 계속 되짚어본다는 그런 느낌이 들어요. |
| 19:30 | 정은주 | 저도 작가의 저자 톤이랑 관련해서 그것도 되게 좋았거든요. 전혀 발칙하지 않고 엄청 차분하고 그런데 그리고 막 무슨 되게 다른 학자들 비판을 많이 하지만 공격적이지 않고 방어적이지도 않고 그런데 되게 세게 비판해요. 알고 보면. 그런 톤도 너무 좋았어요. |
| 20:02 | 호영 | 그게 진짜 놀라운.. 엄청 |
| 20:03 | 정은주 | 강하게, 강하게 관점이 뚜렷한 분이구나. |
| 20:09 | 호영 | 예를 들어서 갑자기 생각나는 지점이 수전 스트라이커가 사실 트랜스젠더학의 대모 같은.. 1인자가 거의 1인자 같은 느낌인데, 역사학자로서. 근데 그분이 트랜스젠더를, 그 트랜스젠더의 역사라는 책에서 정의를 내리시는데 그 트랜스젠더는 뭔가 어떤 젠더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사람이다. 약간 이런 식으로 요약하잖아요. 그렇게 정의를 해요. 근데 그 정의가 이 캐머런 어쿼드-리치는 그런 정의는 사실 장애와 흑인성을 부정하는 정의다라고 얘기를 하고 되게 적나라하게 그렇게 비판을 하거든요. 근데 그렇게 하는 말이 이 책을 읽으시면 그 논거를 다 찾으실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이게 되게 응당하게 느껴져요. 아 그렇구나 라는 게 느껴져요. 그러니까 사실 그냥 이게 백인 트랜스젠더성에 대한 얘기이기도 해서 백인 트랜스젠더성이 어떤 발언권을 얻기 위해서 장애와 흑인성에서 달아나야 했구나 라는 걸 보여주는 챕터가 있습니다. |
| 21:16 | 괜저 | 되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남들의… 특히나 저희는 트위터에서 예전에 서로를 만나지 않은 채로 오랜 시간을 보낸 사이라는 걸 최근에 알게 돼가지고 되게 반가웠는데 트위터를 오래 하다 보면 나의 생각을 남들과 상관없이 그냥 하나씩 쌓아나가는 경험을 안 하고도 그럴싸한 얘기를 하기가 너무 쉽고 그래서 저는 되게 내가 그냥 그럴싸하다고 할 사람들이 그냥 좋아요를 누를 만한 데까지는 생각을 할 수 있는데 정말 나한테 어려운 문제에 대해서 근본적인 데부터 생각할 힘이 있는가? 같은 게 되게 고민이 될 때가 많았거든요. 앞서 얘기했던 다른 좀 발칙한 책들 발칙한 발화자들은 그거를 거부하기 위한 반응을 하고 쌓아 올리는 것도 한번 보고 싶다 이런 생각이 좀 들 때도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좀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게 막 아니야! 라고 소리 지르는 것도 있지만 그냥 자기 할 얘기를 그냥 하는 게 더 그런 거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고 그런 면에서 그런 톤이라는 게 되게 좀 멋있어 보이는 것 같아요. |
| 22:40 | 호영 | 그쵸. 뭐 롱추나 그 토리 피터스 같은 작가가 뭐 당연히 그냥 이제 아니야만 하는 작가들은 또 아니긴 한데 근데 어쨌든 이 작가의 특성은 또 이제 그 두 분은 되게 퍼포먼스에 능한 트랜스 여성들이다라는 점이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트랜스 여성의 그 생존 능력 중에 하나가 어떤 그런 쇼맨십이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분은 이제 트랜스 남성이기도 하고 이 책에서도 나오는 얘기가 사실 트랜스젠더들이 많이 약간 자폐적이다 라는 내용이 있거든요. 이게 어떻게 보면 좀 위험한 발언일 수도 있긴 한데 실제로 근데 막 미국에서 설문조사 같은 거 하면은 트랜스젠더 정체성과 자폐인의 그 교집합이 되게 크대요. 그리고 그 트랜스젠더의 약간 흔한 경험 중 하나가 뭐 그냥 외부 세계에서 자기를 인정해주질 않으니까 인식을 못하니까 자기랑 비슷한 사람들을 찾기 위해서 막 책을 그냥 주구장창 읽는다든지 막 인터넷을 계속 한다든지 이런 식의 골방에 틀어박혀 있는 트랜스젠더 아이의 이미지가 있잖아요. 그래서 그런 스스로도 되게 나는 리클루스다, 은둔자다 라고 말하는 사람이어서 그런 차이점에도 있는 것 같아요. 이 톤이 왜 차분한지. |
| 24:07 | 정은주 | 저는 사실 여기 질문지에서 인상적인 부분이 무엇이었는지 그걸 보고서 그 부분을 생각했거든요. 자폐랑 같이 논한 부분. 왜냐면 저도 약간 그런 성향이 있고 진단을 받아본 건 아니지만 자폐 스펙트럼에 어쩌면 속할 수도 있는 정도로 어릴 때부터 그런 게 있고 그것도 일을 하면서 알게 돼가지고 좀 찾아봤는데 그냥 저도 다른 많은 분들이 그렇겠지만 자폐가 있다고 하면 되게 그냥 겉보기에도 달라보이는 이런 것일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특성 중에서 저랑 일치하는 부분들이 몇 개가 있는 거예요. 그래서 있나 보다라고 생각을 했고 실제로 여기 묘사된 이런 골방에 틀어박힌 트랜스젠더랑 제가 살아온 방식이랑도 좀 겹치는 부분이 많이 있거든요. 그래서 비사회성 논의 부분이 되게 와닿았고 그렇지만 또 정말 막 내면으로 침잠하기만 하는 그런 건 아니다. 관계도 되게 중요하다 이렇게 얘기를 하잖아요. 저도 뭐 저는 사실 근데 좀 되게 일찍 그걸 깨닫고 나는 정상성을 추구하면서 살 수 없는 사람이라는 거 아까 시작하기 전에 잠깐 말씀드렸지만 회사 저도 일반적인 직장 생활을 대학 졸업하고 나서 하다가 완전히 나는 직장생활에 안 맞는 사람이구나 이렇게 그러고서 그냥 살아왔거든요. 그거를 계속 미련을 버리지 못하면 되게 괴로워하고 그런 것 같은데 저는 오히려 안 그런 편이어서 그냥 제 주제에 맞게 살아왔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그런 지점에서 공감이 많이 됐어요. 그래서 그 재훈 편집자님이랑 호영님한테 같이 매일 쓸 때 제가 한 번 그런 얘기도 한 적이 있는데 호영님이 옮긴이 후기 원고 받고 나서 거기에 막 저희 셋도 어쩌면 우리라고 그렇게 쓰셔가지고 리시올도 사실은 일반적인 출판사는 아니잖아요. 돈 벌고자 하는 출판사가 아니잖아요. 거기 분들도 저 아직 사적으로 잘 알지는 못하지만 되게 독특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라 이렇게 만난 것도 참 되게 신기하고 너무 좋다.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
| 27:11 | 호영 | 그때 이메일에 은주님께서 제 기억으로는 이렇게 |
| 27:14 | 정은주 | 사회부적응자! |
| 27:18 | 호영 | 사회부적응자들. 너무 맞는 말이고. |
| 27:21 | 정은주 | 그리고 이 책이 결국 하고 싶은 얘기도 약간 그런 거잖아요. 부적응자들끼리 그냥 살아가면 된다. |
| 27:30 | 호영 | 그 안에 이미 방법들이 많은데 꼭 이렇게 막 어떤 정상사회의 방법으로 뭘 해야 되는 게 아니라는 거죠. |
| 27:39 | 정은주 | 그리고 제가 올해 읽은 책 중에 너무 희미한 존재들이라는 책이 되게 좋았거든요. 그것도 약간 이런 비슷한 얘기를 해요. 고립은둔 청년들을 다루는 책인데 거기서 이제 저자가 이 고립되는 것 자체가 능력일 수 있지 않을까 어떤 역량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주장을 펼치거든요. 근데 그것도 이 책이랑 되게 통하는 부분이 있기도 하고. |
| 28:13 | 괜저 | 저는 너무 방금 하신 그 말씀에 너무 본능적으로 끌리는 것 같아요. 그 고립을 할 수 있는 것, 사회성을 거부하는 것, 미술 전시나 여러 작가들이 활동하는 페어 같은 자리도 그렇지만 제일 보고 나서 마음에 남거나 눈에 밟히는 것들은 어떠한 자기가 선택한 주제 안쪽으로서의 폐쇄성이 있는 작품들을 항상 멋있다고 생각하고 대화를 거부하는 듯한 태도나 이 사람은 정말 골방에 박혀서 이걸 했고 아마 이 작품에 대해서 말로 설명해보라고 하면 못하시겠구나 이런 느낌이 들면 멋있다 이런 느낌이 들고 저한테는 약간 컴플렉스이기도 해요 저는 말이 앞서는 스타일이어서 아 이렇게 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해서 이렇게 해서 이렇게 친절하게 말해야 되는 사람이어서 그런 걸 버리고 싶을 때 그런 거를 저는 일종의 자폐성 자폐적인 발상이나 자폐적인 태도나 작품의 자폐적인 면을 결합한 거라든지 이런 말로 설명이 된다고 생각하는데 근데 자폐적이다라는 말을 쉽게 남한테 붙일 수 있는 말이 아니다 보니까 그냥 마음속으로만 생각하고 알았던 것 같거든요. |
| 29:30 | 호영 | 근데 사실 서로 상호 부러워하잖아요. |
| 29:35 | 괜저 | 그치, 그치. 없는 거를 서로 맞아요. 맞아요. |
| 29:38 | 정은주 | 다른 종류의 멋인 거죠. |
| 29:41 | 호영 | 근데 확실히 저희 괜저랑 제가 최근에 공개된 노래하는 중간자들 에피소드에서 한 얘기가 뭔가 우리 둘 다 약간 그 중간에서 서로 통역하는 그런 역할을 또는 소개하는 역할을 괜저도 저보다도 더 많이 이렇게 해왔다 보니까 그 모드가 쉽게 스위치 온이 되는 것 같고 |
| 30:04 | 괜저 | 맞아요. 그래서 약간 이런 거를 그러니까 그런 반대편, 그러니까 사회적인 면이 없을 정도로 그걸 잘하는 사람을 부러워하는 거죠. 약간 줄타기를 하고 있는 사람처럼 느껴져서. 그래서 트랜스젠더와 인종학, 페미니즘에 대한 결합이나 교차나 이런 거는 비교적 오래전부터 주류적으로 얘기를 많이 했던 것 같은데 장애가 어떻게 트랜스젠더와 얽혀 있는지에 대한 얘기는 아무래도 비당사자들이면 되게 조심스러워하는 느낌도 들고 그래서 그냥 잘 읽었습니다 이러고 그냥 넘어가는 그런 게 많았던 것 같은데 저는 모르겠어요. 이제 좀 더 당사자가 아닌 사람들도 그 주제에 대해서 어떤 생각이 드는지를 좀 더 많이 얘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이 많이 드는 것 같아요. |
| 31:04 | 호영 | 그리고 그 얘기를 잘 못하는 이유가 막 장애인이라고 말하는 게 욕이어서 그런 거잖아요. 트랜스젠더, 너 트랜스젠더 같다? 이 말도 욕으로 쓰니까 그래서 그런 거잖아요. 그래서 근데 그게 그냥 뭐 트랜스젠더든 장애이든 그냥 사회에 있는 사람인 거고 뭐 우리 장애가 있든 뭐 젠더가 어떻든 그게 그냥 삶을 그냥 뭐 그렇게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그냥 팩트인 거로 받아들인다면 다르게 얘기할 수 있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렇죠. 그리고 제가 이 책에서 또 저에게 되게 인상적인 인물들이 많은데 그중 한 사람이 그 장애 드랙을 했다고 저자가 표현하는 |
| 31:46 | 괜저 | 저도 펼쳤는데 그 장면이 되게 인상적이었어요. |
| 31:49 | 호영 | 그 이름이 잭 비 갈랜드인가요? 미국의 캘리포니아에서 몇 년도였지? 막 20세기인 것 같은데 그 사람이 장애 드랙을 어떻게 했냐면 일단 외모가 좀 중성적으로 생겨가지고 사람들이 계속 성별을 궁금해했어요. 근데 자기는 뭐 어릴 적에 무슨 사고가 있어서 나는 말을 음성 언어를 못하게 됐다. 말을 못하게 됐고 그래서 나는 글로 필담만 할 수 있다. 이렇게 말을 해가지고 근데 글을 이렇게 필담으로 쓰는데 너무 막 필체가 좋고 글을 잘 썼나 봐요. 그래가지고 이 사람이 기자가 되거든요. 그러고 실제로 말을 왜 못하는지에 대해서 이유가 계속 바뀌어요. 이게 일관되지 않고, 서술이. 근데 어쨌든 글로써 이제 그 동네 기자들하고 약간 동료가 되고 그리고 자기가 막 여자로 태어났다 이거를 숨기지도 않아요. 그거를 또 말했는데도 사람들이 되게 어 근데 글을 잘 쓰네? 그리고 막 생김새가 이렇네? 그러면서 약간 이 사람을 그냥 좀 이상한 남자로 취급을 해주는 거예요. 그래서 이 사람이 오히려 자기가 약간 그게 실제 장애인지도 알 수 없는 그 장애를 수행함으로써 보통 그 시대에 그런 소위 남장 여자들은 막 정신병원 가고 감옥에 가고 이랬는데 기자로 활동할 수 있었다는 사실. 그게 장애를 수행하는 장애 드랙을 통해서 가능했다는 점, 이게 되게 신박했어요. |
| 33:30 | 괜저 | 어떻게 보면 드랙이라는 개념은 젠더에서도 특수한 서브컬처처럼 연구가 되고 이러던 건데 그 개념을 사용해서 다른 걸 또 설명할 수 있고 이렇게 되는 것들이 재밌는 것 같아요. 근데 되게 그런 활용이 사실 트위터나 밈 같은 데서는 되게 본능적으로 계속 이루어지잖아요 장애 드랙 뭔지 딱 알겠고 그냥 트위터적으로 뭔지 알겠다 이런 생각이 들잖아요 되게 생각해보면 사람들이 그런 걸 픽업해서 적용하고 하는 거에는 본능적으로 다 있는 것 같아요 은주님은 다른 또 인상적이었던 부분 또 있으셨어요? |
| 34:11 | 정은주 | 저는 또 인상적이었던 부분이 서정시 나오는 파트 뒤쪽에 그렇게 연결을 짓는 게 너무 감탄이 나왔어요. 서정시의 화자는 복수이고 서정시의 순간들은 서사적이지 않기 때문에 순간들이 겹쳐, 층층이 겹쳐 쌓여있다 이런 식으로 설명을 하거든요. 그런데 이제 트랜스젠더의 경우에는 이 사람은 어렸을 때 자신이 소녀였다는 것을 포용하자는 이런 입장이거든요. 본인도 그렇게 하고. 그렇기 때문에 과거의 나, 지금의 나 10년 전의 나, 그런 것을 다 언급하는 되게 인상적인 시가 있는데 거기에서는 우리라는 주어를 써요. 화자가 우리예요. |
| 35:10 | 괜저 | 한 명임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나, 지금의 나. |
| 35:13 | 정은주 | 네, 트랜스젠더 화자가 we라는 단어로 시를 쓰거든요. 감사합니다. |
| 35:23 | 호영 | 그 시인이 아리 배니어스라는 미국인 시인이고요. 트랜 스 남성이고 그 시가 진짜 좋더라고요. 그 시에서 진짜 중요했던 점은 그 줄바꿈이었는데 |
| 35:35 | 정은주 | 어, 맞아요. |
| 35:36 | 호영 | 그거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게 진짜 어려웠어요. |
| 35:40 | 괜저 | 또 호영의 번역 기술이 발휘된 순간을 보고 싶으신 분들한테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
| 35:48 | 호영 | 그래서 제가 이 책을 번역하고 싶다고 생각한 것도 아무래도 저도 학술서를 제가 해본 적이 없는데 뭐 읽기로는 저도 학술서를 즐겨 읽긴 하지만 근데 어쨌든 이 책에 더 끌렸던 이유가 이런 문학을 다루기도 하고, 영화를 다루기도 하고, 그리고 그냥 미술 작품도 나오고, 그 역사랑 약간 문화예술이 같이 있고 이 저자 자체도 본인이 시인이다 보니까 그냥 어떤 일반적인 학술서보다 되게 아름답게 쓰였다는 저는 인상을 받거든요. 그리고 이 책에서 인용되는 많은 학자들이 또 한국에서 꽤나 번역이 된 사람들이어서 잭 핼버스탬이라든가 아니면 로런 벌랜트라든가 최근에 막 번역서 나온 분들이 꽤 있어요. 그래서 또 한국 독자들도 어느 정도 이렇게 재밌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했어요. |
| 36:36 | 정은주 | 그 아까 트랜스젠더랑 장애를 결합한 학자 중에 이미 국내에 소개된 분이 여기 많이 등장한 일라이 클레어 그분이랑, 그분 책을 읽으신 분은 아마 엄청 좋아하실 것 같아요. |
| 36:56 | 호영 | 맞아요. 그럴 것 같아요. |
| 36:59 | 정은주 | 네. 아주 짧게. |
| 37:03 | 호영 | 근데 정말 조용한 포인트에. |
| 37:08 | 괜저 | 넓게 가시는구나. 많은 것들을 다르게 포용하면서. |
| 37:11 | 정은주 | 근데 이게 정말 다양하게 다양한 이야기를 하시는데 이게 또 한 다 이렇게 산만한 느낌이 아니고 책 하나로 어떻게 이렇게 쓰지? |
| 37:23 | 호영 | 자기 얘기도 하고 그러거든요. 근데 그게 막 뜬금없지가 않아요. |
| 37:27 | 괜저 | 진짜 너무 신기하다. |
| 37:28 | 호영 | 그래서 막 진짜 멋있는 글쓰기다. |
| 37:30 | 괜저 | 근데 이분의 이름에 대해서 되게 궁금하더라고요. 뭐냐면 이분이 한국어로 우리가 소개하니까 캐머런 어쿼드-리치라고 했지만 여기서 어쿼드-리치가 Awkward-Rich잖아요. 어쿼드-리치는 어떻게 번역할 수 있을까? |
| 37:45 | 호영 | 그러니까. |
| 37:46 | 정은주 | 근데 그 저희 저랑 리시올 편집자님은 호영 선생님이 알려주셔가지고 알았는데 본명이라고 그래서 깜짝 놀랐어요. |
| 37:57 | 호영 | 그래서 이분이 쓴 에세이 중에 이 이름에 대한 것도 있거든요. 이름을 아주 중요하게 다루지는 않지만 그 글에서도 그러니까 본인이 트랜스이기 때문에 그 이름이 Awkward라는 그 성을 가지고 있어서 사람들이 자기 아이디를 보면 계속 의아해한다는 거예요. 근데 그것 또한 그냥 사실은 그 노예제의 산물인 거죠. |
| 38:18 | 괜저 | 아, 진짜? |
| 38:19 | 호영 | 자기 조상을 이제 노예로 소유했던 어떤 백인이 자기 노예가 뭐 어색하게 군다, 일을 잘 못한다 이렇게 생각해서 그렇게 이름을 줬을 수도 있고 Rich는 뭐 그냥 있을 수도 있는 이름이긴 하잖아요. 그래서 아무튼 그런 거를 자기도 상상해 본다는 그런 식으로 에세이를 썼던 게 있어요. |
| 38:41 | 괜저 | 그렇구나. 근데 확실히 모르겠어요. 제일 어떻게 보면 미국 흑인들의 경험에 대해서는 사회학적으로 공부했다고 생각하고 많은 작가들이나 역사학자들이나 얘기를 들었다고 생각하는데도 계속 계속 현대를 살아가는 흑인들의 흑인성에 대한 고찰을 들으면 계속 새로운 면이 되게 있는 것 같거든요. 그래서 오늘도 저 다른 데서 트위터에서 보다가 이제 비만과 흑인의 흑인 유전자와 비만의 관계와 그 취약할 수밖에 없는 그게 어떤 부분이 노예제의 산물일 수도 있다 이런 내용을 봤는데 근데 진짜 건강과… 미국 흑인들이 자신의 건강, 그리고 가족주의, 그 다음에 의료 시스템 이런 거에 대해서 알게 되는 어떠한 되게 뿌리 깊은 그냥 부당함 정도를 넘어서는 다름 같은 것들을 감각하는 방식이 되게 특수하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거예요. 왜냐하면 세계에서 제일 잘 사는 나라에 살고 있는데 굉장히 거기서 생각하는 어떤 이런 삶이 가능할 거야 같은 거랑 너무나 달라진 삶을 사는 게 디폴트이니까 그래서 그게 저도 제가 받은 리버럴 교육은 흑인이든 동양인이든 미국인이든 백인이든 그냥 같은 조건으로 살아가는 것이 좋다. 오늘부터 인종을 생각 안 하기로 하자. 약간 이런 느낌의 교육을 받았는데 굉장히 그렇지 않고 평생 그런 자신의 인종성과 소수성이 계속해서 영향을 미치고 그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살아가는 것의 일부인 그런 거를 겪으면서 내가 생각했던 내가 그 시절에 받았던 교육은 정말 1단계에 불과하구나 그런 생각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
| 40:35 | 호영 | 그러니까 사실 되게 많은 역사가 여전히 |
| 40:45 | 괜저 | 장애에 대해서도 저희 저번, 저저번 녹음에 제가 수면 장애를 갖게 된 것에 대해서 호영이 축하해주는 부분이 있거든요. 근데 그때도 좋았지만 편집하면서 보니까 호영이 순발력 있게 장애를 축하한다고 얘기해 준 거가 너무 좋은 거예요. 근데 이게 좋으면서도 나는 편집을 해서 내보내는 입장에서는 고민이 되는 거에요. 이걸 쇼츠로 해서 더 많은 사람이 듣게 하려고 쇼츠로 편집을 하다 보니까 이게 여러 층위의 생각이 들었어요. 제일 당연히 먼저 드는 생각은 장애가 생긴 것을 축하해라는 말이 마치 비꼬는 말이나 안 좋은 말로 들리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인데 다행히 그러진 않을 것 같았어. 맥락이 충분해서. 근데 그 다음에 드는 생각은 내 장애가 별것도 아닌데 장애를 축하받아도 되나? 라는 생각이 그 다음에 드는 거예요. 왜냐하면 저 스스로도 내가 장애를 갖게 돼서 내 삶이 크게 바뀌었어라고 생각하는 거는 기분에 따라 그럴 수도 있고 안 그럴 수도 있고 한 정도다 보니까 이 정도로 내가 장애성에 대해서 생각을 했어라고 말을 해도 되나? 그런 생각도 들고 그래서 그때 내린 결론은 그냥 이런 느낌이 들었다는 걸 다음번에 얘기하면 되겠다. 그 정도로 생각을 마무리했던 것 같아요. |
| 42:10 | 호영 | 팟캐스터로서 되게 훌륭한 대처다. |
| 42:13 | 괜저 | 계속 말하면 된다. |
| 42:17 | 호영 | 근데 저도 비슷한 생각을 많이 하는 거 같아요. 저도 이 책을 통해서 제가 이제 약간 장애인 화장실을 이용하는 거에 대해서 좀 편안하게 느끼게 됐는데 |
| 42:27 | 괜저 | 그랬구나. 그 얘기 좀 해주세요. |
| 42:29 | 호영 | 네, 이 책에서… 아 후기에도 나오고요. 그러고 그냥 이 본문에 나오는 챕터에서도 그냥 트랜스젠더들이 그 이분법적 화장실 둘 중에 하나 어느 곳도 못 갈 때 쓸 수 있는 방법으로써 장애인 화장실에 간다라는 그런 얘기들이 나오거든요. 근데 저도 그래서 그게 하나의 방법이라는 걸 알고는 있는데 왠지 내가 그렇게 하는 게 뭔가 피해를 주는 거 아닐까? 진짜 이 화장실 필요한 사람에게 그런 거 아닐까라는 생각이 지금도 들기는 하고요. 그와 동시에 그리고 당연히 이제 장애가 있는 것과 나를 장애인으로 스스로 정체화하는 건 또 너무 다른 일인 것 같고 그러고 근데 막 뭐 이 정도는 장애도 아니지 이러면서 내가 그거에서 약간 나를 제외시키는 게 또는 거리두는 게 또 그냥 이 우리로서 나를 생각하는 것에는 도움이 안 되는구나 라는 생각. 그래서 뭐 제가 느끼기에 별로 트랜스젠더라는 게 그렇게 막 가시적인, 저 스스로는 이제 상당히 그냥 뭐 실수로 패싱을 당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가시적인 어떤 장애는 아니지만 근데 나는 이 끔찍한 우리의 머무르기로 선택을 한다는 점에서 그냥 내가 이렇게 장애 화장실 쓰겠다. 나도 그렇게 필요하니까. 그래서 나도 그냥 당사자구나 라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
| 44:00 | 괜저 | 되게 중요한 변화는요. |
| 44:03 | 정은주 | 약간 다른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장애도 트랜스젠더와 어떻게 보면 마찬가지로 되게 최근에는 정체성으로서 자긍심을 가지자는 이런 논의가 많잖아요 여기도 언급이 되지만 실제로 그걸 너무 고통스럽게 받아들이고 이거를 벗어나고 싶어하고 비장애인이 되고 싶어하고 이런 경우도 있잖아요. 제가 여기 이 책 작업하면서 책을 몇 권 읽었는데 여기 언급되는 책 거기서 와해된, 몸을 읽었거든요. 그거는 좀 다른 얘기를 하더라고요. 이분은 한 50살 쯤에 자전거 타다가 사고가 크게 나서 장애를 얻었는데 그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경험이었는지 그 이후에 삶이 어떻게 다 무너졌는지 뭐 이런 회고를 하는 에세이인데 그것도 그런 이야기도 조금 더 많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
| 45:22 | 호영 | 한편으로는 약간 질병에 대한 서사에서 좀 더 그렇게 이야기가 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어요. |
| 45:31 | 정은주 | 제가 주로 이제 아까 말씀드렸듯이 디자인, 미술, 음악 이런 책을 번역을 했고 이 책이랑 연결되는 책이라면 젊고 아픈 여자들 이런 2022년에 나온 책을 번역을 했거든요. 그래서 그 책에서 되게 다양한 인터뷰들이 나와요. 인터뷰집은 아니고 인터뷰 취재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저자가 풀어 쓴 이런 엄청 다양한 사례가 나오거든요. 거기도 이제 아마 저자의 의도인 것 같은데 되게 인종이나 젠더나 고르게 배치를 한 것 같아요. 고르게 넣은 것 같아요. 트랜스 여성도 있고 동양인도 있었던 것 같고 그런 장면이 있고 아무튼 그 책이 생각이 나기도 했습니다. 그 책도 결국에는 아픈 사람, 장애 이런 거를 좀 사회에서 받아들여 달라 이런 이야기를 하는 책인 거죠. |
| 46:50 | 괜저 | 되게 우리는 막 우리를 불편하게 할 정도로 비정상적인, 소위 말해, 행동을 하는 사람을 되게 꺼리고 그렇지 않아야 모든 질서가 유지될 것처럼 하지만 사실 다양한 다른 나라건 다른 문화건 가보면 우리랑 수용하고 수용하지 않는 기준이 되게 다른 경우가 많잖아요. 길거리에서 와서 말 걸고 이런 건 아무 일도 아닌 나라도 있고 다른 나라는 오히려 다른 게 더 엄격한 나라도 있고 사실 생각해보면 그런 게 그냥 문화권마다 정해져 있는 것일 뿐이지 그런 거가 조금 더 우리가 유연해지고 더 수용적이 된다고 해서 뭔가 중요한 질서가 무너지는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되게 그냥 겁을 많이 먹고 있는 사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
